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요법] "근육이 연금보다 낫다?"…척추·관절 지키는 '근육저축'
30대 이후 근육 감소 시작…통증·노화 악순환 끊는 핵심 변수
"아픈 건 뼈지만, 버티는 건 근육"…식사·운동·수면으로 '근육저축' 시작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06 06:00   수정 2026.05.06 07:29

100세 시대, 당신의 근육은 안녕하십니까? 

몸과 관절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근육 리모델링’.


<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편집자>


유덕주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유덕경희한의원

■ 들어가는 글

“나이 들어서 그런거죠.”

척추·관절 통증을 주로 진료하는 한의원 임상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하는 환자들 역시 ‘노화’와 ‘통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나이가 들면 척추와 관절이 아파질까요?

과거에는 ‘노화’라 하면 흔히 흰머리와 주름살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특히 척추·관절을 치료하는 임상 현장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노화의 징후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근육의 소멸’입니다.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을 진찰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보입니다. 뼈나 연골의 변형도 나타나지만, 이를 감싸고 보호해야 할 근육이 눈에 띄게 가늘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낡은 기둥을 지탱할 버팀목까지 함께 약해진 모습과 같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뼈와 연골의 퇴행이 상당히 진행됐더라도 주변 근육량이 충분한 경우 통증은 퇴행 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입니다.

근육은 단순히 힘을 쓰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고, 뼈를 보호하며, 통증을 제어하는 가장 큰 장기이자 ‘천연 보호대, 복대’입니다.

노후를 대비해 연금을 준비하듯,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육 저축’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특히 디스크나 협착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라면, 이 이야기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아픈 건 디스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육이 줄어들어서 더 아픈 겁니다.” 이것이 치료의 시작이 되는 한마디입니다.


■ 서양의학적 원인 :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왜 속절없이 빠지는가?

서양의학에서는 30대 이후 매년 약 1%씩 근육이 감소해, 80대에 이르면 전성기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합니다. 이를 근감소증(Sarcopenia)이라 하는데, 단순히 “근육이 줄었다”는 수준을 넘어 노화, 영양 불균형, 활동량 감소로 인해 근육량과 근력, 신체 기능이 함께 급격히 저하되는 상태, 즉 '질적 저하'를 동반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근육 합성 기능의 저하 : 젊을 때는 고기 한 점만 먹어도 근육으로 잘 전환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근육 합성 능력이 떨어집니다. 여기에 통증으로 인한 운동량 저하로 근육은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미토콘드리아의 노화 :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면 근육 세포는 충분한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하고 점차 기능을 잃게 됩니다.

신경계의 퇴행 : 근육에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퇴행하면서, 근육은 마치 전기가 끊긴 기계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습격 : 만성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특히 비만이면서 근육이 적은 ‘근감소성 비만’은 척추에 큰 부담을 주어 협착증을 가속화합니다.

결국 ‘근육 감소 → 자세 유지 불가능 → 척추·관절 과부하 → 통증으로 인한 활동 제한 → 근육 추가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 한의학적 원인 : 근육은 ‘비위’에서 나오고, ‘간’이 담당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근육 문제를 오장육부의 유기적인 기능 저하로 해석합니다.

비주기육(脾主肌肉) – “에너지가 없으면 근육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 근육의 ‘양’
한의학에서 비장(脾)은 현대의 소화기 기능을 포괄하며, 음식물을 통해 기혈(氣血)을 생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비위 기능이 약해 소화력이 떨어지거나 설사가 잦으면 근육으로 전달될 영양이 부족해집니다. 흔히 말하는 “마른 장작처럼 몸이 축난다”는 상태가 이에 해당하며, 비위의 기운이 다해 근육이 소실된 상태를 정확히 묘사한 것입니다.

간주근(肝主筋) – “부드러운 근육이 뼈를 살린다” ; 근육의 ‘질’
간(肝)은 근육의 유연성과 탄력을 담당합니다. 간의 혈액이 충분해야 근육이 부드럽게 이완·수축하지만, 간혈이 부족해지면 근육이 쉽게 굳고 쥐가 잘 납니다. 이는 척추 주변 근육의 긴장을 높여 디스크 압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신주골(腎主骨) – “뿌리가 깊어야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다” ; 근육의 ‘근본’
신장(腎)은 선천적인 기운과 뼈, 노화를 주관합니다. 근감소증은 한의학적으로 노화를 의미하는 ‘신허(腎虛)’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체의 힘이 약해지고 무릎이 시린 증상은 신장의 기운이 쇠약해져 뼈와 근육의 결합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합니다.

결국 한의학에서 근감소증은 단순한 단백질 부족이 아니라, 오장육부의 균형이 깨져 에너지가 사지로 원활히 전달되지 못하는 ‘허증(虛證)’ 상태로 봅니다.


■ 생활 관리 : 근육 저축을 위한 ‘골든라이프’ 3가지

임상에서는 치료와 함께 생활 관리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한 번 감소하면 회복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통증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근육량’을 목표로 한다면, 적절한 관리로 충분히 재건할 수 있습니다.

식치(食治) : 소화력을 고려한 ‘효율적 단백질’ 섭취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체중 1kg당 1~1.5g이 권장되지만, 무작정 닭가슴살과 같은 고단백 식품만 섭취할 경우 오히려 소화 부담으로 기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육, 생선, 두부, 달걀찜, 발효 콩(청국장) 등 소화가 용이한 단백질을 중심으로 섭취하고, 생강이나 마(산약)와 같은 소화 보조 식재를 함께 활용하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브릿지운동. ©AI생성이미지

운동 : 도인안교(導引按蹻)와 걷기 중심의 생활 운동
한의학에서는 운동을 ‘도인안교(導引按蹻)’라 하여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양생법으로 강조해왔습니다. 무거운 중량 운동보다는 자신의 체중을 활용한 걷기나 가벼운 근력 운동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벽에 기대어 앉았다 일어나기, 천천히 걷기와 같은 기본 동작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하체 근육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릴 만큼 혈액 순환에서 중요한 ‘혈액의 펌프’ 역할을 합니다. 이 때문에 하체 중심의 운동이 필수적입니다. 아울러 척추 기립근, 등 근육, 둔근 등 몸의 후면 근육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쉬운 만큼, 이를 보강하는 운동이 중요합니다. 누운 상태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브릿지 운동 등이 도움이 됩니다.

충분한 수면과 수분 관리
근육의 약 70%는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밤 사이 ‘간혈(肝血)’이 회복되는 시간에 깊은 수면을 취해야 근육의 피로가 해소되고 재생이 촉진됩니다.


■ 치료 : 한방 치료로 ‘근육의 질’을 높이고, ‘근육 생성의 엔진’을 고치다

운동만으로 근육을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이거나, 통증으로 인해 운동 자체가 힘든 경우에는 한의학적 치료가 강력한 부스터 역할을 합니다.

침구 치료 : 잠자는 근육세포를 깨우고, 근육의 질을 높여 근육을 활성화

침 치료는 굳고 경직된 근육의 혈자리를 자극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약해진 부위의 신경 전달을 원활하게 합니다. 특히 근육 기능 회복을 위해 양릉천(陽陵泉), 환도(環跳), 족삼리(足三里) 등을 많이 자극합니다.

전침(Electro-acupuncture)은 위축된 근육에 일정한 전기 자극을 가해 근섬유를 활성화하고, 신경-근육 접합부의 기능을 강화합니다. 이를 통해 통증 완화와 근력 향상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화침(火鍼) 및 약침은 퇴행성 관절염이나 협착증 부위의 인대와 힘줄을 강화해, 근육에 가해지는 부담을 분산시켜 줍니다.

뜸 치료는 비위(脾胃)의 기능을 보강해 소화·흡수력을 높이고, 전신 대사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중완(中脘), 족삼리(足三里) 등의 경혈을 중심으로 시행되며, 체온을 높여 근육 회복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합니다.

한약 치료 : 근육을 채우는 맞춤 영양제

녹용 등 쌍화탕 약재.
©AI생성이미지

기혈 쌍보(氣血 雙補) - 십전대보탕, 보중익기탕 계열 처방은 비위 기능을 보강해 기혈 생성을 돕고, 근육 형성에 필요한 기초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활용됩니다. 쌍화탕 역시 근육 피로 회복과 체력 보강에 도움이 되는 처방으로 사용됩니다.

근골 강화(筋骨 強化) - 우슬, 두충, 속단 등은 근골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약재로, 근육과 뼈의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임상적으로는 근육 분해 억제 및 단백질 합성과 관련된 보조적 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녹용(鹿茸) - 특히 녹용의 성장인자들은 근육 세포의 재생을 돕고 기초 체력을 끌어올려 노인성 근감소증 치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마무리하며 : 당신의 근육은 ‘노후 연금’보다 든든합니다.

디스크가 튀어나오고 협착증이 진행됐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척추를 감싸는 ‘근육’이라는 보호막이 충분하다면, 통증을 관리하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재테크를 위해 연금을 준비하듯,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는 ‘근육 저축’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척추관 협착증으로 10분도 걷기 힘들던 환자가 한방 치료와 운동을 병행해 허리와 하체 근육을 회복한 뒤 다시 일상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은 임상에서 마주하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입니다.

디스크나 퇴행성 관절염은 단순한 뼈의 문제가 아니라, ‘몸을 지탱하는 힘’이 약해졌다는 신호입니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오히려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내 몸속의 소중한 근육의 중요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학이 그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돼드릴 것입니다.

근육이 튼튼해지면 통증은 완화되고, 당신의 인생도 다시 탄력을 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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