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귤래리티바이오텍 “344개 유전자변이 망막질환, 범용 세포치료제 한 방 노린다”
망막 오가노이드 기반 범용 세포치료 전략 제시
유리체강 주사 통해 신경영양인자 분비 ‘파라크라인 효과’ 유도
전임상서 망막 두께 보존·시각 기능 개선 확인
환자 유래 iPSC 기반 질환 모델·엑소좀 치료 연구 확장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3-06 06:00   수정 2026.03.06 06:01
바이오의약공방이 2월 27일 경기 화성 동탄 우정바이오에서 ‘2026 망막질환 콜로키움(Retinal Disease Colloqueum)’을 개최했다.©바이오의약공방

“유전성 망막질환은 원인 유전자가 300개 이상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는 방식만으로는 전체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 전략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광수용체 세포 자체를 보호하는 범용 치료 접근을 선택했습니다.”

싱귤래리티바이오텍 김병수 연구소장(CSO)은 최근 경기 화성 동탄 우정바이오에서 열린 ‘2026 망막질환 콜로키움(Retinal Disease Colloqueum)’에서 망막 오가노이드(retinal organoid) 기반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싱귤래리티바이오텍은 망막 오가노이드 기반으로 유전성 망막질환(Inherited Retinal Diseases, IRDs)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망막 전구세포 기반 세포치료제와 오가노이드 유래 엑소좀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환자 유래 iPSC 기반 질환 모델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유전성 망막질환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 광수용체(photoreceptor) 세포가 점차 퇴행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실명으로 이어지는 희귀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2026년 기준 원인 유전자는 344개가 보고돼 있다.

현재 미국 FDA가 승인한 치료제는 RPE65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 ‘럭스터나(Luxturna)’ 단 하나뿐이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료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수용체 보호 기반 범용 세포치료 전략

싱귤래리티바이오텍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 변이와 무관하게 광수용체 세포 생존을 유지하는 범용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 접근은 망막 전구세포(retinal progenitor cell)를 이용한 세포치료다.

망막에는 막대세포(rod photoreceptor)와 원뿔세포(cone photoreceptor)라는 두 종류의 광수용체가 존재한다. 유전성 망막질환이 진행되면 먼저 막대세포가 손상되면서 주변 시야가 소실된다. 이후 원뿔세포까지 퇴행하면서 중심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막대세포는 정상 상태에서 RdCVF(Rod-derived Cone Viability Factor) 등 신경영양인자를 분비해 원뿔세포 생존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즉, 질환 초기에 광수용체 세포를 보호하는 신경영양인자를 외부에서 공급하면 시력 저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싱귤래리티바이오텍의 연구개발 전략이다.

싱귤래리티바이오텍은 이러한 접근을 위해 줄기세포 기반 ‘망막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망막 전구세포를 생산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망막 오가노이드는 인간 망막 조직의 구조와 발달 과정을 모사한 3차원 미니 장기로, 광수용체 세포와 망막 신경세포 등 다양한 세포 유형을 포함한다. 회사는 이 오가노이드에서 망막 전구세포를 분리한 뒤 대량 배양을 통해 치료용 세포를 확보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김 소장은 “망막 오가노이드는 실제 망막 발생 과정을 재현하므로, 광수용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전구세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영양인자 분비 ‘파라크라인 효과' 유도

개발 중인 세포치료제는 망막 조직에 직접 이식되는 방식이 아니라 유리체강(intravitreal space)에 주입되는 방식이다. 주입된 망막 전구세포는 망막 조직으로 이동해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유리체강 내에 머물며 신경영양인자를 분비하는 파라크라인(paracrine) 효과를 통해 광수용체 세포 생존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김 소장은 “해당 세포치료제는 유리체강에 머물면서 신경영양인자를 분비하는 파라크라인 효과를 이용하는 전략으로, 주사된 세포는 망막으로 이동하지 않고 일정 기간 유리체강에 머물다가 자연적으로 소실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동물모델 연구에서도 이러한 기전이 확인됐다. 김 소장에 따르면, 유전성 망막질환 모델 마우스에 망막 전구세포를 유리체강 주사로 투여한 결과, 망막 두께 감소가 억제되고 광수용체 세포층이 유지되는 효과가 관찰됐다.

또한 망막 기능을 평가하는 ERG(electroretinography) 검사에서도 전기 반응 진폭이 증가했다. 특히 시각 기능을 평가하는 시운동 반응(optomotor response) 시험에서는 시력이 거의 상실된 유전성 망막질환 모델은 정상 쥐 시력의 약 80% 수준인 0.4c/d까지 시기능이 회복됐다.

주사된 세포는 망막 조직으로 이동하지 않고 유리체강에 머무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소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는 약 56일까지 유리체강 내에서 관찰됐으며, 이후 점차 분해돼 약 84일 시점에는 대부분 소실됐다.

망막 오가노이드 기반 엑소좀 치료 가능성

싱귤래리티바이오텍은 망막 오가노이드에서 분비되는 엑소좀(exosome)을 활용한 치료 전략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나노 크기의 소포로, 다양한 단백질과 RNA를 포함해 세포 간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망막 질환 모델에 오가노이드 유래 엑소좀을 주사한 결과에서도 광수용체 세포 사멸이 감소하고 망막 기능이 유지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RNA 시퀀싱 분석에서는 MAPK, PI3K-Akt, RAS 등 신호전달 경로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 변화가 관찰됐다. 엑소좀에 포함된 microRNA가 이러한 효과를 유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엑소좀 내부의 microRNA 분석에서는 배치마다 공통으로 약 20개의 주요 microRNA가 확인됐으며, 이들 중 일부는 MAPK 경로 유전자를 표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엑소좀은 망막 질환뿐 아니라 각막 손상 치료로도 확장 가능성이 확인됐다. 동물 모델에서 엑소좀을 점안제 형태로 적용했을 때 손상된 각막 상피 회복이 촉진되고 염증 사이토킨(TNF, IL-6 등)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환자 데이터 기반 질환 모델 플랫폼 구축

싱귤래리티바이오텍은 치료제 개발과 함께 유전성 망막질환 연구를 위한 질환 모델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환자 단체인 ‘실명퇴치운동본부’와 협력해 약 1400명의 환자 유전체 데이터와 임상 정보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 유래 PBMC에서 iPSC를 제작하고, 다시 망막 오가노이드로 분화시켜 질환 모델을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김 소장은 “환자 유래 iPSC 기반 망막 오가노이드는 유전성 망막질환 연구와 치료제 개발을 가속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유전자 변이에 대한 질환 모델을 구축해 연구기관과 산업계에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사업 방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전성 망막질환은 원인 유전자가 매우 다양해 단일 유전자 교정만으로는 전체 환자를 치료하기 어렵다”며 “광수용체 보호 기반 세포치료와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통해 더 넓은 환자군에 적용 가능한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오의약공방 김형순 박사는 “망막질환 연구는 분자생물학, 임상, 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여러 단계의 연결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콜로키움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임상과 산업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망막질환은 질환 기전, 유전체 특성, 혈관 미세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분야인 만큼 단일 기술이나 단일 접근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연구자와 임상의, 산업계가 함께 논의하면서 치료 전략과 개발 방향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