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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13년 만에 단행되는 가장 강력한 제도 개편으로 제약업계를 강타했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는 지난 11월 28일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혁신 신약의 가치 보상과 제네릭(복제약)의 구조적 조정을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개편안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확보된 재원을 희귀질환 치료제와 필수의약품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크게 ‘혁신 신약 접근성 강화’와 ‘제네릭 약가 산정 체계 개편’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제네릭 약가 40%대로 하향 조정은 가장 파급력이 큰 대목이다. 기존 오리지널 약가의 53.55%로 책정되던 제네릭 산정률을 40%대로 대폭 낮춘다. 특히 2012년 이후 13년 이상 가격을 유지해 온 기등재 품목 약 3,000여 개를 대상으로 2026년 하반기부터 3년에 걸쳐 순차적인 인하가 단행될 예정이다.
또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 기간을 현재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아울러 해외 약가와의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시 가격과 실제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 ‘약가 유연계약제(이중약가제)’ 적용 대상을 바이오시밀러와 특허 만료 오리지널까지 확대한다.
계단식 약가 인하 기준 강화를 통해 후발 제네릭의 난립을 막기 위해 계단식 약가 인하 적용 시점은 현행 21번째 품목에서 11번째 품목으로 대폭 앞당긴다.
또 사용량-약가 연동제 등 복잡했던 사후관리 주기를 연 2회(4월, 10월)로 일치시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3~5년 주기의 주기적 약가 조정 기전을 신설한다.
정부의 발표 직후 제약업계는 기업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확연히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도, 전반적으로는 ‘당혹감과 우려’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 “제네릭 수익으로 신약 개발하던 선순환 구조 붕괴”
국내 중견·중소 제약사들은 이번 개편안을 사실상의 ‘고사 작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다수 국내 기업은 제네릭 수익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해 왔다. 제네릭 약가가 40%대로 떨어지면 당장 영업이익률이 급락해 미래 성장을 위한 R&D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협회 측은 "글로벌 규제 강화와 원가 상승 속에서 일방적인 약가 인하는 보건 안보를 책임지는 국내 제조 기반을 허물 것"이라며 정책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신약 가치 인정은 긍정적이나 사후관리 부담 상존”
글로벌 제약사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100일 이내 등재와 유연계약제 확대는 숙원 사업이었다. 한국 시장에서의 신약 출시 기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기적인 약가 조정 기전 신설과 사후관리 강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업계 “유연계약제 확대로 해외 진출 유리”
유연계약제 대상에 바이오시밀러가 포함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국내 고시 가격(표시 가격)을 높게 유지해야 해외 수출 시 제값을 받을 수 있는데, 이번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은 단순한 약값 인하를 넘어 국내 제약 산업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낮은 기술력으로 복제약만 대량 생산하던 기업들은 퇴출 위기에 몰릴 것이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았거나 고부가가치 신약에 집중하는 기업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또한 업계는 약가 인하가 생산 중단으로 이어져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원가 보전 방식 개선'이 실효성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1분기 시행을 목표로 추가 의견 수렴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의 반발이 거센 만큼, 구체적인 인하 폭이나 시행 시기를 두고 정부와 산업계 간의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이번 11.28 약가 정책은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빛'과 국내 제약 기반의 수익성 악화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안고 있다. 정부가 산업계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세밀한 '연착륙 로드맵'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정책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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