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초진 '7일 처방' 놓고 충돌…"안전장치" vs "과도한 규제"
약사회 "7일 원칙 고수·30일 예외 축소"…원산협 "의사 판단 따른 처방 보장해야"
약준모도 야간·휴일 예외·배송 관리 공백 비판…약사회, 11월 보완입법 추진
전하연 기자 │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20 06:00   수정 2026.10.20 06:01
장보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대외협력본부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열린 전문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하위법령이 공개되자 초진 처방일수를 비롯한 세부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초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를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한 데 대해 약사사회는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추가 보완을 요구한 반면, 비대면진료 산업계는 환자의 의료접근성과 의료인의 판단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특히 양측 모두 진료·처방 이력을 확인할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1회 최대 30일 처방' 예외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해법에서는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부가 19일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관련한 의료법 시행규칙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대한약사회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전문언론 대상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밝혔다.

개정안은 초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를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하면서,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는 경우 1회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장보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대외협력본부장은 "처방 7일 제한 원칙은 고수해야 한다"며 7일 이후에는 환자의 경과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면진료 원칙과 비대면진료의 보완적 성격을 지키기 위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약사회는 오히려 30일 예외가 지나치게 넓다고 봤다. 비대면진료 기록까지 진료 이력으로 인정하면 초진으로 7일분을 받은 뒤 다시 비대면진료를 통해 30일분을 처방받아 사실상 37일 처방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진료 이력을 최근 6개월 이내 대면진료 등으로 제한하고,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7일 원칙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예외 처방일수는 30일이 아닌 14일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초진 7일 제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행규칙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원산협은 초진 비대면진료에 지역 제한과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 제한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처방일수까지 7일로 제한하는 것은 중복 규제라고 주장했다. 진료·처방 이력을 확인하고 의사가 치료 지속 필요성을 판단한 경우에도 30일 처방을 단 한 차례만 허용하면 만성·관리질환자의 치료 지속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이미 30일 예외를 적용받았는지를 확인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위반 책임까지 의료인에게 부과하면 30일 처방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예외 적용 횟수 제한을 철회하고 환자의 진료 이력과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처방일수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산협은 자체 조사에서 만성·관리질환 비대면진료 이용자의 58.0%가 30일을 초과하는 처방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며, 초진 처방 제한이 반복 적용될 경우 진료 횟수와 환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초진뿐 아니라 재진 비대면진료에도 처방일수 상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올해 상반기 정부 등과의 하위법령 논의 초기부터 재진 처방일수 제한을 요구했지만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약사회는 비대면진료로 수백 일분의 의약품이 한 번에 처방된 사례도 확인됐다며, 정기적인 대면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재진 비대면진료의 1회 처방일수를 최대 60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간·휴일 진료를 비대면진료 비율과 건수 제한 산정에서 제외한 규정에는 대한약사회와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이 나란히 문제를 제기했다.

약사회는 평일 오후 8시 이후와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휴일 진료를 비대면진료 비율 30%와 의사 1인당 월평균 500건 산정에서 제외하면 특정 시간대에 진료를 집중하는 사실상의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이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본부장은 이를 "전담기관처럼 운영될 수 있는 굉장히 큰 틈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준모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야간·휴일 진료 제외가 비대면진료 중심 운영을 막겠다는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공공 시스템 가동 전 처방 이력 확인과 처방전 위·변조, 중복조제를 방지할 절차를 구체화하고 의료기관·플랫폼·배송업자별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국 외 의약품 인도와 관련해서는 브리핑에서 마약류 배송 문제가 추가로 제기됐다.

장 본부장은 약국 외 인도 대상 환자에게 마약류 처방이 가능한 경우 마약류까지 배송을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누가 배송하고 사고 발생 시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약사회와 약준모는 배송업자 관리 역시 개별 약국에 맡길 것이 아니라 등록제와 실효적인 제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정부가 시설·인력과 배상보험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배송업자를 등록·공고하고 약국은 등록된 업체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약사회가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등록제를 먼저 제안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약사회는 입법예고 기간 복지부와 추가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비대면진료 전담약국 금지 등을 위한 보완입법에도 나설 계획이다.

장 본부장은 관련 입법을 준비해 왔지만 약 배송 확대 논의가 불거지면서 추가적인 제도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잠시 보류해왔다며, 시행규칙 내용을 검토한 뒤 다른 보완입법 과제와 함께 추진할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지금은 11월 소위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개정 의료법 시행일인 12월 24일과 보완입법 사이의 공백도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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