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이름부터 용기 뚜껑까지 권리화' 선제적 지재권 설계
‘K-뷰티 기업을 위한 유럽 시장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세미나’ <하>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09 06:00   수정 2026.04.09 06:04

유럽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상표와 디자인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브랜드가 성장한 뒤 대응에 나서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획 단계부터 지식재산권을 사업 전략 안에 넣어 설계해야 한다는 실무 조언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 트라디노이에서 7일 열린 ‘K-뷰티 기업을 위한 유럽 시장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세미나’ 대담 세션에서 알리바바 글로벌 지식재산권팀 박미지 수석 변리사와 아이아이컴바인드 법무팀 유서진 매니저는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 사례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 지재권 보호 전략을 소개했다.

서울 강남구 트라디노이에서 7일  열린 ‘K-뷰티 기업을 위한 유럽 시장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세미나’ 대담 세션에서 알리바바 글로벌 지식재산권팀 박미지 수석 변리사(왼쪽)와 아이아이컴바인드 법무팀 유서진 매니저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 외에도 누데이크, 어티슈, 노플라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탬버린즈는 국내 브랜드로선 드물게 향과 독창적인 패키징, 공간 브랜딩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다.

유 매니저는 “탬버린즈를 포함한 자사의 모든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브랜드 평판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지식재산권 보호”라며 “지재권 보호를 회사 차원에서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짚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사업 기획 단계부터 법무팀이 참여해 브랜드 네이밍과 리스크를 미리 점검한다. 제품 출시 후 뒷수습을 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 탄생 시점부터 법무적 검토를 병행해 향후 주요 시장에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미리 다지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자원 배분 위한 국가별 ABC 전략

유럽에 상표권을 출원하는 경우, 유럽 지식재산청(EUIPO)을 통해 EU 27개국에 한꺼번에 출원하거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마드리드 시스템을 통해 국제출원하는 방식, 또는 유럽 각 개별국에 따로 신청해 확보하는 방식 등이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출원 루트를 다각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드리드 시스템을 통해 다수 국가에 효율적으로 출원하면서도, 빠르고 강력한 권리 확보가 필요한 핵심 국가에는 직접 출원을 진행한다. 나아가 아이아이컴바인드는 국가별 사업 우선순위와 선점 위험도를 기준으로 출원 대상을 A, B, C 그룹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A 그룹은 실제 사업 전개를 위해 필수적으로 권리를 확보해야 하는 핵심 시장으로, 상표권을 최우선으로 확보한다. B 그룹은 당장 진출을 하지는 않지만 제3자가 먼저 선점했을 때 향후 비즈니스 전개 과정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어 상표권 방어가 필요한 지역이다. C 그룹은 진출 가능성과 권리 침해 가능성이 낮아, 사업 확장 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검토하는 시장이다.

유 매니저는 "브랜드가 잘되기 시작하면 실제 진출하지 않은 국가에서도 제3자가 먼저 상표를 등록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나중에 그 국가에 진출할 때 겪게 될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미리 상표 검토를 진행하고 출원을 마치는 예방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 전략에 맞춰 상표 출원 형태 또한 다각화하고 있다. 유 매니저는 "글자 자체만 등록하는 텍스트 상표(워드마크)가 권리 범위가 가장 넓고, 향후 브랜드의 서체나 로고 형태가 바뀔 가능성도 있어 이를 최우선으로 확보한다"며 "다만 일부 국가는 등록된 서체와 동일해야만 상표 사용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는 실제 사용하는 서체나 로고를 결합해 별도로 출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수와 핸드 제품이 주력인 탬버린즈는 향 이름과 콘셉트 자체가 브랜드의 핵심 식별 요소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시장 반응이 좋은 향 이름을 상표권으로 자산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 매니저는 "여러 제품군에 지속적으로 적용하거나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향은 이름 자체를 상표로 등록해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며 "타 브랜드가 향 이름이나 콘셉트만을 모방할 경우 법적 대응이 까다롭기 때문에, 이를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은 '우선권'과 '부분' 활용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디자인과 조형미를 브랜드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도, 출원만큼은 상표권보다 좁고 신중하게 접근한다. 뷰티 제품 특성상 트렌드가 빠르고 제품 생애 주기가 짧아, 모든 디자인을 전 세계에 일괄 출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전략적 자원 배분을 위해 선택한 카드는 '우선권 주장' 제도다. 특정 국가에 먼저 디자인을 출원하면 6개월 이내에 다른 국가에 출원할 때 첫 출원일을 기준으로 권리를 인정받는 방식이다.

유 매니저는 "출원 후 6개월이 도래하는 시점까지의 제품 판매량과 판매 국가를 검토한다"며 "이후 우선권 주장을 통해 해당 국가까지 출원을 확장할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출원 방식의 디테일도 눈에 띈다. 제품 전체가 아닌 특정 부분의 독창성을 보호받는 '부분 디자인' 제도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탬버린즈 '체인 핸드크림'은 특징이 없는 튜브 부분은 제외하고, 커버에서 체인으로 연결되는 핵심 포인트만 부분 디자인으로 출원해 유사 상품의 난립을 방어했다.

유럽 시장에선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도 공개일로부터 3년 동안 법적 보호를 받는 '미등록 디자인' 제도를 실무에 녹여냈다. 초기 비용을 절감하면서 제품 성격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는 전략이다.

다만 "미등록 디자인은 추후 침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며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스테디셀러는 확실한 권리 주장을 위해 별도의 등록 디자인 절차를 거쳐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고 유 매니저는 밝혔다.


온·오프라인 아우르는 사후 대응 필요

지재권 확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침해 행위에 대한 사후 대응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팽창하면서 온라인상에 유통되는 가품 단속은 실무자들의 최대 과제가 됐다.

오프라인 대응의 핵심 축은 세관이다. 국내외 세관에 상표와 디자인을 등록해 통관 단계서부터 침해 상품을 차단하는 식이다. 유 매니저는 각국 세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브랜드와 제품 특징을 설명하는 교육에 직접 참여하며, 세관을 현장에서 가품을 즉각 판별할 수 있는 파트너로 구축하고 있다.

온라인 모니터링은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부터 SNS, 도메인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상표·디자인·저작권을 상황에 맞게 조합해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알리바바 위조품 방지 그룹(ACA) 등과 공조해 구매 감정 및 단속 경험을 공유하며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유 매니저는 "패션 제품과 달리 향수 같은 액체 제품은 온라인상에 올라온 사진만으로는 진품 여부를 가려내기가 훨씬 까다롭다"며  플랫폼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 매니저는 "지재권 관리는 단순히 법무팀의 업무가 아니라 브랜드의 생존과 직결된 전략"이라며 "기업 규모나 진출 국가에 맞게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제도를 활용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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