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 제품화 실패를 줄이기 위한 규제지원 체계 강화에 본격 나섰다. 단순 허가 심사를 넘어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규제 전략 수립과 품질·비임상·제조공정 설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식약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기술력 자체보다 제품화 경험과 규제 이해 부족으로 개발 과정에서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별도 예산을 확보해 규제컨설턴트 13명을 채용하고,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 맞춤형 상담과 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Bio Rise-Up’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하 평가원)은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을 대상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제품화 규제서비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바이오생약심사부 최영주 부장과 세포유전자치료제과 왕소영 과장 등이 참석했다.
최영주 부장은“최근 바이오벤처 업계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며 “자금이나 세제 지원도 중요하지만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는 개발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규제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약처가 규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산업 활성화에 일정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기획재정부도 업계 의견을 듣고 규제 지원 필요성을 인정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규제컨설턴트 제도다. 평가원은 기재부 예산 10억원을 확보해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 규제상담을 전담하는 전문인력 13명을 채용했다. 현재는 1명이 연구사 정규직으로 이동하면서 실제 운영 인력은 12명이다.
왕소영 과장은 “규제컨설턴트는 단순 행정지원이 아니라 상담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인력”이라며 “품질, 비임상, 허가 준비 단계 등 분야별로 나눠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학·생명과학·바이오의약품 분야 석사 이상 중심으로 선발했고, 실제로 박사급 지원자가 많았으며 10년 이상 실무 경험을 가진 인력도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들 규제컨설턴트는 서울청과 오송에 배치돼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품질·비임상·임상·제출자료 작성 등에 대한 사전 상담을 수행하게 된다. 식약처는 이들을 대상으로 CTD(Common Technical Document) 작성 방식과 심사 기준, 최근 5년간 실제 심사 사례 등을 기반으로 한 별도 교육도 진행했다.
|
식약처가 이 같은 조직을 새로 만든 배경에는 첨단바이오 분야 특유의 제품화 난이도가 자리하고 있다.
왕 과장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은 기술 혁신성이 매우 높고 규제 적용 경험도 부족하다”며 “심사하는 입장에서도 어렵지만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를 알아야 규제 방향에 맞춰 개발을 할 수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고 있었다”며 “식약처가 직접 제품화를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식약처가 바라보는 국내 첨단바이오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 부족’보다 ‘제품화 경험 부족’에 가까웠다.
왕 과장은 “상담을 해보면 기술은 있는데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연구 수준에서 시작한 실험들이 많다 보니 제품화에 필요한 논리적 개발 전략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주 부장 역시 “벤처 업계는 대부분 연구에서 출발하다 보니 논문 수준의 데이터가 나오면 거의 다 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이드라인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식약처 입장에서는 단순히 효과가 나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해 그 결과가 도출됐는지, 그 과정의 신뢰성이 확보됐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간담회에서는 세포·유전자치료제가 기존 화학합성의약품과 얼마나 다른 영역인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왕 과장은 “케미컬 의약품은 상업화 단계에 가면 제조 공정이 거의 고정되지만 첨단바이오는 개발 중에도 제조 방법이 계속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어 “씨앗 세포가 바뀌기도 하고 배양 방법이 바뀌기도 하며 제조공정 변경이 세포 특성을 바꿀 수도 있다”며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제품별 맞춤형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는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흔히 언급되는 ‘공정이 곧 제품(Process is Product)’ 개념과 연결된다. 세포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배양 조건, 제조 환경, 배양 시간, 공정 변경 등이 모두 최종 제품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단순 완제품 시험만으로 품질을 평가하기보다 제조공정 전체의 일관성과 세포 특성 유지 여부를 함께 검토하는 방향으로 심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도 소개됐다.
왕 과장은 독성시험 사례를 언급하며 “일반 케미컬 의약품 단회투여 독성시험은 투여 다음날 바로 부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포치료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세포는 투여 후 바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서 일정 기간 살아 있으면서 물질을 분비하거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독성시험 방식만 적용하면 실제 독성 발생 시점을 놓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특성을 이해하면서 시험 설계를 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일반 독성시험 방식만 알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부분을 안내하기 위해 규제컨설턴트를 운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이번 간담회에서는 CDMO(위탁개발생산)와 CRO(임상시험수탁기관)를 대상으로 한 현장형 교육 확대 계획도 공개됐다.
식약처는 첨단바이오 분야에서 기술 보유 벤처와 CDMO, CRO, 규제기관 사이에 상당한 이해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왕 과장은 “기술만 가지고 있는 벤처가 실제 제조와 비임상을 모두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발자와 수탁사 사이에서 규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올해 세포치료제 CDMO 5개사를 직접 방문해 위탁사와 수탁사, 규제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현장 교육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강스템바이오텍과 이엔셀 등 2개 업체 방문을 마쳤으며 상반기 내 5개사 방문을 완료할 계획이다.
왕 과장은 “CDMO를 활용하면 GMP 시설을 직접 갖추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 이전과 제조공정 이해가 부족하면 제품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현장에서는 GMP 관점 이해 부족으로 시험 설계가 잘못되거나 검체량 기준을 맞추지 못해 실험을 다시 하는 사례들도 있다”며 “이런 부분을 현장에서 직접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임상 규모 자체가 작고 희귀질환 중심 개발이 많아 품질시험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설명이다.
왕 과장은 “일부 임상은 10명 미만으로 진행되는데 생산되는 검체량도 매우 적다”며 “이 경우 모든 품질시험 항목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이런 어려움을 공유하면 식약처도 향후 데이터가 축적될 경우 어떤 항목은 면제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현실적 논의를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올해 기존 대규모 주입식 교육 대신 멘토링 중심 워크숍도 새롭게 도입할 계획이다.
왕 과장은 “선행 개발 경험이 있는 업체와 후발 개발 업체가 함께 모여 실제 시행착오와 문제 해결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이 실무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위탁사와 수탁사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CDMO 기반 워크숍도 추진하고 있다”며 “제품 특성에 맞춘 교육 방향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첨단바이오 분야 상담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기존 세포유전자치료제과로만 연간 300~400건 수준의 상담 요청이 들어왔지만 실제 대응 가능한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왕 과장은 “기존에는 수요의 일부만 대응 가능했다”며 “이번 규제컨설턴트 도입을 통해 상담 수요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올해 상담 목표를 기존 약 100건 수준에서 300건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첨단바이오 분야 규제가 여전히 발전 과정에 있다는 점도 솔직하게 언급됐다.
“식약처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영역도 있는 것이냐”이라는 질문에 최영주 부장은 “그런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워낙 새로운 개념 제품들이 많다 보니 전형적인 규제로 커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식약처도 규제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왕 과장 역시 “너무 새로운 기술이 많아 규제기관도 어렵다”며 “그래서 제품별 맞춤형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첨단 신기술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총 12개 신규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 수행자는 이미 선정됐으며 올해 12월까지 가이드라인 발간과 교육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단순 상담제도 소개를 넘어 국내 첨단바이오 산업이 연구 중심 구조에서 실제 제품화 중심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떤 병목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식약처가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식약처가 심사기관 역할을 넘어 개발 초기부터 제품화 전략 수립과 제조·비임상·규제 대응까지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첨단바이오 분야 규제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01 | “간의 벽 깨졌다” 올릭스 2.0, 비만·CNS siR... |
| 02 | "과다 의료이용, 진료 단계서 막는다"…심평... |
| 03 | 첨단바이오 제품화 병목 풀릴까…식약처, ‘Bi... |
| 04 | 지분 쪼개기·교차 거래 꼼수 막아라… 의료기... |
| 05 | 노바티스 경구 만성 담마진 치료제 EU서 승인 |
| 06 | 화장품 속 '은(Silver)' 성분 안전성 논란 ... |
| 07 | 면세업계, 올해는 턴어라운드?…관광객 증가·... |
| 08 | SK바사, 171억 규모 자사주 매입 통해 임직... |
| 09 | [포토] "혁신과 돌파, 더 나은 미래로" 바이... |
| 10 | 중동전쟁 여파에도 국내 의료제품 수급 '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