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난제 푸는 '한국형 ARPA-H'… 열쇠는 에이전트 AI 생태계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필수의료 임무 제안자의 날’ 개최… 성경 단장 “보건의료 사회적 문제 해결이 핵심”
단일 AI 넘어선 ‘멀티 에이전트’ 생태계 조명… 난임·중환자·응급 서류 업무 등 현장 밀착형 혁신안 쏟아져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21 06:00   수정 2026.04.21 06:01
(왼쪽부터) 윤석민 성균관대 교수, 이재우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신한식 서울아산병원 교수, 박기성 전남대병원 교수.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최근 심화하고 있는 필수의료 및 지역 의료 붕괴 위기를 첨단 인공지능(AI) 기술, 그중에서도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를 통해 돌파하려는 국가적 청사진이 구체화되고 있다. 단순한 진료 보조 도구를 넘어,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협력하며 의료 현장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생태계 조성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20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는 ‘2026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필수의료 임무 제안자의 날’ 행사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최됐다. ‘AI 에이전트 기반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혁신 체계 구축’을 목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의료계, 학계, AI 산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실질적인 임상 현장 적용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본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이끄는 성경 추진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과제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성 단장은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사업은 기술 개발이나 제품 개발에 타깃이 맞춰져 있지 않다”며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사업”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제안자들을 향해 “만일 연구 개발이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의 어떤 보건의료 분야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지 명확한 답을 주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창모 필수의료 센터장 역시 궤를 같이했다. 성 센터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책 논의에서도 필수의료 문제가 여전히 풀지 못한 난제로 지적된 점을 상기하며,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 혁신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한국형 ARPA-H 필수의료 임무 PM은 에이전틱 AI 도입의 파급력을 설명했다.

이 PM은 “필수의료 현장에 행정, 연구, 보험, 진료 보조 에이전트 AI가 도입될 경우 연간 최대 21조 원가량의 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종전의 단일 에이전트나 단순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을 넘어, 진료·행정·연구 등 3대 트랙의 다수 에이전트를 통합 운영하고 온톨로지(Ontology) 기반으로 감독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법의 선도 사례로 건설환경공학 분야의 성과도 공유됐다. 윤석민 성균관대 교수는 온톨로지와 AI 에이전트 기반의 도시·건물 서비스 운영 체제인 ‘티라노(Tyranno)’ 플랫폼 구축 사례를 소개했다.

윤 교수는 “실세계를 묘사한 온톨로지를 구축해 AI에게 도메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 의료계 역시 여러 에이전트를 총괄하고 전문가의 권한을 통제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면밀히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는 각 의료기관이 직면한 필수·지역 의료의 난제를 타개할 구체적인 에이전틱 AI 혁신 과제들이 베일을 벗었다.

이재우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는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 난임 시술 전 과정 자동화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임신 성공률은 임상 배아 연구원의 숙련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만, 훌륭한 연구원을 양성하는 데는 3년에서 10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옵티컬 AI’와 두뇌 역할의 에이전틱 AI, 그리고 손을 대신해 정자를 정밀하게 찔러주는 ‘피지컬 AI’ 로봇을 결합한 통합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시스템 구축 시 현재 30% 수준인 평균 임신 성공률을 70%대 이상으로 상향 평준화할 수 있으며 , 미니 냉장고 크기로 제작해 지방 보건소 등에도 보급하면 지역완결형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전망했다.

신한식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고위험 수술 및 중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임상 이벤트 예측 및 수술 전주기 악화 방지 시스템’을 발표했다.

신 교수는 “수술장과 중환자실(ICU)의 의료진은 80% 이상에 달하는 허위 알람으로 극심한 인지 과부하를 겪고 있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기존 모델들이 단편적인 합병증 예측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수술 전주기 데이터를 통합하고 환자의 악화 궤적을 다중으로 추적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 교수는 진단 에이전트, 액션 에이전트, 가드레일 에이전트 등이 상호 소통하며 표준 진료 지침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추고 지방 병원의 진료 편차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방 거점 병원의 현실적인 고충을 타개할 실무적 방안도 이목을 끌었다. 박기성 전남대병원 교수는 ‘급성기 필수의료 환자의 서류 업무 자동화 에이전틱 AI’ 개발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지방 3차 거점 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전원 올 때, 다른 의원이나 병원에서 작성된 60~100장 분량의 종이 서류를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진이 겪는 심각한 서류 업무 부담을 토로했다. 전산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사회 병·의원 특성상 종이 차트가 계속 발생하므로, 단순 OCR을 넘어 에이전틱 AI가 복잡한 비정형 문서의 맥락을 읽고 ‘파이어(FHIR)’와 같은 표준화된 구조화 데이터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서류 업무에서 해방된 의료진이 온전히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것이 지역 필수의료 정상화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의료 AX(AI Transformation) 완수를 위해 개별 기술 개발을 넘어 의료기관 ‘AI 위원회신설, 통합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사전 준비 제도적 기반과 병원장의 강력한 도입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감한 융복합적 접근을 시도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벼랑 끝에 몰린 대한민국 필수의료 현장에 진정한 돌파구를 마련할 있을지 의료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성경 추진단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성창모 필수의료 센터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이창현 한국형 ARPA-H 필수의료 임무 PM.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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