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혈액뇌장벽’ 정조준…알츠하이머·파킨슨 공략 속도
TFR 기반 셔틀 플랫폼 확대
사이뉴로·애로우헤드·시로나스 잇단 투자
“BBB는 이제 공학적 문제” 신경질환 시장 선점 전략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29 06:00   수정 2026.05.29 06:01

노바티스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공략을 위해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BBB)’ 돌파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단일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셔틀 플랫폼과 전달체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통해 차세대 신경과학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BBB를 통과할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이 차세대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BBB는 뇌 내부 혈관 표면을 보호하며 특정 화학물질의 출입을 엄격히 조절하는 장벽으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로 꼽혀왔다.

노바티스는 최근 미국 바이오텍 사이뉴로 파마슈티컬스(SciNeuro Pharmaceuticals)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용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BBB 전략 강화에 나섰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기준 1억6500만달러다. 해당 항체는 트랜스페린 수용체(TFR)를 활용해 약물을 뇌 안으로 전달하는 플랫폼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노바티스 신경학 및 유전자치료 글로벌 개발 총괄인 나젬 아타시(Nazem Atassi) 박사는 “TFR은 혈액뇌장벽을 통과시키기 위한 기술 가운데 가장 앞선 플랫폼”이라며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적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빅파마들도 BBB 공략 기술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같은 스위스 제약사인 로슈는 현재 BBB 셔틀 기반의 이중항체 플랫폼을 활용한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치료제를 임상 3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며, 지난해에는 AI 기반 BBB 셔틀 기술 확보를 위해 매니폴드 바이오(Manifold Bio)와 협력 계약도 체결했다.

노바티스 역시 이미 BBB 플랫폼 확보를 위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앞서 애로우헤드 파마슈티컬스(Arrowhead Pharmaceuticals)에 2억달러를 투자해 알파-시누클레인 표적 siRNA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파킨슨병과 시누클레이노병증(synucleinopathies)을 겨냥하고 있다.

노바티스 바이오메디컬연구부문 신경과학 총괄인 밥 발로(Bob Baloh) 박사는 “TFR은 뇌 혈관 내피세포에 매우 높게 발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를 적절히 조절하면 약물을 뇌로 전달할 수 있으며, 현재 여러 기업들이 임상 단계에서 관련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바티스와 애로우헤드, 사이뉴로의 BBB 플랫폼은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노바티스는 이미 근육 조직 전달 분야에서 TFR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핵심은 지난해 약 120억달러 규모로 인수한 아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Avidity Biosciences)다.

노바티스는 아비디티 인수를 통해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플랫폼과 함께 근이영양증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대표적으로 듀센 근이영양증(DMD) 치료제 ‘델파시바트 조타디르센(delpacibart zotadirsen)’은 TFR1 항체를 활용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근육세포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엑손44 스키핑 환자군에서 디스트로핀 생성량을 25% 증가시키는 결과를 확보했으며, 조만간 규제기관 제출이 예정돼 있다.

또한 근긴장성 근이영양증 제1형(DM1) 치료제 ‘델파시바트 에테데시란(delpacibart etedesiran)’은 올해 하반기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안면견갑상완형 근이영양증(FSHD) 치료제 ‘델파시바트 브락슬로시란(delpacibart braxlosiran)’ 역시 후기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아타시 박사는 “아비디티의 세 가지 임상 프로그램 모두 근육질환을 대상으로 하며, TFR 기반 전달 기술을 통해 강력한 타깃 결합 효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노바티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근육 조직에서 확보한 전달 기술을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다만 BBB는 근육 조직보다 훨씬 복잡한 영역이라는 평가다. 발로 박사는 “근육은 적절히 설계된 포맷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뇌는 훨씬 정교한 조절이 필요하다”며 “현재 업계 전반에서 BBB 프로그램들이 다소 늦게 진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노바티스는 추가 플랫폼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회사는 지난해 미국 바이오텍 시로나스(Sironax)와 계약을 체결하고 BBB 통과 플랫폼 기술 옵션 확보를 위해 선급금 및 단기 마일스톤으로 총 1억75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타깃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BBB 전달 기술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발로 박사는 최근 BBB 기술 진전에 대해 “과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공학적 문제(engineering problem)로 접근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며 “그래서 노바티스 역시 다양한 계약과 기술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하나의 플랫폼만으로 BBB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도구(toolbox)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아타시 박사 역시 “TFR 외에도 BBB를 통과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노바티스는 다양한 접근법을 동시에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노바티스의 최근 움직임이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보 차원을 넘어 차세대 신경질환 플랫폼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시장이 장기적으로 수백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BBB를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플랫폼 확보 여부가 향후 신경과학 시장의 핵심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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