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제네릭업계 우회전략 마련에 부심
벤처캐피탈과 제휴·R&D 조직 구조조정 등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5-03-29 17:18   수정 2005.03.29 17:42
특허법 개정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해진 인도의 제약기업들이 우회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上場)된 인도 유일의 제약기업 닥터 레디스 래보라토리스社(Dr. Reddy's)는 ICICI 벤처와 총 5,600만 달러 규모의 제휴계약을 체결키로 합의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각종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소요될 재정부담을 덜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결정. ICICI 벤처는 5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인도 최대의 민간 벤처캐피탈 펀드이다.

닥터 레디스측은 "ICICI 벤처측이 (우리의 미국지사가) 올해와 내년에 미국시장 공략용 제네릭 제품들의 개발·등록과 법적 절차를 밟는데 소요될 비용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계약은 또 오는 3월 31일부터 효력이 발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닥터 레디스의 G. V. 프라사드 회장은 2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도에서 이 같은 방식의 제휴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0여종에 달하는 다양한 제네릭 의약품들에 적용될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실제로 제품이 발매되면 5년 동안 ICICI 벤처측에 순매출액의 일정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프라사드 회장은 더 이상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대해서는 공개를 유보했다.

닥터 레디스는 인도 제약업계에서 매출액 대비 R&D 투자규모가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혀 왔던 제약기업. 지난 분기에도 매출액의 15%를 제네릭 제형 개발 또는 신약개발을 위한 R&D에 아낌없이 지출했을 정도다.

그러나 닥터 레디스는 최근 미국의 제네릭시장에서 경쟁이 갈수록 고조됨에 따라 수익성이 저하되는 상황에 직면해 왔던 데다 최근 2년여 동안은 덩치가 큰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화이자社가 발매 중인 항고혈압제 '노바스크'(암로디핀)의 제네릭 제형을 발매할 수 있기 위해 진행했던 소송에서 패소했고, 사노피-아벤티스社의 항응고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 및 일라이 릴리社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자이프렉사'(올란자핀) 등 현재 진행 중인 소송도 전망이 불투명한 형편이어서 부담이 가중되어 왔다는 후문이다.

또 지난해 12월 26일 현재 닥터 레디스가 FDA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에 있던 39개 제네릭 제품들도 대부분 크고 작은 소송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닥터 레디스측이 최근 수 개월 동안 R&D 비용을 분담할 파트너를 물색해 왔던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프라사드 회장은 "ICICI 벤처측이 미국시장 공략용 제네릭 제품의 개발에 소요될 자금을 조달해 주면, 우리는 다른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닥터 레디스는 현재 1억5,000만 달러 안팎의 현금자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금은 ▲미국의 피부질환 치료제 시장을 공략할 바이오제네릭 사업부의 설립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약개발 프로젝트 자금 ▲해외에서 M&A 후보기업 물색 등에 충당한다는 것이 닥터 레디스측의 복안이다.

프라사드 회장은 "이번 계약으로 ICICI 벤처측으로부터 들어올 1단계 자금은 2,250만 달러이며, ICICI 벤처측이 지원계속 유무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는 2단계 자금은 3,350만 달러"라고 밝혔다.

그는 "ICICI 벤처와 손을 잡게 됨에 따라 우리가 다른 제약기업의 R&D 부문과 파트너십 관계를 추가로 구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R&D 분야에서 제휴관계를 구축하면 그 만큼 상대방에 많은 몫을 떼어주어야 할 것이므로 실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프라사드 회장이 밝힌 이유이다.

한편 인도 최대의 제약기업인 랜박시 래보라토리스社(Ranbaxy)도 일종의 '양동전략'(dual strategy)을 최근 공개했다.

연구의 집중도를 높이고 성공확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행 R&D 시스템을 둘로 구분하는 구조조정 플랜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

랜박시의 브라이언 템페스트 회장은 "R&D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약물전달체계(DDS) 분야와 제네릭 의약품 개발 부문의 연구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재 랜박시는 항말라리아 치료제 'RBX 11160'의 임상 2상 시험과 아토르바스타틴제제의 제네릭 제형 개발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