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안)’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정부의 계획안이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실행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공략 가능한 분야에 매진하는 동시에,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기구 설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천연물 신약’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의약품정책연구소 서동철 소장은 해당 공청회에서 “미국 제약회사들은 1년에 쏟아붓는 R&D 비용이 80조원 정도 된다. 반면 우리는 전체 R&D 투입금액이 2~3조원 수준이며, 이마저도 최근에 와서 늘어난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3차 제약바이오 계획은 실제로 실행가능한 안인지에 대해 약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기업이 R&D에 투자하려면 약가 등 여러 가지 정책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정책을 전반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 또한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도 있지만, 현재 우리가 전략적으로 우위에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고령화, 희귀‧난치질환, 백신‧치료제 등이 언급된 건 좋다. 하지만 매년 최소 50조~60조원씩 10~20년씩 퍼붓는 미국조차 신약 개발보다 다른 회사 특허를 사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시작하는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의 신약을 개발하는 건 어렵다. 돈도 적고 우수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연물 신약’을 언급하며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를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 소장은 “(천연물 신약이) 100% 완전한 치료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강점으로 가질 수 있는 분야”라며 “미국 약대에는 관련 과가 다 없어졌다. 우리한테는 상당히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외국에선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기구, 국무총리 산하의 거버넌스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약가정책에 대한 지원도 강조했다. 제약사들이 임상3상 등 성공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신약 개발을 갑자기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약가에 발목을 잡혀서라는 지적이다. 해외수출 진입을 앞두고도 너무 낮게 책정된 국내 약가 때문에 수출과 내수를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건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이를 보고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학습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개발 초기에 평가를 면밀히 해서, 정말 좋은 약이고 시장에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약가와 수출까지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