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배송 저지 한목소리인데…약사사회 '비대위·임총·불신임' 격랑
대약 9일 청와대 앞 비대위 발대식…서울시약은 임시총회 공식 요구
실천약 권영희 불신임 추진…약준모와 13일 장외집회 예고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09 06:00   수정 2026.09.09 06:01
정부의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방침을 둘러싸고 약사사회가 저지 투쟁에 나선 가운데, 대응 방식과 집행부 책임론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확산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정부의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방침을 둘러싸고 약사사회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대응 방식을 둘러싼 내부 진통도 커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신속한 대정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약사회는 대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 개최를 공식 요구했다. 실천하는약사회는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에 대한 불신임 촉구 동의서 접수에 나섰고,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과 함께 오는 13일 장외집회도 예고했다.

약 배송 확대 저지라는 목표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현 집행부를 중심으로 비대위에 힘을 모을지, 대의원총회를 통해 대응체계의 권한과 정당성을 다시 확인할지를 놓고 약사사회 내부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정부가 비대면진료 의약품 재택수령 대상을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부터다.

오는 12월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법은 비대면진료 후 의약품 재택수령 대상을 △섬·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유형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국회를 통과한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약 배송 전면 확대 방침을 제시한 것은 환자 안전과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영희 회장도 지난 5일 서울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해 약 배송 확대는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법 개정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권 회장은 개정 의료법에 5개 환자군을 명시한 것은 약 배송 확대를 허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임의적 확대를 막기 위한 '방어선'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약사회는 기존 '비대면진료 제도화 대응 TF'를 확대·재편해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책·입법 대응, 대관 활동, 대국민 홍보 등을 비대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현 비대위만으로 회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5일 서울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대한약사회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대의원들은 비대위 자체보다 구성 과정과 권한의 정당성이 중요하다며 대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총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약사회는 결국 긴급안건으로 대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건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비대위의 필요 여부보다 비대위의 권한과 정당성을 어디에서 부여받을 것이냐에 가깝다.

현재 대한약사회 비대위는 집행부 주도로 구성된 조직이다. 반면 임총 개최를 요구하는 측은 대의원총회를 통해 현 비대위를 추인하거나 확대·개편할지, 별도 대응체계를 만들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도 유사한 전례가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024년 의대정원 증원 사태 당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하고 투쟁 관련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했다. 약사사회 일각에서 대정부 투쟁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대한약사회 역시 대의원총회를 통해 총의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권 회장은 현안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지금은 비대위를 중심으로 즉각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임총 개최에 필요한 시간과 절차에 매달리기보다 당장의 정부 움직임을 막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집행부는 대응의 신속성, 임총 요구 측은 대표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앞세우고 있는 셈이다.


집행부 책임론, 불신임으로 번져…장외투쟁도 본격화

일부에서는 임총 개최 요구를 넘어 권 회장의 책임을 직접 묻고 있다.

실천하는약사회는 최근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 탄핵(불신임) 촉구 동의서'를 공개하고 불신임 추진을 위한 동의서 접수에 나섰다.

실천약은 약 배송 확대를 선제적으로 막지 못한 데다 대외적으로는 '원천 저지'를 강조하면서도 회원들에게는 '확정된 바 없다'는 취지로 설명해왔다고 주장하며 집행부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한약사 문제와 창고형 약국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대응도 문제 삼으며 권 회장의 리더십과 대관 역량 전반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집행부 책임론이 불신임 요구로까지 번진 가운데, 대한약사회는 9일 정오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대면진료 약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대외 투쟁에 나선다.

발대식에는 권영희 회장을 비롯해 비대위 공동위원장과 16개 시도지부장, 비대위 각 팀장·팀원 등 4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권 회장의 투쟁 선포와 대회사에 이어 비대위 활동 방향 발표, 약 배송 확대 저지 결의 발언, 미래약사·젊은약사 연대 발언, 투쟁결의문 낭독 등이 예정돼 있다.

대한약사회는 비대위를 중심으로 정부와 플랫폼 업계의 약 배송 확대 추진에 대응하는 한편 국회·시민사회와의 공조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별도의 장외집회도 예정돼 있다.

약준모와 실천약은 오는 13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도로에서 '비대면진료 확대 및 약배송 추진 규탄! 의료민영화 저지와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약준모는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확대가 민간 플랫폼과 자본의 의료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지역 일차의료와 동네약국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로 연대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만 대한약사회와 약준모·실천약의 움직임을 서로 대립하는 별개의 전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박현진 약준모 회장은 9일 대한약사회 비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젊은약사 연대 발언에 나설 예정이며,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역시 13일 약준모·실천약의 장외집회 현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약 배송 확대 저지라는 목표에서는 연대하면서도 대응의 구심점과 방식에서는 각기 다른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결국 현재 약사사회에서는 대한약사회 비대위 중심의 신속 대응과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한 총의 확인, 집행부 불신임 요구와 별도 장외투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약 배송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과 대응체계를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는 만큼 대외 투쟁의 동력을 확보하면서 내부 결집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약사사회 대응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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