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IRA·생물보안법·관세폭탄' 3중고… 국내 제약바이오 돌파구는?
서동철 교수 "IRA 약가 통제 거세… 생물보안법 12월 본격화 대비해야"
김성중 변호사 "대법원 제동 걸린 관세, 301조 불똥 튈 수도… DDP 계약 요주의"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3-24 06:00   수정 2026.03.24 06:01

약값을 후려치는 거센 압박에 예측 불허의 '관세 지뢰'까지 겹쳤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센 '자국 우선주의' 통상 파고가 밀려오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약가 인하'와 '관세 폭탄'이라는 이중고를 넘기 위한 생존 전략 모색에 나섰다.

2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는 '한눈에 짚는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 변화, 국내 대응 전략은?'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연단에 선 서동철 럿커스 뉴저지주립대 겸임교수(중앙대 명예교수)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김성중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촘촘해진 미국의 규제 민낯을 해부하며, 거센 통상 파고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실무적 생존 전략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서동철 럿커스 뉴저지주립대 겸임교수(중앙대 명예교수).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싹둑 잘려 나가는 약가… "최대 85%까지 깎일 수도"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간 화두는 단연 미국의 노골적인 약가 인하 기조다. 서동철 교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기반한 메디케어 약가 협상의 파괴력을 경고했다. 시판 후 10년 이상 된 일반 의약품과 12년 이상 된 바이오 의약품이 주요 타깃이다. 서 교수는 "협상에 들어간 약값이 최저 38%에서 최고 79%까지 떨어졌고, 향후 최대 85%까지 엄청난 수준으로 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 당시 IRA 폐기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제도는 이미 시장 깊숙이 뿌리를 내려 돌이키기 어려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 모델을 겨냥한 규제도 촘촘해졌다. 서 교수는 메디케어 파트 B와 D에 적용되는 '글로브(GLOBE)' 및 '가드(GUARD)' 모델의 경우 기업들이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족쇄라고 설명했다. 자발적 참여를 내세운 '제너러스(GENEROUS) 모델' 역시 방심할 수 없다. 제약사가 베스트 프라이스(Best Price)로 약을 공급하더라도, 만약 외국 시장의 약가가 미국보다 낮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 차액만큼 꼼꼼하게 계산해 미국 정부에 추가 리베이트를 뱉어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발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려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은 당장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을 뒤흔들 뇌관이다. 미국 연방 정부 자금이나 계약에서 우려 대상 국가의 바이오 기업을 배제하는 이 법안은 1년간의 유예를 거쳐 당장 올 하반기인 12월부터 정식 가동된다. 서 교수는 "미국 쪽에 약을 팔거나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자사 파트너나 공급망 리스트에 제재 대상 기업이 한 곳이라도 끼어 있는지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성중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대법원 철퇴 맞은 상호 관세… 301조 불똥으로 튀나

관세 장벽 역시 지뢰밭이긴 매한가지다. 김성중 변호사는 요동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경과를 조목조목 짚었다. 현재 의약품은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 위협)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조치가 확정되더라도 의약품 관세는 최대 15%를 넘지 않기로 상한선(Cap)을 씌워둔 상태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김 변호사는 최근 미국 대법원 판결로 인해 트럼프가 휘두르던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 기반의 상호 관세가 근거를 잃고 무효화된 사건을 중대 변수로 꼽았다. 다급해진 미 행정부는 곧바로 시한부인 무역법 122조(150일 기한) 임시 관세를 꺼내 들었다. 진짜 문제는 이 시한이 끝나는 7월 24일 이후다. 미국은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당장 한국 등 주요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새롭게 개시했다.

표면적인 명분은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김 변호사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신약 약가 책정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줄기차게 지적해 왔다"며 "이번 301조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비관세 장벽 불만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진단했다.

"눈 뜨고 코 베일라"… DDP 계약 극도로 조심해야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이 거친 파도를 어떻게 넘어야 할까. 두 전문가는 치밀한 계약서 검토와 긴 안목의 투자를 생존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현업 실무진들이 미국 수입자와 계약을 맺을 때 'DDP(Delivered Duty Paid, 관세지급인도조건)'를 덜컥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DDP 조건은 수출자가 관세와 부가세를 통째로 떠안는 방식이다. 만약 계약서에 판매가를 고정해 둔 상태에서 미국 정부가 하루아침에 관세를 대폭 올려버리면, 한국 수출 기업은 고스란히 덤터기를 쓰고 이윤을 다 까먹게 된다. 김 변호사는 "수출 계약 시 관세가 변동되면 가격을 재협의할 수 있는 기제를 반드시 심어두어야 수입자와 맞서 겨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는 뚝심도 필요하다. 교수는 "제약 산업은 기본적으로 200~300 메이저 기업들이 끌고 가는 호흡이 시장"이라며 "과거 일본 제약사들이 장기 투자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뚫어냈듯, 우리 역시 일희일비하지 않는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조언했다.

2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는 '한눈에 짚는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 변화, 국내 대응 전략은?'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