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세계적 제약 R&D 메카 부상 예약
현재도 생산량 기준 세계 4위, 매출액은 13위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5-02-01 19:57   수정 2005.02.01 19:59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세계 경제포럼에서 만난 머크&컴퍼니社의 레이먼드 길마틴 회장이 인도에서 대규모 R&D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임을 내게 귀띔해 줬다."

인도 통상산업부의 카말 나트 장관이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이날 나트 장관은 "올해 1월 1일부로 제정된 새로운 의약품 특허법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의회의 비준을 얻을 것이며, 이에 따라 인도가 제약 R&D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야당인 인도사회당 등에 반대에 부딪혀 새로운 지적재산권 제도의 도입이 무산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설명.

나트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그 동안 한목소리로 인도가 의약품 관련특허에 대한 해적행위를 일삼아 왔다며 비난해 왔던 세계 각국의 제약기업들이 특허법 개정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혹시라도 의회의 비준절차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제기해 왔음을 의식한 결과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도의 새로운 특허법은 2월 중 열릴 정기의회에서 비준을 거쳐야 비로소 완전한 법으로 발효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오늘날 인도는 이미 생산량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 4위, 매출실적 기준으로는 세계 13위에 올라 있는 세계적인 제약산업국. 특히 제네릭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생산량과 매출실적을 기준으로 한 순위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인도 내수의약품 가격이 워낙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 이 때문에 랜박시 래보라토리스社(Ranbaxy)와 닥터 레디스 래보라토리스社(Dr Reddy's) 등 이 나라 굴지의 제약기업들은 미국 등 거대시장에서 제네릭 제품을 발매하는데 주력해 왔다.

컨설팅기관 맥킨지&컴퍼니社는 "현재 100억 달러 수준에 달하는 인도 제약산업의 매출액 규모가 오는 2010년에 이르면 250억 달러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한편 최근 세계 제약업계에서는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8억 달러 이상의 개발비가 투자되고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8억 달러는 개발실패에 따른 부담까지 포함된 수치.

그러나 나트 장관은 "특유의 저비용 구조와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장차 인도가 R&D 중심지로 부상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만 하더라도 랜박시社와 긴밀한 R&D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인도에 R&D 부문을 아웃소싱하고 있거나, 새로운 아웃소싱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을 정도라는 것.

나트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의약품을 제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도를 국제적인 제약·의료 관련연구와 임상시험의 허브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트 장관은 "왜 R&D를 위해 인도에 가야 하는가"라는 우문을 던진 한 기자에게 "인도에 오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현답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도로 숙련된 약학자와 화학자, 생물학자, IT 전문가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데다 임상시험 진행에 소요되는 비용이 북미와 유럽지역에 비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저렴하다는 사실 등 장점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영어에 능통하고, 이전에 각종 약물에 노출되었던 전력도 없는 임상시험 대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강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나트 장관은 덧붙여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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