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약가 개편 시계, 벼랑 끝 '강대강' 대치
법적 분쟁 넘어 '사회적 갈등' 비화 조짐 ,"일방통행식 개편 '공멸'... 'R&D·고용 연동형' 제3 대안 찾아야"
복지부 "현실 안주하는 '온실' 걷어내야 체질 개선 가능" vs 업계 "캐시카우 도살하면 R&D도 공멸"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1-26 06:00   수정 2026.01.26 06:29
그래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시계가 빨라지면서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단순한 '재정 절감'을 넘어 제약산업 '강제적 체질 개선' 과제로 내세우며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제약업계는 이를 '산업 사망선고'로 받아들이며 배수진을 쳤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복지부의 개편안(정부안)과 이에 맞서는 제약업계(산업계안)의 핵심 쟁점을 비교 분석하고, 향후 사태의 전개 방향을 진단해 본다.

양측 입장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복지부는 제네릭(복제약)을 '가격 조정의 대상'으로 보지만, 업계는 '산업 육성의 기반'으로 본다.

그래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복지부의 논리는 간명하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제네릭 약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어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낀 재원을 항암제나 초고가 신약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 쓰겠다는 '명분'은 강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2년도 약가 제도 개편 당시에도 선진국보다는 높은 수준의 약가를 보전해 주며 산업계에 체질 개선의 시간을 줬다"면서 "하지만 그 사이 충분한 체질 개선이 이뤄졌는가 자문해보면 회의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가 인증한 '혁신형 제약기업'들조차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제네릭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복지부의 분석이다.

이어 "높은 제네릭 약가가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며 "혁신 유발을 위해서는 약가 보전이 아닌, R&D 직접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다른 기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건보 약가는  가치에 기반해 지불하고, 산업 육성은 별도의 지원 정책으로 풀겠다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업계는 한국의 특수한 시장 구조를 강조한다. 다국적 제약사가 오리지널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으로 번 돈(Cash Cow)을 R&D와 시설 재투자에 쏟아붓는 'K-제약 성장 방정식'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특히 1만 5천 명에 달하는 고용 쇼크는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사회적 재난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로서는 양측이 합의점에 도달하기보다 충돌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실제 정부가 원안대로 고시를 강행할 경우, 제약사들은 즉각적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으로 맞설 공산이 크다. 과거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때보다 더 조직적이고 대규모의 소송전이 예고된다. 이는 결국 정책 집행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정부와 업계 모두에게 불필요한 행정력·비용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미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고용 절벽' 이슈는 선거철 표심과 연결되기에 정치권이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주도의 공청회나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안에 제동이 걸릴 경우, 개편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파국을 막기 위해 '교환(Trade-off)'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전체적인 약가 인하 기조를 유지하되, ▲R&D 투자 비중 ▲국산 원료 사용 여부 ▲필수의약품 생산 여부 등 구체적인 기여도 지표(Index)를 개발해, 이에 해당하는 품목은 과감히 인하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핀셋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가 제도는 제약산업의 혈관과도 같고,  혈압(약가)이 높다고 무작정 피를 뽑아내면 환자(제약산업)는 쇼크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바이오헬스 중심국가'라는 국정 과제의 핵심 파트너임을 인정한다면, 재정 절감이라는 한쪽 날개만 볼 것이 아니라 산업 육성이라는 다른 쪽 날개도 함께 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 복지부는 업계가 요구하는 '민관정 협의체' 구성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숫자가 아닌 생태계를 보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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