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바이콜'(세리바스타틴)의 그림자인가?
아스트라제네카社가 자사의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를 처방할 때 반드시 가이드라인을 준수토록 유념해 줄 것을 요망하는 서한을 영국의 의사들에게 17일 일제히 발송했다.
'크레스토'를 처음 복용하는 환자들의 경우 최소용량을 처방토록 협조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
즉, 최초 처방시에는 10㎎을 처방한 뒤 점차로 20~40㎎으로 용량을 늘려야 할 것이며, 처음부터 40㎎ 용량을 처방하는 일은 삼가 달라는 내용이 서한의 골자이다.
아스트라제네카측의 크리스티 워커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영국에서 '크레스토'를 복용했던 11만여명의 환자들 가운데 4명의 신장독성 부작용 사례가 보고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서 '신장독성'이란 횡문근융해증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조직이 파손되면서 신장손상으로 귀결되는 증상으로 '크레스토'와 동일한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바이콜'이 지난 2001년 리콜되었을 당시 원인을 제공했던 증상이다.
이 같은 사실은 '크레스토'의 안전성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상당히 주목되는 것이다.
'크레스토'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한해 40억 달러대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약물. 그러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아스트라제네카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17일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주가는 1.6%가 소폭하락한 26.25파운드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성 문제가 '크레스토'의 차후 매출추이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음을 뒷받침한 셈.
아스트라제네카측도 "보고된 4명의 신장손상 부작용 발생건수는 다른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들과 비슷한 수치일 뿐 아니라, 4건 모두 환자들이 최초복용량을 권고치인 10㎎ 이상으로 과다하게 복용했던 것에 원인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부적절한 약물사용으로 인해 기인했던 부작용 발생사례들이어서 사전에 피할 수 있었던 케이스들이라는 것.
그러나 모건 스탠리社의 앤드류 바움 애널리스트는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 시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경쟁해 왔던 다른 메이커들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반사이득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소비자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은 '크레스토'가 신장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다른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로 사용약물을 변경할 것을 환자들에게 권고하고 나섰다.
퍼블릭 시티즌측은 "미국환자들 가운데 '크레스토' 10㎎을 복용했던 7명의 환자들에게서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했음을 입증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크레스토'가 FDA로부터 허가취득을 눈앞에 두었던 시점인 2003년 7월과 지난달 초에도 리콜을 거듭 촉구한 바 있던 장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