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선택과 집중 필요…범정부 거버넌스 기구 만들어야”
‘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종합계획’ 공청회서 의약품정책연구소 서동철 소장 언급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12-15 06:00   수정 2022.12.15 09:04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안)’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정부의 계획안이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실행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공략 가능한 분야에 매진하는 동시에,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기구 설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천연물 신약’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의약품정책연구소 서동철 소장은 해당 공청회에서 “미국 제약회사들은 1년에 쏟아붓는 R&D 비용이 80조원 정도 된다. 반면 우리는 전체 R&D 투입금액이 2~3조원 수준이며, 이마저도 최근에 와서 늘어난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3차 제약바이오 계획은 실제로 실행가능한 안인지에 대해 약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기업이 R&D에 투자하려면 약가 등 여러 가지 정책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정책을 전반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 또한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도 있지만, 현재 우리가 전략적으로 우위에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고령화, 희귀‧난치질환, 백신‧치료제 등이 언급된 건 좋다. 하지만 매년 최소 50조~60조원씩 10~20년씩 퍼붓는 미국조차 신약 개발보다 다른 회사 특허를 사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시작하는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의 신약을 개발하는 건 어렵다. 돈도 적고 우수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연물 신약’을 언급하며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를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 소장은 “(천연물 신약이) 100% 완전한 치료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강점으로 가질 수 있는 분야”라며 “미국 약대에는 관련 과가 다 없어졌다. 우리한테는 상당히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외국에선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기구, 국무총리 산하의 거버넌스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약가정책에 대한 지원도 강조했다. 제약사들이 임상3상 등 성공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신약 개발을 갑자기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약가에 발목을 잡혀서라는 지적이다. 해외수출 진입을 앞두고도 너무 낮게 책정된 국내 약가 때문에 수출과 내수를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건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이를 보고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학습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개발 초기에 평가를 면밀히 해서, 정말 좋은 약이고 시장에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약가와 수출까지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복지부가 공개한 3차계획안 주요 내용은

이 날 복지부는 ‘제약바이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R&D(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창출) △투자‧수출(의약품 수출 2배 달성) △기업 육성(글로벌 수준의 제약바이오 기업 육성) △일자리(제약바이오산업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제도‧인프라(임상시험 글로벌 3위 달성) 등을 5대 목표로 삼은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10대 중점 추진과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한 전략적 R&D 투자 △보건안보 및 사회적 요구대응을 위한 R&D 투자 △AI‧빅데이터 등 신약개발 디지털 전환 촉진 △제약‧바이오분야 금융지원 강화 및 창업 지원 △제약‧바이오산업의 핵심 수출산업화 △제약‧바이오산업 핵심인재 양성 △제약‧바이오인력양성 생태계 조성 △신약개발 중심 국가 도약을 위한 제도 지원 △임상시험 글로벌 4위 달성을 위한 전략적 지원 △의약품 밸류체인별 인프라 강화 등으로 구성됐다. 

복지부 김건훈 보건산업진흥과장은 “보건안보 기술 확보를 위해 한국형 ARPA-H 등 혁신 체계를 수립해 R&D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세포치료, CAR-T, ADC, TPD 등 신규모달리티를 개발하고 미개처 분야 기술에 대한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메가펀드 조성을 통해 혁신신약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미국 행정명령 대응 및 G2G 협력을 강화해 투자와 수출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전문인력 양성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고 경험있는 임상‧규제과학 실무인재를 양성하고, 융‧복합 디지털 바이오 사이언티스트를 양성하겠다”고 전했다.

규제 혁신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약가 가치평가를 위한 제도개선과, 의약품 특성별 신속허가제도-동시급여심사로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도 개편하며, 글로벌 수준의 세제 혜택과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한다고 전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의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추진전략과 실천 과제에 대한 산‧학‧연 전문가 및 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계획안을 보완 후 관계부처와의 협의 및 ‘제약산업 육성‧지원 위원회’ 심의를 거쳐 종합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