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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 확인 후 구매하려는 소비가 확산되면서 ‘임상 입증’ ‘인체적용시험 완료’ 등의 광고 표현이 급증하자 이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활용한 표시광고 위반 사례를 공개하고, 시험 결과와 광고 문구가 맞는지 들여다보는 기준을 구체화했다.
최근 쟁점이 된 곳은 영국이다. 영국 광고표준청(ASA)은 지난 4~5월, 가르니에(Garnier),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 유세린(Eucerin), 111스킨(111Skin)의 화장품 광고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문제가 된 표현은 모두 'Clinically Proven', 즉 '임상적으로 입증됐다'는 문구였다.
로레알 산하 브랜드 가르니에는 비타민 Cg 세럼 광고에서 "2주 만에 과색소침착이 줄어드는 것이 임상적으로 입증됐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로레알은 해당 표현의 근거로 44명 대상 10주 임상시험과 멜라실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ASA는 해당 시험이 표본 규모가 작고, 무작위 배정 방식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시험이 영국보다 덥고 햇빛이 강한 국가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험 대상자의 피부 유형 분포가 영국 소비자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고, 시험 과정에서 자외선 노출 제한과 SPF 사용 등 실제 광고 장면과 다른 조건이 들어간 점을 근거로 광고 문구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또한 일부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더라도 변화 폭이 작고, 결과가 일부 대상자에게만 나타났으며, ‘2주 뒤 다크스팟이 덜 보인다’는 응답은 주관적 자기보고에 해당해 '임상 입증' 문구를 뒷받침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바이어스도르프의 유세린은 지하철에 게재된 '하이알루론 필러 에피제네틱 세럼' 광고에서 "최대 5년 어려 보임"과 "임상 입증"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ASA는 이 표현이 바이어스도르프 측이 제출한 '160명 대상 4주 제품 사용시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되는지를 문제 삼았다.
바이어스도르프 측은 광고 표현이 생물학적 나이 변화가 아니라 사용자가 스스로 느끼는 외관상 나이를 뜻한다고 설명했지만, ASA는 "소비자가 이를 '제품이 최대 5년 더 어려 보이는 피부 외관 개선 효과를 임상적으로 입증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다.
ASA는 제출된 시험에 대조군이 없고, 참가자 모집 방식과 사용 조건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외관상 나이 평가는 "자기보고식이고 주관적"이라며 '임상 입증' 표현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11스킨의 '엑소좀 페이스 리프트' 광고는 '엑소좀 페이스 리프트'라는 제품명부터 ‘피부를 20% 리프팅한 것이 임상적으로 입증됐다’ '마이크로스피큘 전달 시스템이 활성 성분 흡수를 높인다'는 표현이 모두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ASA는 소비자가 이 광고를 '제품이 얼굴 피부에 눈에 띄고 측정 가능한 리프팅 효과를 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다. 111스킨이 제출한 임상시험은 30명 대상 28일 연구였고, 피부의 '리프팅된 모습'을 10점 척도로 평가해 평균 20.42% 개선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으나, ASA는 대조군이나 위약군이 없고, 리프팅 평가는 주관적 임상 등급 평가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마이크로스피큘 전달 시스템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ASA는 침투·투과 시험이 1명을 대상으로 얼굴이 아니라 팔 부위에 적용한 시험이었으며, 엑소좀이 세럼 형태로 얼굴에 적용됐을 때 광고에서 설명한 피부 장벽 효과를 낸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임상 입증' 표현을 사용하는 순간 브랜드가 더 높은 수준의 근거를 요구받는다고 봤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제이에스 헬드(J.S. Held)의 규제·제품안전 부문 선임 과학자 루시 브라운(Lucy Brown)은 유럽 뷰티 전문 매체 뷰티매터와의 인터뷰에서 "'clinically proven'을 라벨이나 광고에 사용하는 순간, 그 표현은 주관적 사용시험보다 기기 측정 등 객관적 근거가 필요한 주장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화장품 효능 표현에 대한 광고심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미광고국(NAD)은 지난 1월 U뷰티(U Beauty) '리서페이싱 플래시 필(Resurfacing Flash Peel)' 제품 광고 중 ‘전문가 수준의 결과를 집에서 5분 만에 얻을 수 있다’ ‘임상 등급 각질 관리’ ‘한 번 사용 후 더 밝고 매끄러운 피부와 작아 보이는 모공’ 표현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했다. U뷰티는 심의 과정에서 해당 광고 표현을 영구 중단하기로 했고, NAD는 이를 권고에 따른 중단으로 간주했다.
또 지난해 SBLA 뷰티(SBLA Beauty)의 눈가 전용 세럼 제품인 '아이 리프트 완드' 광고에서 ‘집에서 하는 첫 아이 리프트’ ‘몇 분 만에 눈꺼풀을 리프팅하고 매끈하게 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입증됐다’는 표현이 수술과 유사한 결과를 기대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NAD는 일부 눈가 외관 개선 표현은 근거가 있다고 봤지만, 실제 근거가 안검성형 등 수술 결과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집에서 하는 첫 아이 리프트’ 표현은 중단하고, ‘몇 분 만에 눈꺼풀을 리프팅하고 매끈하게 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입증됐다’는 표현은 즉각적 효과가 눈가 밝기 개선에 관한 것인지, 주관적 평가 결과인지 명확히 하도록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활용한 광고 문구를 더 깐깐하게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화장품 인체적용시험기관 대상 정책설명회에서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토대로 한 화장품 광고가 늘고 있다며 광고 실증 책임을 강조했다.
식약처 화장품정책과 김대기 사무관은 당시 "인체적용시험 자료가 실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광고는 표시광고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며 "광고 실증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책임판매업자에게 있지만, 실제 광고를 게시한 일반 판매자에게도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화장품정책과 이용준 주무관은 "인체적용시험 자료를 광고 실증에 활용할 경우, 시험의 설계와 결과가 광고 문구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모공 수가 줄어든다'는 표현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주장으로 잘못된 광고에 해당할 수 있지만, "인체적용시험 결과에 따라 눈에 보이는 모공의 수가 줄어든다"는 표현은 실증자료와의 일치 여부에 따라 용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설문 위주의 주관적 평가만으로 효능을 입증하려 하거나, 동일 부위·동일 조건에서 측정되지 않은 자료를 활용한 경우도 부적절한 사례로 제시됐다. 탈모 개선 효능을 주장하면서 대조군 없이 시험을 설계한 경우, 빗질 횟수나 모발 수를 측정하면서 측정자의 일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도 실증 타당성이 부족한 사례로 언급됐다.
표현 자체가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으면 실증자료 유무와 관계없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문구나 의료 전문가의 인증을 암시하는 표현도 화장품 광고에서 사용할 수 없다. ‘무자극’ ‘속눈썹 길이 개선’ ‘30년 묵은 기미’ ‘피부 나이 12살 어려짐’ ‘피부과 전용’ '의사가 개발' 등이 그 예다.
이 주무관은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소비자들이 더 선호할 것 같은 문장을 넣는 경우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실증한 결과 그대로를 광고 문구로 쓰는 걸 권장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온라인 허위·과대 광고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위반 사례에 대해 행정조치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의 화장품 영업자 행정처분 427건 중 표시·광고 위반 사례는 324건으로 76%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의약품 오인 광고가 1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비자 오인 광고 84건, 기능성화장품 오인 광고 36건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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