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양성이라고 모두 암은 아니다”…자궁경부암 검진, ‘정밀 분별’ 시대로
[인터뷰] 정요셉 교수 “검진 목표는 HPV 발견 아닌 암 발전 가능성 예측”
Pap test가 이끈 자궁경부암 예방 성과…이제는 실제 병변 진행 위험 평가 중요
HPV DNA 검사 확산 속 ‘누가 진짜 위험한 환자인가’ 선별하는 시대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6-12 06:00   수정 2026.06.12 06:01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병리과 정요셉 교수가 약업닷컴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자궁경부암은 예방이 가능한 대표적인 암으로 꼽힌다. 실제로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시행되고 있는 자궁경부 세포검사(Pap test)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자궁경부암 발생률과 사망률 감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자궁경부암 검진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단순히 암을 발견하는 수준을 넘어,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환자 가운데 실제로 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들이 HPV DNA 검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검진 전략을 권고하면서, 국내에서도 HPV DNA 검사와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 진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병리과 정요셉 교수는 최근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은 이제 HPV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평가하는 정밀 분별(triage)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HPV DNA 검사와 바이오마커 기반 검사가 함께 활용되는 정밀 검진 체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궁경부암 예방 이끈 Pap test…병리과 역할 더욱 중요해져
정 교수는 자궁경부암 검진에서 병리과의 역할을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형사가 수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듯 병리과는 세포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질병의 발생 원인과 진행 정도를 밝혀내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은 병리학 발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30년대 그리스 출신 병리의사 조지 파파니콜라우가 개발한 Pap smear(Pap test)는 이후 전 세계 자궁경부암 검진의 표준 검사로 자리잡았고, 선진국의 자궁경부암 발생률 감소를 이끌었다.

국내 역시 1980~1990년대부터 자궁경부암 검진이 도입됐으며, 2005년부터는 국가암검진사업에 포함돼 만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검진이 시행되고 있다.

정 교수는 “국가검진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지난 20년 동안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크게 감소했고 조기 발견 사례도 늘어났다”며 “과거 여성암 발생 순위 상위를 차지하던 자궁경부암이 현재는 상당 부분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검진 환경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과제도 등장했다.

과거에는 진행성 자궁경부암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현재는 전암성 병변이나 초기 병변을 더욱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Pap test의 한계…“놓치지 않는 검사 필요”
현재 국가암검진의 기본 검사인 Pap test는 자궁경부 표면에서 채취한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문제는 이 검사가 세포 형태를 기반으로 진단하는 만큼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Pap test 결과에 따라 추가 조직검사나 치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병리과 의사들은 매우 보수적으로 판독할 수밖에 없다”며 “고등급 전암성 병변으로 판단할 경우 환자는 추가 조직검사나 시술을 받게 되므로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Pap test의 품질은 학회 중심의 철저한 정도관리 덕분에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특이도는 높은 반면 민감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검사로 알려져 있다.

특이도는 실제 정상인을 정상으로 정확히 판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반면 민감도는 실제 이상 소견을 가진 환자를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를 의미한다.

즉 Pap test는 정상인을 잘 가려내지만 일부 병변은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문제는 판독자의 경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Pap test는 슬라이드 한 장 한 장을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한다. 검사 결과의 95% 이상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 존재하는 이상 세포를 찾기 위해 모든 슬라이드를 검토해야 한다.

정 교수는 “사람이 직접 판독하는 검사인 만큼 판독자마다 민감하게 보는 경우도 있고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에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AI 기반 보조 판독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HPV DNA 검사 확산…그러나 HPV 양성이 곧 암은 아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HPV DNA 검사다.

Pap test가 세포 형태를 관찰하는 검사라면 HPV DNA 검사는 PCR 기술을 활용해 HPV 바이러스 자체를 검출하는 검사다.

바이러스가 극소량만 존재하더라도 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Pap test보다 높은 민감도를 갖는다.

실제로 WHO는 2021년부터 HPV DNA 검사를 자궁경부암 1차 검진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HPV DNA 검사를 중심으로 한 검진 체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HPV DNA 검사가 만능은 아니다.

정 교수는 “HPV가 검출됐다고 해서 모두 암이나 전암성 병변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HPV 감염 자체와 실제 암 발생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HPV DNA 검사에서는 약 20~30% 수준에서 양성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전암성 병변으로 확인되는 경우는 5% 미만에 불과하다. 즉 HPV 양성 환자 대부분은 실제로 암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정 교수는 “HPV 감염은 상당수가 자연 소실된다”며 “검진의 핵심은 HPV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HPV 양성 환자 가운데 실제 병변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요셉 교수.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새로운 패러다임 ‘분별(Triage)’…누가 진짜 위험한 환자인가
최근 자궁경부암 검진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는 개념은 ‘환자 분별(Triage)’이다.

HPV DNA 검사를 통해 HPV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HPV 양성 결과만으로 조직검사를 시행하거나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실제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선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p16/Ki-67 이중염색(Dual Staining) 검사다.

이 검사는 HPV 감염 이후 세포가 실제 전암 단계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바이오마커 검사다.

p16은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단백질이며 Ki-67은 세포 증식을 의미하는 단백질이다.

정상 세포에서는 두 단백질이 동시에 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HPV 감염으로 인해 세포주기 조절 기능이 깨지고 암 발생 과정이 시작되면 p16과 Ki-67이 동시에 발현될 수 있다. 즉 단순히 바이러스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실제 발암성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HPV DNA 검사가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라면 p16/Ki-67 이중염색 검사는 실제 병변 진행 위험을 평가하는 검사”라며 “Pap test보다 민감도가 높고 HPV DNA 검사보다 특이도가 높아 두 검사의 장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도 주목…정밀 검진 시대 예고
대표적인 p16/Ki-67 이중염색 검사인 CINtec PLUS는 최근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32개 기관에서 3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IMPACT 연구에서는 HPV 양성 여성에서 고위험 병변을 기존 Pap test보다 더 높은 정확도로 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PV 16·18형 양성 여성에서 CIN2 이상의 병변에 대한 민감도는 91.2%, CIN3 이상의 병변에 대한 민감도는 91.9%를 기록하며 Pap test를 상회하는 성능을 보였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WHO와 미국 자궁경부암병리학회(ASCCP)는 HPV 양성 환자 관리 과정에서 p16/Ki-67 이중염색 검사를 활용한 위험도 분류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의정부성모병원을 비롯해 강남차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여러 기관에서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으며 해외 연구와 유사한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정 교수는 “가이드라인에 포함된다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축적됐다는 의미”라며 “국내에서도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활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이 찾는 시대에서 더 정확히 찾는 시대로”
정 교수는 국내 자궁경부암 검진 체계가 현재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진행성 암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현재는 전암성 병변을 보다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HPV DNA 검사, p16/Ki-67 이중염색 검사, AI 기반 판독 기술이 기존 Pap test를 보완하며 정밀 검진 체계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국내 병리 진단 체계는 지난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며 “앞으로는 HPV DNA 검사와 바이오마커 기반 검사, AI 기술이 결합된 보다 정밀한 검진 체계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진의 목적은 단순히 HPV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라며 “자궁경부암 검진 역시 더 많이 찾는 시대에서 더 정확하게 찾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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