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독점 깬다"… K-제약, 만성신부전 시장 '게임 체인저' 부상
대웅제약 '엔블로', 저용량·고효율로 SGLT-2 시장 균열 예고
JW중외제약, '먹는 빈혈약'으로 투석 환자 삶의 질 개선
한미·보령, 복합제 기술력 앞세워 원인 질환부터 '철벽 방어'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2-04 06:00   수정 2026.02.04 06:12
그래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주도해 온 만성신부전증(Chronic Kidney Disease, CKD) 치료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 출시에 머물렀던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자체 개발 신약과 차별화된 개량신약을 앞세워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CKD 치료의 표준 요법으로 자리 잡은 것은 단연 SGLT-2 억제제다. 당뇨병 약으로 시작해 심부전을 거쳐 신부전 치료제로 진화한 이 계열은 '심장-신장-대사'를 통합 관리하는 시대를 열었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만성신부전 치료의 패러다임이 '보존적 치료'에서 '적극적 관리 및 합병증 예방'으로 변화함에 따라, SGLT-2 억제제 국산화부터 신성 빈혈 치료제, 고혈압·당뇨 복합제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공략에 나섰다.

대웅제약, 국산 36호 신약 '엔블로'로 정면 승부

가장 주목받는 주자는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국산 36호 신약인 SGLT-2 억제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를 필두로 글로벌 약물들이 독식하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엔블로의 가장 큰 경쟁력은 '효율성'이다. 기존 SGLT-2 억제제 대비 30분의 1 수준인 0.3mg의 적은 용량만으로도 동등 이상의 혈당 강하 효과와 신장 보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약물 용량 의존적인 위장관 부작용 우려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 현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웅제약은 현재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엔블로의 적응증을 신장 질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물 모델 연구에서 신장 비대 및 섬유화 억제 효과를 확인한 만큼, 향후 글로벌 블록버스터인 포시가를 대체할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약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JW중외제약, '주사' 대신 '알약'으로 빈혈 시장 공략

신장 기능 저하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신성 빈혈' 분야에서는 JW중외제약이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JW중외제약의 '에나로이(성분명 에나로두스타트)'는 기존 주사제(EPO) 중심의 치료 패러다임을 경구용(먹는 약)으로 바꾼 혁신적인 약물이다. 체내 산소 농도를 감지하는 저산소 유도인자(HIF)를 활성화해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기전으로, 투석 전 단계 환자는 물론 투석 환자들의 내원 불편과 주사 통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잦은 투석과 주사 투여로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며 "복용 편의성을 높인 에나로이와 같은 경구용 제제가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약품·보령, '복합제 명가'의 토탈 케어 솔루션

만성신부전의 주요 원인인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잡는 '방패 전략'도 눈에 띈다. 한미약품과 보령은 독보적인 복합제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여 신장 기능 악화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SGLT-2 성분인 다파글리플로진과 고혈압 치료 성분을 결합한 다양한 복합제를 선보이며 '다파론 패밀리' 라인업을 구축했다. 또한 지난해 신장 보호 효과가 입증된 엠파글리플로진 성분의 '엠파론 패밀리'까지 출시하며 빈틈없는 방어막을 구축했다. 하루에 먹어야 할 알약 개수를 줄임으로써 장기 복용이 필수적인 만성질환 환자들의 치료 지속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보령은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기반으로 한 복합제로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보령은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투석액, 투석 기기 등을 아우르는 별도의 신장 질환 사업 조직을 운영하며 '토탈 케어(Total Care)' 솔루션을 제공,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구축했다.

이 밖에도 동아에스티 등 전통의 R&D 강자들은 신장 섬유화를 억제하거나 비만과 연계된 대사 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을 통해 차세대 CKD 치료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제약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거 국내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 만료만을 기다리던 '패스트 팔로워'였다면, 이제는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파악해 개량신약과 신약을 내놓는 '마켓 리더'로 변모하고 있다"며 "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 속에서 경제성과 효능을 모두 갖춘 국산 치료제들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승패는 누가 다양한 환자군(당뇨 유무, 단백뇨 수치 ) 대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느냐, 그리고 급여 적용 범위를 얼마나 넓히느냐에 달려있다. 환자들에게는 '투석 없는 ' 희망이, 제약사들에게는 거대한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그래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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