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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폐지가 확정된 파멥신 창업자 유진산 부사장이 상장폐지 이후 기술기업을 둘러싼 제도적 공백을 지적했다.
유 부사장은 25일 약업신문에 “상장폐지는 기업 하나의 퇴출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순간부터 기술기업을 둘러싸고 작동하던 공시와 감시, 시장 규율이 일시에 사라지는 제도적 단절을 의미한다”면서 “문제는 상장폐지 이후 기술자산과 연구 성과, 소수주주와 연구 인력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약개발과 같은 연구개발 중심 기업은 기업 가치의 핵심이 특허와 파이프라인 같은 무형자산에 있음에도, 상장폐지 이후 이러한 자산이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구조는 명백한 제도적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파멥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노바티스와 오비메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설립된 바이오텍이다. 이후 17여년간 다수의 항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글로벌 임상 단계까지 진입시켜 온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2018년 기술특례 제도로 코스닥 상장했다.
유 부사장은 “이 과정에는 수많은 연구자와 환자, 소액주주, 임직원들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최근 코스닥 상장폐지 결정을 맞이하게 된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멥신은 2023년 12월 공시 번복 등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으며, 2024년 1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주권 매매거래가 전면 정지됐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불성실공시 벌점 누적과 경영 안정성, 상장 유지 요건 미충족 등을 근거로 2025년 5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상장폐지에 이르게 된 경위와 관련해, 유 부사장은 “사건의 출발점은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무자본 기업사냥꾼들이 설계한 구조에 얽히며, 불성실공시 누적 벌점에 따른 거래정지로 이어진 것”이라며 “회사는 상장 유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개선 계획과 법적 절차를 이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장 유지는 허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멥신은 상장 유지를 위해 개선계획 이행과 이행내역서 제출, 법적 대응 등을 진행했지만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파멥신이 제기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2026년 1월 법원에서 기각됐고, 같은 달 정리매매를 거쳐 코스닥 상장폐지가 최종 확정됐다.
유 부사장은 상장폐지 자체보다 그 이후의 상황을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상장폐지가 확정되는 순간, 기업을 둘러싸고 작동하던 최소한의 공시·감시·시장 규율은 일시에 사라진다”며 “그러나 상장폐지 이후 기업의 기술자산과 연구 성과, 소수주주와 연구 인력을 보호하는 제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상장 요건과 퇴출 기준에는 엄격하지만, 상장폐지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무관심하다”라며 “특히 신약개발과 같은 연구개발 중심 기술기업에게 상장폐지는 단순한 시장 퇴출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연구 성과와 기술 자산, 연구자와 소수주주의 삶이 제도적 공백 속에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유 부사장은 상장폐지 이후 최대주주의 권한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상장사일 때 작동하던 공시와 감시 체계는 상장폐지와 동시에 사라지지만, 이후 최대주주가 기술자산을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이전하거나 연구개발을 중단하거나 회사를 청산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견제할 실질적 장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구조를 방치한다면 앞으로 어떤 연구자와 창업가가 끝까지 연구하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 부사장은 이에 대한 제도적 대안으로 ‘상장폐지 기술기업 보호에 관한 특별 규정(안)’을 제안했다.
이하 파멥신 유진산 부사장이 제안한 ‘상장폐지 기술기업 보호에 관한 특별 규정(안)’ 전문.
제1조(목적)
규정은 상장폐지 이후 연구개발 중심 기술기업의 핵심 자산과 이해관계자를 보호함으로써, 대한민국 기술혁신 생태계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적용 대상)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상장폐지 기업에 적용한다.
• 신약개발, 바이오, 첨단기술 분야 기업
• 국가 연구개발 과제 수행 이력이 있는 기업
제3조(사후 보호기간)
상장폐지 확정일로부터 2년간을 사후 보호기간으로 지정한다.
제4조(핵심 자산 처분 제한)
사후 보호기간 중 다음 행위는 감독기관의 사전 심사를 거치도록 한다.
• 특허, 파이프라인, 핵심 기술의 양도·포기
• 회사의 해산 또는 청산
• 연구개발의 전면 중단
제5조(소수주주 보호)
사후 보호기간 동안 다음 사항을 의무화한다.
• 분기별 경영 및 자산 현황 공개
• 중대한 자산 처분 시 소수주주에 대한 사전 통지
유 부사장은 “이는 과도한 규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폐지 이후에도 기술기업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지만, 제도적 공백 속에서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장폐지 이후 기술기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최대주주의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소수주주와 연구자의 권익을 누가 지켜줄 것인지는 자본시장과 기술혁신 생태계 전체의 문제”라며 “한 기업을 살려달라는 호소가 아니라, 대한민국 기술기업의 신뢰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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