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AI만으로 부족” 투자자가 보는 진짜 기준은 ‘데이터 설계’
속도보다 검증…완결성·재현성·리스크 정의가 기업가치 좌우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09 06:00   수정 2026.04.09 06:01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이 7일 온라인으로 ‘2026 바이오 스타트업 파워업’ 세미나를 개최했다. (외쪽부터)써모피셔 사이언티픽 고객경험센터 최정룡 이사, 한국과학기술지주 김상욱 그룹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후보물질을 얼마나 빠르게 찾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를 얼마나 검증 가능한 데이터로 설계했느냐가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지주 김상욱 그룹장은 7일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6 바이오 스타트업 파워업’ 세미나에서 ‘데이터 기반 파이프라인, 투자자는 무엇을 검증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그룹장은 “AI는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기본 인프라”라며 “투자를 통과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설계”라고 밝혔다. 이어 “AI로 후보를 빠르게 찾는 것 자체보다, 그 데이터가 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신약개발에서 AI 활용 여부 자체가 평가 요소였다면, 현재는 AI가 도출한 데이터의 완결성, 재현성, 리스크 정의 수준을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

속도 중심 개발, 임상시험·투자유치 실패로 이어져

김 그룹장은 속도 중심 개발 전략이 오히려 실패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보물질 발굴에만 집중할 경우 재현성과 리스크 정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임상에 진입하게 되고, 결국 데이터 검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데이터가 파편화된 상태에서는 투자자의 실사(due diligence)가 길어지고, 투자 지연이나 철회로 이어질 수 있다. 실험 결과가 외부 환경에서 재현되지 않을 경우 신뢰도가 저하되는 점도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그는 “속도를 앞세운 개발은 임상 단계에서 데이터 검증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며 “재현되지 않는 데이터는 투자 관점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기술 보다 ‘데이터 4가지’를 본다”

김 그룹장에 따르면, 투자자는 파이프라인을 평가할 때 크게 △데이터 완결성 △재현성 △리스크 정의 △임상 전환 네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본다.

첫째는 데이터 완결성이다. 단편적 연구 결과가 아닌 유전체·멀티오믹스 기반 통합 데이터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지,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재현성 역시 핵심 평가 기준이다. 동일한 결과가 독립된 조건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는지, 외부 검증이 가능한지가 핵심이다. 김 그룹장은 “재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 검토가 중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스크 정의 역시 중요한 요소다. 기술, 바이오마커, 규제, 시장 등 주요 리스크를 사전에 정의하고 문서화했는지가 평가 대상이 된다. 리스크를 숨기기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기업이 투자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데이터가 실제 임상 설계로 이어질 수 있는지, 즉 임상 전환 가능성까지 함께 검증된다. 데이터와 임상 간 연결 구조가 확보되지 않으면 파이프라인의 실질적 가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설계 수준이 기업가치 좌우

데이터 설계 수준은 기업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는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할인율에 반영하는데, 데이터 완결성과 재현성이 높을수록 실패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기 때문이다.

동일한 기술이라도 데이터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설계돼 있고 재현 가능하게 검증됐는지에 따라 투자자가 인식하는 위험 수준이 달라진다. 위험이 낮다고 판단될수록 기업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김 그룹장은 “투자 검토 경험상 동일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라도 데이터 인프라 수준에 따라 기업가치가 20~40%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단순한 AI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 신뢰도를 구조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결국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결국, 데이터 설계 수준이 투자 여부와 기업가치를 동시에 결정짓는 구조다.

“좋은 기술이 투자를 부르는 기술은 아니다”

김 그룹장은 투자 관점에서 준비된 파이프라인은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완결성, 시스템 재현성, 리스크 통제력, 비즈니스 확장성,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특히 초기 단계부터 데이터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이후 투자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투자자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재현 가능한 데이터 신뢰도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 그룹장은 “좋은 기술이 곧 투자 가능한 기술은 아니다”라며 “그 차이는 데이터 설계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결성, 재현성, 통제된 리스크가 투자 신뢰도를 결정하고, 이는 곧 기업가치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은 변화하는 투자 환경 속에서 바이오 스타트업의 경쟁력이 기술을 넘어 데이터 기반 파이프라인 설계와 투자 검증 역량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을 공유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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