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칼리코 11년 공동 연구 종료…파이프라인 향방 불투명
17.5억 달러 투입 대형 프로젝트 종료…‘ABBV-CLS-628’ 등 개발 계획 주목
ALS 후보물질 임상 실패가 결정적 요인…100명 감원 가능성 제기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14 04:00   수정 2025.11.14 04:00

애브비(AbbVie)가 알파벳(Alphabet) 산하 바이오테크 기업 칼리코 랩스(Calico Labs)와 11년간 지속해 온 공동 연구개발 협력의 종료를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매체 Stat이 내부 이메일 내용을 인용해 전했다.

양사는 2014년 첫 계약을 체결한 이후 노화 및 노화 관련 질환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연구 성과 도출을 위해 2018년과 2021년에 두 차례 재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계약 초기 양사는 최대 15억 달러 규모의 공동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노화 생물학 분야의 기초 연구부터 신약 후보 발굴까지 협력을 확대해 왔다고 알려졌다.

Stat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력 종료 과정에서 약 100명의 직원이 감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애브비가 최근 소분자 치료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유전자 치료제와 주사제 기반 의약품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정으로 해석된다.

실제 내부 이메일에는 애브비가 전략적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급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이고 비용이 크게 드는 노화 연구 프로젝트보다는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방향 전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칼리코는 애플 이사회 의장이자 전 제넨테크 CEO인 아서 레빈슨(Arthur Levinson) 박사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공동 설립한 기업으로, 인간 노화 과정을 재해석하고 관련 질환의 생물학적 근거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설립 초기부터 정보·기술 기업과 글로벌 제약사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았으며, 장기적 연구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애브비가 2013~2022년 기간 동안 투입한 누적 투자액만 17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두 회사의 협력 연구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을 대상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 ‘포시고티파터(fosigotifator)’였다. 이 후보물질은 단백질 합성 조절에 관여하는 eIF2B를 표적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었으며, ALS 진행 지연 가능성이 기대됐다. 그러나 올해 초 발표된 2/3상 임상시험에서 24주간 위약 대비 질병 진행 속도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늦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전을 적용한 데날리 테라퓨틱스(Denali Therapeutics)의 eIF2B 타깃 치료제 역시 임상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이 기전 전체의 개발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애브비와 칼리코는 포시고티파터를 ALS 외에도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와 소실성 백질 뇌병증(Vanishing White Matter Disease)으로 개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해 왔다. 하지만 협력 종료 발표 이후 해당 파이프라인의 권리·개발 주체가 어떻게 조정될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파이프라인은 현재까지도 애브비의 온라인 파이프라인 목록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일부 자산은 목록에서 제거된 점도 확인되어 향후 개발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사가 개발하던 또 다른 중요한 연구 자산으로는 단일클론항체 기반 치료제 ‘ABBV-CLS-628’이 있다. 이 후보물질은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장질환(Autosomal Dominant Polycystic Kidney Disease, ADPKD)을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지난달 미국 FDA로부터 패스트트랙(Fast Track) 지정을 획득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해당 질환의 높은 미충족 의료 수요와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임상 및 허가 절차에 대한 지원이 제공된다.

ABBV-CLS-628은 올해 여름 2상 임상시험에 돌입했으며, 현재 ClinicalTrials.gov에는 ‘참가자 모집 중’으로 등록되어 있다. 임상시험 정보는 11월 4일자로 최신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애브비의 온라인 파이프라인 목록에서 이 후보물질이 최근 제외된 상태로 확인되면서, 협력 종료 후 개발 주체 변경 또는 프로젝트 재정비 여부가 향후 쟁점으로 남고 있다.

칼리코의 내부 인사 변화 역시 이번 협력 종료와 맞물려 주목되고 있다. 지난 10월, 칼리코는 애브비 글로벌 의약화학 부문 부사장 직을 맡았던 필립 킴(Philip Kym) 박사를 신약발굴 책임자로 영입했다. 그는 애브비 재직 시절 애브비–칼리코 공동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양사 협력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을 관리한 경력이 있으며, 은퇴 직후 칼리코에 합류해 연구 전략 전반을 이끌게 되었다.

칼리코는 신설된 직책을 통해 후보물질 발굴 영역을 확대하고, 신규 연구 테마 발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킴 박사는 공개된 발표문에서 기존 협력 프로그램의 요소를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연구영역을 확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협력 종료는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기반 바이오기업이 장기간 유지해온 R&D 동맹이 조정되는 사례로, 노화 연구와 복잡한 신경퇴행성 질환 분야에서 연구 성과 도출의 난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ALS와 같은 치명적 희귀질환 분야에서 기전 기반 치료제 개발이 반복적으로 난관에 봉착하면서 관련 파이프라인의 향후 전략 수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ADPKD와 같은 영역에서는 패스트트랙 지정 등 일정 수준의 진전이 있었음에도, 파트너십 종료로 인해 개발 일정·책임 구조가 재편될 여지가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애브비가 향후 자체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전략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칼리코는 이번 인사 및 조직 변화에 따라 독립적 연구 정체성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협력 과정에서 축적된 장기 노화 연구 데이터와 기술 플랫폼이 어느 주체에 의해 어떻게 활용될지가 향후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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