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을 둘러싼 보건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극한에 치달으며 내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과정에 역대급 난항이 예상된다. 2024년도 요양급여 비용을 결정하는 수가협상이 시작되는 11일 치과의사의 파업 등 보건복지의료연대는 2차 연가투쟁을 예고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의약단체장 간담회'를 개최한다. 예년과 비교해도 이미 한주 늦은 수가협상 상견례에 재정운영위원회 구성까지 지체되면서 협상 일정은 안갯속이다. 내년도 요양급여비 계약이 3주도 남지 않았지만 간담회 이후 협상 일정조차 나오지 않아 협상 결렬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SGR 모형(지속가능한 진료비 증가율, Sustainable Growth Rate)이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적용되는 점에 공급자 단체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공단은 올해 수가협상에 사용할 SGR모형은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모형 △MEI(의료물가지수, Medical Economic Index) 증가율 모형 △GDP 인상률과 MEI 증가율 연계 모형 중 가입자·공급자 간담회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재정운영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으면서 제도발전협의체 논의가 불발됐다. 따라서 이번 수가협상에선 지난해 적용한 SGR 개선 모형이 그대로 적용되는 가운데 4개 모형은 참고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 공단 측은 공급자단체를 위한 수가협상 개선책을 제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3월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2024년도 수가협상에서는 가입자와 공급자 간 의견 수렴을 통해 공급자가 의료현장의 실태와 경영상황을 가입자에게 의견 개진할 수 있도록 간담회 전 간담회 형태의 별도의 자리를 열겠다”고 약속하면서 "마지막날인 5월 31일 재정소위원회 개최시간을 19시에서 14시로 앞당겨 밤샘 협상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 약사회 관계자는 “건보공단의 노력만으로 제도 개선은 어렵다고 본다”면서 " 가입자 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밤샘 협상 개선책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매번 반복되는 불합리한 수가협상의 구조를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수가협상 자체를 보이콧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들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에 반발하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3일 연가투쟁에 이어 치과 의사들이 11일 하루 휴진을 예고한데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17일엔 '400만 연대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파업만은 하지 않겠다던 대한간호협회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간협 관계자는 10일 "간호사들은 그동안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해본 적 없지만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단체행동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14일까지 실시해 방향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간호법 제정안은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