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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eauty, 동남아 시장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2024년 한국 화장품 수출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관세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이 중 동남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정도다. 그 중 베트남이 5.2%(5억3000만 달러), 태국 2.2%(2억3000만 달러), 싱가포르 1.7%(1억7000만 달러) 순이다. 적지 않은 규모지만, 지속적인 성장 스토리를 만든 브랜드는 딱히 없다.
"동남아 시장은 어떻게 공략하면 좋을까요?"
최근 여러 기업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첫 질문을 이렇게 던지는 기업들은 대개 동남아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갖고 있지 않다. CEO는 물론 실무 담당자들조차 동남아 국가들의 시장을 제대로 둘러본 경우도 드물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뷰티 루틴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심지어 각 나라에서 어떤 로컬 브랜드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지 총판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수출하는 인바운드(In-bound) 방식이 대부분이다.
‘동남아’는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우리 브랜드의 콘셉트와 제품 구성을 봤을 때, 동남아 시장 중에서 어느 나라부터 공략하는 것이 효율적일까요?”라고 묻는 게 더 현명한 접근이다. 한국 기업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동남아 시장을 중국, 일본, 미국처럼 하나의 단일 블록으로 묶어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유럽 기업이 한중일 3국을 '동북아 시장'이라고 묶어서 공략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대부분 "한중일은 너무 다른 시장"이라며 손사래를 칠 게 분명하다. 동남아 역시 마찬가지다.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은 기후, 소득, 종교, 사회적 배경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7만 달러가 넘지만 인구가 600만명에 불과한 도시국가다. AI에 물어보면 ‘싱가포르가 트렌드 발신지 역할을 한다’고 답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싱가포르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 동남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말레이시아는 인구 3500만 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소득 수준은 1만2000 달러로 도시화가 상당히 진척됐다. 쿠알라룸푸르는 서울만큼 오토바이가 없는 발전된 코스모폴리탄 도시다. 태국은 아시아에서 식민지배를 겪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로 왕족과 귀족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는 있지만 막연한 동경이나 문화적 열등감은 없다. K-뷰티 트렌드를 소화해서 자국 화장품으로 대체 소비하는 경향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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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지역의 새로운 뷰티 강자,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한국에서는 '소득 5000 달러도 안 되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개발도상국'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는 태국을 대신해서 동남아 시장의 뷰티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 로컬 브랜드 품질도 매우 좋아져서 굳이 다른 나라 제품을 쓸 필요가 없어요"라는 현지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로컬 브랜드들은 인구 3억의 거대 시장에서 축적한 소비자 인사이트와 기술력,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K-뷰티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오토바이 문화와 메이크업 시장
개발도상국 시장을 분석할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오토바이 보급률과 자동차 보급률, 그리고 지하철 등 공공교통 인프라 구축 수준이다. 지하철로 통근하는 나라와 오토바이로 이동해야 하는 나라는 메이크업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먼지와 매연이 가득한 길에서 마스크와 헬멧까지 쓰고 다니는 그녀들이 메이크업을 하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 오토바이 이동이 일상인 베트남에서 아직 선크림이 일상이 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트남의 경우 단 31%의 성인 여성만이 선크림을 매일 사용해 2022년 기준 약 200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흰 피부에 대한 동경은 강한 편이라 타지 않기 위해 끈적이는 선크림보다 긴 소매 옷과 모자, 그리고 두건으로 물리적 차단을 하는 게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오토바이보다 자동차 보급률이 훨씬 높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발전해 있어 종교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메이크업이 더 일찍 보편화됐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메이크업 소비와 관련이 있다
베트남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보다 낮지만, 사회참여율은 90%에 육박한다. ‘남자는 놀아도 여자들은 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여성 대학진학률이 39% 정도로 높지만(전체 평균이 30%임을 감안하면), 사회참여율은 50% 정도로 보수적인 모습을 보인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평균 연령이 30세 전후인 것에 비해 태국의 경우는 평균연령이 40세를 넘은 고령화 사회다. 1인당 국민소득이 7000불 수준인 개발도상국이지만 출산율은 1.0 이하로 떨어져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나라다. 여성들의 대학진학률과 사회활동 참여비율은 싱가포르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여성들의 자아실현 욕구가 커지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출산율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태국이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 메이크업 문화가 가장 먼저 발전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지표들은 각국의 소비 코드를 이해하는 주요한 배경 정보가 된다.
기후가 다르면 화장품도 달라진다
"동남아시아는 다 더운 나라니까 똑같은 제품을 쓰겠지?"라는 선입견이야말로 동남아 진출에서 겪는 첫 번째 함정이다. 연중 사우나 같은 말레이시아와 겨울에 10도까지 떨어지는 베트남 북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동남아시아에는 세 가지 기후대가 있다.
1. 열대우림 기후대(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연중 24-32°C, 습도 70% 이상의 '365일 사우나' 환경이다. 소비자들은 아침에 발라도 점심 때 번들거리는 T존 때문에 고민한다. 당연히 오일 컨트롤과 모공 케어 제품이 필수가 되고, '가벼운 질감'이 정의다. 겔 타입 모이스처라이저를 선호하며 크림 타입은 '너무 무겁다'며 기피한다.
2. 열대 몬순 기후(태국, 필리핀, 베트남 중남부): 건기(11월~4월)와 우기(6월~10월)로 나뉜다. 흥미롭게도 같은 나라 안에서도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화장품을 찾는다. 태국의 한 뷰티 인플루언서는 "건기에는 보습에 신경 쓰다가 우기가 시작되면 워터프루프 제품으로 완전히 갈아탄다. 마치 두 개의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3. 아열대 기후(베트남 북부): 동남아에서 예외적으로 사계절이 존재한다. 하노이 주변은 겨울철 기온이 10도까지 떨어져 한국 가을 날씨와 비슷해진다. 이 지역 소비자들은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계절별로 확연히 다른 제품을 사용한다.
한국에서도 계절별로 신제품 출시 시기를 정하거나 시즌별로 프로모션 대상 제품을 정하는 게 상식인 것처럼, 동남아 시장에서도 각 국가별, 지역별로 계절에 따른 마케팅 계획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현지화 없는 글로벌은 없다
"현지화요? 그런 게 필요한가? 현지 총판이 주문하는 대로 보내주면 되는데..." 한두 번 수출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입점시키는 것으로 해외 진출을 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잠시의 성공은 있을 수 있어도 지속적인 성장은 한계가 있다.
동남아시아는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각국의 인구, 인종, 종교, 소득, 문화, 역사, 심지어 기후까지 모두 다르다. 성공적인 동남아 진출을 위해서는 각국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총판’에만 의존하다가는 이미 중국에서 한 번 겪은 것처럼 '동남아' 현지 소비자들의 인사이트를 무기로 성장하는 로컬 브랜드들에 의해 밀려나는 결과를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 다행히 아직은 되돌릴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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