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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욕심내지 말고 단계적으로!"
최근 K-뷰티는 세계 제일의 화장품 수출국 프랑스가 견제할 만큼 덩치가 커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시장에서도 수입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브랜드들은 수출 여건이 예전만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때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지난달 25일 만난 P&M인터내셔널 차여진 대표는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단순한 낙관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차 대표는 화장품 해외영업 및 유통을 10년 이상 해오다 바디케어 브랜드 어푸어푸(auf auf)를 론칭한, 현장형 전문가다.
차 대표와는 두 번째 만남이다. 2024년 10월 2~5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코스모뷰티 박람회 현장에서 눈에 띄는 브랜드 어푸어푸의 대표로 인터뷰를 했다. 이번엔 자신의 브랜드를 직접 유통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차 대표는 최근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때마다 ‘스킨케어 외 다른 카테고리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털어놨다. 특히 기초 카테고리는 이미 레드오션이다. 유사한 콘셉트와 성분, 제형의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바이어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시장을 보면 특정 세럼이나 기능성 성분이 주목받을 경우 유사 콘셉트의 제품이 단기간에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한 박람회에서 주목받은 제형이나 용기가 두 달 뒤 다른 전시회에서 여러 브랜드의 ‘미투 제품’으로 등장하는 일도 낯설지 않다.
차 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아카이브'를 내놨다. 성분이나 제형은 금방 따라 할 수 있어도 브랜드가 차곡차곡 쌓아온 고유의 기록과 철학은 돈으로도 단기간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현장에서 바이어들이 던지는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트렌디한 성분이나 즉각적인 효능을 중심으로 제품 경쟁력을 평가했다면, 최근엔 해당 제품이 브랜드 전체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장기적으로 확장 가능한 설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더 면밀히 살펴본다는 것이다.
차 대표는 "같은 성분을 쓰더라도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 안에서 왜 이 제품을 내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품 하나만 던져 놓는 게 아니라, 기존 제품과 사용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또 하나의 변화는 '브랜드 수명'을 보는 시선이다. 제품의 퀄리티나 디자인, 가격 등은 기본이 된 상황에서 바이어들은 이 브랜드가 중간에 방향을 바꾸지 않고 거래를 이어갈 주체인지부터 묻는다. 반짝 인기를 얻고 엑시트하려는 브랜드가 늘어나다 보니 몇 년 뒤에도 같은 자리에서 물건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협의의 시작점이 된 셈이다.
차 대표는 "바이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몇 년 지나 브랜드가 사라지거나 단종되는 경우"라며 "매대에 올려 키워놓은 브랜드가 갑자기 끊기면 운영이 꼬이고, 계약을 정리당하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해서 처음부터 그런 리스크를 계속 확인한다"고 말했다.
흔히 미국 오프라인 유통은 인맥으로 시작된다고들 하지만 차 대표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인맥으로 한 번은 들어갈 수 있어도 매대에서 숫자가 안 나오면 그 다음 시즌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결국 입점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남는 '숫자'를 만들어내는 게 진짜 실력이다.
그래서 차 대표는 처음부터 큰 채널을 욕심내기보다 재고 회전이 빠르고 시장 반응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곳에서 데이터를 먼저 쌓으라고 조언한다.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처음부터 무리하게 판을 키우는 전략이다. 한 번에 여러 채널을 열고 큰 물량으로 협상을 시작했다가 막상 회전이 안 나오면 브랜드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급격히 줄어든다.
차 대표는 "채널과 물량을 크게 가져가면 겉보기엔 화려할지 몰라도 판매가 안 따라오면 브랜드와 바이어가 동시에 묶여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며 "초기엔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테스트 구간을 충분히 두고 한 단계씩 영역을 넓혀가는 게 훨씬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초도 물량에 대한 기대도 조정이 필요하다. 차 대표는 "처음 주문은 대부분 테스트 주문 수량"이라며 "생각보다 적게 들어왔다고 실망할 게 아니라, 그 물량이 나간 뒤에 어떤 피드백이 나오는지부터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 주문을 만들기 위해서 뭐가 더 필요했는지, 가격이었는지 패키지였는지, 프로모션이었는지 바이어랑 질문을 많이 주고받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계약 구조에서도 속도를 조절할 것을 권했다. 시장 반응과 운영 방식을 확인하기 전에 긴 독점 조건으로 묶이면, 브랜드와 바이어 모두에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차 대표는 "처음부터 한 채널에 독점계약을 하지 않는 것, 초반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서로 맞는지를 테스트해보는 단계로 두고 계약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 어푸어푸의 해외진출도 서두르지 않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유럽과 중동, 미국 등 각국 시장에 필요한 인증 절차를 꼼꼼히 밟으며 본격적인 도약을 위한 내실을 다졌다. 준비를 마친 올해부터는 주력 제품인 '히말라야 핑크 솔트 바디 스크럽 워시' 라인을 필두로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차근차근 쌓아온 브랜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확장에 나선 셈이다.
무엇보다 1인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기발하고 과감한 시도들은 어푸어푸만의 강력한 무기다. 차 대표는 "남편이 민머리라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니 시장에 비어있는 틈새가 너무 많더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민머리 전용 샴푸나 선 로션 같은 카테고리도 진지하게 구상 중이라고 했다. 차 대표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충분히 테스트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재미있는 기획을 맘대로 펼쳐볼 수 있다는 게 1인 브랜드의 진짜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차 대표는 바디케어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 페이스와 헤어까지 카테고리를 자연스럽게 넓혀갈 계획이다. 그는 "결국 해외 시장은 한 번 입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브랜드의 시간을 쌓아가는 싸움"이라며 "욕심내지 않고 단계별로 우리만의 숫자를 증명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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