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900만명 넘는 초고령화 사회, 노인 난청 보청기 지원책 전무
이비인후과의사들 “보청기 안하면 증상 악화, 인지기능 저하 초래…급여화 필요”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10-06 06:00   수정 2023.10.06 06:01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노인보청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약업신문

 노인 난청에 대한 보청기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 난청은 청각장애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심지어 치매 원인이 된다.

국민의힘 조수진 국회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노인보청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선 노인 난청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급여화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노인 난청에 따른 문제가 더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청기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각장애는 양측 60 데시벨 이상, 편측 40 데시벨 이상 + 반대측 80 데시벨 이상인 중등고도 난청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정도여야 가능하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의 난청은 수치상은 여기에 속하지 않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해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되거나 치매 원인이 되기도 하는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65세 이상 노인 난청 환자가 보청기를 처방받으려면 전액 자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노인 빈곤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수는 2020년 812만명에서 지난해 901만명으로 2년 만에 90만명 가까이 증가해 노인난청 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채성원 교수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난청 환자들은 ‘50데시벨 이상’에 속하는데, 이는 청각장애 기준의 바로 전 단계로 휴대전화 사용조차 어렵다”며 “급여 혜택은 전혀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속하므로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50~59 데시벨인 65세 이상 난청 환자 중 보청기 필요 인구와 예산을 추계한 결과, 수급률 50%, 보청기 가격을 100만원으로 설정할 경우 올해는 316억원, 2025년에는 352억원, 2030년에는 435억원, 2050년에는 637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일준 교수가 난청 노인 보청기의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약업신문

성균관대학교 문일준 교수는 ‘비장애인 난청 노인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시 고려사항’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노인 복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49만9933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한다.  고령인구는 계속 증가해 2070년에는 총 인구의 절반 수준인 46.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일부 노인성 질환에 대해 검진, 치료비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난청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다.

문 교수는 “국민건강검진에 포함된 청각검사는 40dB 이상 난청 유무만 판단하고, 보청기 구입비용 지원은 청각장애인만 해당한다”며 “노인 난청 환자는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난청이 심화되고 인지기능저하로 이어지는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난청 환자들의 낮은 보청기 사용률 원인은 △보청기 착용이 불편할 것 같아서 49.1% △보청기 가격과 유지 비용이 부담돼서 46.6% △보청기 착용자에 대한 낙인(부정적 인식) 37.1% 순으로 나타났다. 비싼 비용 때문에 보청기 구입을 포기한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또한 문 교수는 보청기뿐만 아니라 보청기 대상자 선별 검사 시 청각장애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에도 급여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순음청력검사, 어음청력검사,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는 모두 비급여로 급여수가의 2.5배 정도가 적용되고 있다.

그는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노인 난청은 의사소통 장애, 사회와의 단절뿐만 아니라 치매‧인지기능 저하까지 유발한다”며 “현행 보장구 급여제도는 청각장애인만 지원 대상이며 비장애 난청 노인을 위한 보청기 지원 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보청기 지원 현황은 청각장애인 보장구 지원으로 발전해 현재는 제5차 장애인 정책종합계획에 따라 장애인을 대상으로만 시행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선 다양한 보청기 지원 제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미국은 저소득층 공공보험인 메디케이드를 통해 51개주 중 28개주가 25~40 데시벨의 경도와 중등도 난청 환자에게 보청기를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는 65세 이상 국민에게 5년마다 보청기 또는 청력보조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매년 500 캐나다달러로 제한하며 상한선 이상의 고가 보청기는 차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방 식이다.

영국은 연령에 상관없이 41 데시벨 이상 난청이면 기본형 보청기 구입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연령에 상관없이 양측 30 데시벨 이상인 난청 환자에게는 4년마다 총 950 유로의 보청기 비용을 지원한다. 본인부담률은 35%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는 곳은 일본으로,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청기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경우 연령에 관계없이 고도난청(70 데시벨) 이상과 심도 난청(90 데시벨) 이상의 두 단계로 나눠 난청 수준에 따라 특정 유형의 보청기를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최현승 교수는 “청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 국내 노인 난청 지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중앙부처 지원정책은 전무했으며 지자체 지원이 6개, 민간지원 1개로 확인됐다”며 “일회성 지원이 대부분이었고 65~70세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난청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급여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노인 난청 문제 해결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현재는 건강보험체계상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보청기 급여를  비장애인에게까지 확대하기 위해선  난청 질환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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