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설명의무·책임보험' 도입…복지부, 5월 협의체 띄운다
필수의료 형사처벌 완화 대신 의료기관 책임보험 의무화
사망·중증장애 사고 시 7일 내 '설명 의무'…사과는 증거 채택 배제
신현두 과장 "기소 제한 규정이 오히려 환자 손해배상 촉진할 것"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13 06:00   수정 2026.05.13 06:01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보건복지부가 환자와 의료진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세부 실행 방안 마련에 착수한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의 설명 의무를 도입하되 도의적 사과가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법적 방어막을 치고, 필수의료에 대한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대신 의료기관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환자의 신속한 피해 구제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12일 오전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추진 방향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1년 뒤 시행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를 위해 이달 말 의협·병협·전공의협의회 및 환자·시민단체 전문가 10여 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킥오프하고 11월까지 시행령과 세부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사망, 의식불명 등 중대 의료사고 발생 시 7일 이내에 환자 측에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설명의무'의 도입이다. 특히 의료진이 설명 과정에서 유감을 표명하거나 도의적인 사과를 하더라도, 이를 녹음해 재판부의 유죄 판결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인용의 근거로 삼을 수 없도록 '증거능력 배제' 규정을 명문화했다.

신 과장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들이 가장 서운해하는 부분이 의사의 사과를 받지 못하는 것인데, 의료진은 사과를 하는 순간 소송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다"며 "설명의무 규정은 의료진에게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설명하라는 취지이며, 이를 통해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7일이라는 기한에 대해서도 대만(5일)의 사례를 들며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개별 의료진이 수억 원의 배상 책임을 떠안아야 했던 구조적 문제도 개선된다. 개정안은 의료기관 개설자(병원장 등)에게 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부여했다.

신 과장은 "원고 측은 사고 발생 시 병원장뿐만 아니라 지시에 따른 전공의, 간호사 등에게 포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의료진이 현장을 기피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설자가 책임보험에 가입해 고용된 의료진을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면, 환자 역시 불확실하고 힘든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아도 책임보험을 통해 쉽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쟁점이 됐던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기소 제한 규정이 도입된다. 당사자가 없어 '반의사불벌' 적용이 불가능했던 사망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대한 과실이 없고 필수 의료행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손해배상을 완료하면 아예 기소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위헌 소지'나 '환자 권리 침해' 우려에 대해 신 과장은 적극 반박했다.

신 과장은 "법무부와 법제처에서도 비례성의 원칙을 고려할 때 위헌적 규정이 아니라고 해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들은 기소되어 수사와 형사재판의 곤욕을 치르기보다는, 기소 제한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마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하려 할 것"이라며 "이 규정이 오히려 환자가 원활하게 손해배상을 받는 데 훨씬 유리한 도구로 작용한다"고 전망했다.

법 안착을 위한 남은 과제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와 형사면책에서 제외되는 '중대한 과실'의 명확한 기준 설정이다. 정부는 이를 시행령으로 위임하고 의학회와의 연구용역 및 협의체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신 과장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총 20명) 구성 시 의사 비율이 5명에 불과하다는 의료계의 불만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심의위원회는 건정심과 같은 최고 의결·심의 기구일 뿐이며, 실제 개별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산하 '전문위원회'에는 해당 전문의 등 의료진이 다수 참여하므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보건복지부 내에 환자 안전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정책의 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체계적인 환자 안전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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