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사제도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한 세 번째 연구용역이 이달 말 마무리를 앞두고 ‘약료’ 용어에 대한 정의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자칫 의료계의 진료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인데, ‘약료’가 진료권을 전혀 침범하지 않는다는 약사회와, 조금이라도 침해할 경우 의약분업 파기도 불사하겠다는 의사협회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양측의 의견을 취합해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양대형 사무관은 최근 열린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전문약사 제도와 관련해서 의료계가 ‘약료’라는 단어를 문제삼고 있다”며 “의협에서 말하길, 예전 전문 간호사에서도 ‘간료’라는 말이 있어서 시위를 했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그런 사태가 없도록 법령 공고 전 의협의 의견을 들어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 사무관은 “과목 이름에 약료가 들어가는데 약료라는 용어의 정의는 없다. 논문에도 쓰이고 있지만 법적으로 정의돼 있지 않다.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의료는 의사의 진료, 진단과 치료로 돼 있는데 약료는 아직 정의가 없다. 약사회 전문약사제도 협의체에 약료에 대해 고민해달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내년 4월 전문약사제도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마련을 위해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현재는 한국약학교육협의회가 세 번째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가 이달 완료될 예정이고, 다음달 복지부에 보고서를 넘기면 오는 10월 하위법령 초안이 완성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병원약사회가 2010년부터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10개 분과에서 운영하던 전문약사제도는 내년 4월 법 시행 후 복지부가 전문약사 자격을 인정하게 된다.
양 사무관은 “약사행위라는 것이 약사법에 있는데 약사행위에서 약료를 정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의협에서는 직역만 침해하지 않으면 되는데 약료라는 의미가 직역을 침해할 수 있는 오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확실히 정리해달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약사제도협의회장인 최미영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오는 30일 이번 3차 연구용역 결과를 논의할 예정인데, 약료 단어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명시해 전문약사제도에 표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약료’라는 단어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약사사호에서 통용된 단어이고 경기도 ‘방문약료사업’ 등의 조례규정에도 쓰이고 있다”며 “의료계가 지적하는 ‘약료’는 진료와는 전혀 상관없고 전문약사 행위에도 상위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료권을 침범할 어떤 소지도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약료는 ‘의약품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사가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되고 있는데,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전문약사제도에 쓰일 것”이라며 “약사회는 약사들이 통용돼 쓰고 있는 단어 중 ‘약료’와 같이 사전적 혹은 법리적 의미나 정의가 필요한 단어에 대해서는 기준 마련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의협은 ‘약료’의 정의가 조금이라도 의료를 침범할 경우 의약분업 파기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전문약사 교육과정은 8시간 근무로 따지면 9주 정도로 3개월 이내 끝나는 교육이다. 이 정도 수준에서 전문약사라는(의사로 따지면 전의인데) 자격을 줄 수 있는가. 교육도 병원 자체 교육에다 병원약사회에서 관리하는데 개국가 약사들이 전문과목을 표방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에 복지부를 방문한 것은 전문약사 목적이나 활용범위를 문의하기 위해서였다. 약료라는 말의 어원이 무엇인가. 의료는 의사의 진료, 진단과 치료를 말하는 것이다. 의사도 전문의가 있다고 했을 때 의사 업무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 외과의사의 업무범위는 전체 의사의 업무범위에 한정돼 있고, 한방이나 치과나 이런 범위를 침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사 역시 약사법에 준해서 외부로 더 확장해선 안 된다. 약료의 개념은 진료가 될 수 없다. 최대의 선은 복약지도”라고 못박았다.
그는 “3차 전문약사 연구용역이 나왔을 때 의협과 간담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10월말 세부법안 공표 전 의사회와 검증해서 의료영역의 침범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침범한다면 의약분업 파기를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계자에 따르면 전문약사제도는 공통 교과목 60시간, 전문 과목별 전공이론 140시간으로 구분되는 총 200시간 이상 전문약사 교육과정의 교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과목은 병원약사의 경우 ▲내분비약료 ▲노인약료 ▲소아청소년약료 ▲심혈관약료 ▲의약정보 ▲감염약료 ▲장기이식약료 ▲정맥경장영양약료 ▲종양질환약료 ▲중환자약료 등 10개 과목으로, 지역약국 약사는 병원약사 과목 중 내분비약료, 노인약료, 소아청소년약료, 심혈관약료 4개 과목에 2개 과목이 추가될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산업 약사는 2개 과목으로 축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