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트로닉코리아, '대리점 판매처 강제' 과징금 2.7억
공정위 조치…병원·구매대행업체 가격정보 제출 강제 시정명령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6-28 12:00   수정 2020.06.28 12:20
메드트로닉이 국내 대리점에게 판매병원과 지역을 강제해 2억 7천만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메드트로닉코리아가 국내 대리점들에게 판매병원·지역을 지정하고 지정된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의 영업을 금지한 행위와 병원·구매대행업체 등에 판매한 가격 정보 제출을 강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글로벌 1위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美)의 자회사로, 수술 관련 의료기기를 수입해 직접 또는 국내 대리점을 통해 병원 등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국내 의료기기 수입 시장에서 수입액 기준으로 1위 사업자이다(2018년 기준 매출액은 3,221억 원임).

대리점들의 판매병원·지역을 지정·제한: 메드트로닉코리아는 2009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최소침습치료·심장 및 혈관·재건 치료 관련 63개 의료기기 제품군(별첨)을 병원에 공급하는 총 145개 대리점에 대해 각 대리점별로 판매할 병원·지역을 지정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이들 대리점과의 계약체결시 대리점이 지정된 병원·지역 외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 계약해지 또는 판매 후 서비스(AS) 거부 등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계약조항 등을 두었다. 이에 따라 상기 대리점들은 정해진 병원·지역에 대해서만 메드트로닉코리아의 의료기기를 공급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공정위 조사개시 후인 2017년 5월부터는 지정된 거래처 외 영업시 계약해지 규정 등을 두지 않고 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계약서상 판매병원·지역 제한 규정 위반시 계약해지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대리점들을 구속하는 정도가 강했는데, 이로 인해 대리점 간 경쟁에 의해서는 공급 대리점이 변경될 수 없게 되는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

공정위는 메드트로닉코리아의 제품군별 시장점유율이 높아 대리점들 간 경쟁이 제한될 경우 병원 등 의료기기 사용자가 저렴한 가격에 의료기기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폐해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메드트로닉코리아가 공급하는 최소침습적 치료 관련 19개 제품군 중 8개 제품군이 시장점유율 50%를 초과하기 때문이다.(2017 회계연도 기준 100% 1개, 50% 이상 7개, 30% 이상 6개)

메드트로닉코리아는 판매처 지정 행위는 병원이 1개 의료기기 품목을 1개 대리점으로부터 공급받는 업계 관행(1품목 1코드 관행)에 따라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러한 행위는 코드관행에 따라 공급하고 있는 대리점들이 변경될 수 없도록 해 대리점 간 경쟁을 막은 행위에 해당되므로 타당성이 결여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구속조건부 거래) 및 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1의2 제7호 나목(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의 제한)을 적용해 시정명령(향후 행위금지명령) 및 과징금 2억 7,000만원을 부과했다.

대리점들에 대해 판매가격 정보 제출을 강제한 행위: 메드트로닉코리아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최소침습치료 관련 24개 의료기기 제품군(별첨)을 병원에 공급하는 총 72개 대리점에 대해 거래병원·구매대행업체에 판매한 가격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자신과 거래하는 대리점들에게 병원 등에 판매한 가격 정보를 자신이 운영하는 판매자정보시스템에 매월 업로드 하도록 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대리점들이 판매가격 정보를 제출토록 하기 위해 판매가격 정보를 대리점들의 '필수 제출사항'으로 규정했고, 계약서상에 대리점들이 해당 정보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한 정보의 정확도가 3개월 연속 85% 미만인 경우에는 서면통지로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

대리점이 판매정보를 메드트로닉코리아가 요구하는 시점에 제출했는지 여부를 대리점의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규정을 두기도 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공정위 조사개시 후인 2017년 11월부터는 판매가격 정보 제출을 대리점들의 '필수 제출사항'에서 '선택 제출사항'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의료기기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로서 자신과 거래하는 대리점을 용이하게 변경시킬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반면, 대리점들로서는 메드트로닉코리아와의 거래가 단절되는 경우 이를 대체할 만한 거래선을 찾기 어려워,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대리점들에 거래상 지위를 갖는다고 보았다.

의료기기는 수요처인 의료기관 등의 보수적인 구매 성향으로 인해 메드트로닉과 같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아, 일반 공산품에 비해 구매처나 판매처가 변경되기 어려운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위는 대리점의 개별 판매가격 정보는 본사에게 제공되는 경우 대리점의 구체적인 마진율(마진=판매가격–공급가격)이 노출되므로 본사와의 공급가격 협상 등에 있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수 있는 등 대리점이 공개를 원치 않는 영업 비밀에 해당된다고 전제했다.

판매가격 정보는 의료기기법 등 관련법상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메드트로닉코리아의 제품 A/S·마케팅 활동과도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대리점들에게 이를 제출하도록 강제해 대리점들의 경영활동의 자율성을 부당하게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공정위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제10조(경영활동 간섭 금지) 및 대리점법 시행령 제7조 제2호(영업상 비밀 정보 요구)'를 적용해 향후 행위금지명령(시정명령)을 내렸다.

다만, 메드트로닉코리아가 법 위반기간 동안 제출받은 판매가격 정보로 인한 대리점 피해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과징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의료기기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가 의료기기 유통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대리점들의 판매처를 엄격히 제한하는 행위가 법위반에 해당됨을 분명히 한 사례"라며 "향후 의료기기 시장에서 1품목 1코드 관행을 빌미로 대리점의 판매처를 지정·제한하는 경쟁제한적 거래형태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본사가 대리점에 대해 영업 비밀에 해당되는 판매가격 정보를 요구하고 제출을 강제할 경우 대리점법(2016년 12월 23일 시행)에 위반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의미가 있다"며 "본사-대리점 간 거래에서 본사가 대리점들에 판매가격 정보 등 영업비밀 정보를 요구해 이를 대리점 공급가격 등에 반영하는 행위가 근절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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