치료 어려운 췌장암, 2차 치료에도 ‘급여’ 절실
예후 나쁜데다 옵션 제한…오니바이드 등에 ‘접근성 강화’ 필요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8-20 15:26   수정 2020.08.20 16:06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종이다. 특히 전이성 췌장암은 5년 상대생존율이 2.1%에 불과한 암으로, 위암(5.6%), 대장암(19.6%), 폐암(7.7%), 갑상선암(62.0%), 유방암(39.9%)에 비해 현저히 낮다. 2030년도가 되면 췌장암은 폐암에 이은 두 번째 암 관련 사망 순위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지만, 이는 암이 췌장에 국한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췌장이 복부 깊숙히 자리 잡고 있고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췌장암 조기 발견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으며, 진단 당시 80~90%에 달하는 환자가 이미 진행성 췌장암 상태로 발견된다. 다시 말해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 췌장암 환자의 10~20%에 불과하다.

췌장암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세포의 섬유화에 있다. 췌장암은 암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화가 심한 편이다. 따라서 항암제가 암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이에 대장암 치료제를 췌장암에 쓰는 것도 기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효과가 좋지 않다. 면역항암제 역시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유전학적 소인 때문이다. 췌장암은 KRAS 변이가 90% 이상, BRCA 1/2, PALB2 변이가 5~8%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 중에서도 변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KRAS를 표적하는 효과적인 항암제가 개발되지 않아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췌장암은 이처럼 환자의 경과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 역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특히 질병이 진행된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경우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여러 어려움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치료 옵션은 더욱 제한적이다.

이에 지난 5년간 다른 여러 암종에서 전체생존기간(OS) 및 무진행생존기간(PFS) 연장을 나타낸 여러 약제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췌장암에서는 유효성을 확인한 약제의 개발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약 20년 전부터 표준적 전신 항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젬시타빈(Gemcitabine) 기반 요법은 아직까지도 표준 치료제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전이성 췌장암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의 2차 치료제는 더욱 제한적인데, 특히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전체생존기간 및 무진행생존기간 연장의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 내약성이 확인된 치료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6년 오니바이드(성분명: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의 3상 임상시험인 NAPOLI 1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니바이드는 수용성인 소포 내부에 약 80,000개 분자 상태의 이리노테칸이 캡슐화돼 있다. 리포좀 캡슐화는 목표 종양 부위에 도달하기 전에 혈장에서 이리노테칸이 활성 대사 물질인 SN-38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고, 목표 종양 부위에 내에서 SN-38의 농도를 증가시킨다. 또 종양의 손상된 맥관구조를 이용해 종양세포 내로 약물이 전달되는 양을 증가시킨다.

오니바이드의 NAPOLI 1 임상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4개국에서 진행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젬시타빈 기반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오니바이드(5-FU/LV 병용 요법)는 5-FU/LV 요법 대비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을 약 1.5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약 2배 개선했다.

또한 국내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관찰 연구에서도 오니바이드(5-FU/LV) 병용 요법을 사용한 국내 환자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9.4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3.5개월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오니바이드는 2017년 8월 젬시타빈 기반 항암요법 진행 이후에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 대해 플루오로우라실(FU) 및 류코보린(LV)과 병용한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해외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젬시타빈 기반 항암요법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오니바이드(5-FU/LV) 병용요법을 유일한 Category 1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환자 접근성이 제한돼있다는 점이다. 전이성 췌장암 치료를 위해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약제는 매우 한정적이며, 특히 2차 치료제로 급여권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는 더욱 제한적인 상황이다.

또 조기 진단율이 낮다는 점이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췌장은 복부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환자들이 질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늦게 발견한 만큼 기대 여명이 짧기 때문에, 조기에 많은 환자들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 실정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췌장암은 일반적인 초음파나 CT로는 확인할 수 없으며, 내시경 초음파 또는 dynamic CT를 시행해야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췌장암의 가장 보편적인 KRAS 유전자 변이를 혈액검사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췌장암이 의심되는 경우 정밀 검사를 권할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에 대한 니즈 역시 상당히 많다.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들은 약품의 정량 기준으로 한 달에 수백만 원을 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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