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모달리티 '엑소좀'은 왜 데스밸리에 빠졌나”
임상·자금·규제 ‘데스밸리’ 해법은 CMC 표준화와 역가 기준 확립
정부 R&D와 유연한 심사가 산업 도약과 글로벌 선점의 분수령
엑소좀산업협의회 ‘엑소좀 산업의 현재와 미래’ 주제로 세미나 개최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28 06:00   수정 2025.08.28 06:21
'엑소좀 산업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엑소좀(Exosome)이 차세대 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줄기세포와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는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고 물질을 운반하며, 재생·면역·약물전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임상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승인된 치료제는 없고, 임상 데이터 축적과 규제 체계 정립, 투자 환경 개선이라는 ‘데스밸리’를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국내 대표 엑소좀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엑소좀산업협의회는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건강기능 전시회 ‘CPHI/bioLIVE/PMEC/Hi Korea 2025’ 부대 행사로 ‘엑소좀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좌장은 엠디뮨 배신규 대표가 맡았다. 패널로는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최철희 대표, 에스엔이바이오 김은희 연구개발본부장, 엑소코바이오 조병성 대표, 브렉소젠 오승택 부사장, 랩스피너 이규상 대표가 참여했다. 

토론은 △산업의 현재와 미래 △임상 전환의 허들 △글로벌 전략 △정부 지원 필요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화두는 “엑소좀 산업, 왜 데스밸리에 빠졌나”였다. 좌장 배신규 대표는 “화장품과 재생 분야에서는 성과가 나오는데, 왜 치료제 개발은 침체돼 있는지.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최철희 대표는 글로벌 투자 환경과 미국 엑소좀 신약개발 기업 코디악(Codiak)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최 대표는 “엑소좀은 초기 가능성에 환호를 받았지만, 임상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특히 코디악은 나스닥 상장 이후 희귀 림프종 임상에 들어갔으나, 기술 성숙도가 부족했고, 결국 자금난으로 무너졌다. 산업 전체가 혹독한 겨울을 맞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를 교훈 삼아 임상 적용이 가능한 기업들은 다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승택 부사장은 엑소좀 모달리티의 본질적 한계보다는 자금 환경과 생산 인프라의 부재를 지적했다. 오 부사장은 “2020년 전후로 엑소좀은 과도하게 주목을 받았다”면서 “기대치는 높았지만, 생산 인프라가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오 부사장은 “여기에 글로벌 투자 환경이 위축되면서 초기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기업들이 속출했고, 이것이 산업 침체의 큰 원인”이라고 부연했다.

김은희 연구개발본부장은 CMC(화학·제조·품질)와 규제 불확실성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자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엑소좀을 ‘약’으로 인정받으려면 배치 간 일관성과 역가(Potency)에 관한 기준이 필요하나,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임상적 의미와 연계된 정량 기준이 확립되지 않으면 신약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면서 “결국 산업이 데스밸리에 빠진 이유는 과학적, 제도적 증명 부족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규상 대표는 자사 경험을 공유했다. 이 대표는 “랩스피너도 한때 엑소좀 신약 개발을 검토했지만 쉽지 않았다. 대신 진단과 분석 플랫폼에 집중해왔다”며 “작년과 재작년 시장 침체로 매출이 줄었지만, 엑소좀만큼 우수한 약물전달 시스템은 드물어서 임상 데이터와 허가 사례가 쌓이면 반드시 시장은 반등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라고 밝혔다.

'엑소좀 산업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조병성 대표는 사이언스와 현장 검증의 균형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엑소좀 내부 지질 성분과 리피드 관련 효소에 주목하고 있다”라며 “단백질과 RNA만으로는 부족하며,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는 동시에 임상 논문과 실제 환자 사용 데이터를 축적해야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엑소코바이오는 현재 재생·에스테틱 분야에서 20편 이상의 임상 논문을 발표했다. 올해만 약 100만명 환자가 엑소코바이오 제품을 사용했다. 조 대표는 “임상적 증명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배신규 대표는 “글로벌 침체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선점할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규상 대표는 미국 진단 시장을 사례로 들었다. 이 대표는 “미국은 FDA LDT(실험실 개발검사) 체계를 통해 비교적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하고, 현지 지자체의 지원도 활발하다”면서 “진단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실적 기회”라고 말했다.

최철희 대표는 중국 기업의 추격을 경계했다. 최 대표는 “한국 기업이 전임상 데이터를 들고 나가면, 중국 기업들은 이미 임상 2상 결과를 제시한다”며 “규제 허들이 높아 우리가 개척한 길을 중국이 과실로 가져가는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정부와 규제기관이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 전체 산업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브렉소젠 오승택 부사장오 CMC 병목을 짚었다. 오 부사장은 “일부 기업들은 임상 진입 수준의 CMC를 확보했으나, 허가 신청 단계까지 가려면 여전히 과제가 많다”면서 “FDA와의 커뮤니케이션도 1년 새 의견이 달라질 정도로 기준이 유동적이고, 글로벌 CMO조차 완전히 세팅된 곳이 없어, 산업 전체가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최철희 대표는 “식약처도 이제는 기업이 CMC를 완벽히 다 해오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라며 ”규제기관과 기업이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신약개발 기업은 자체 매출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결국 정부 R&D 펀딩과 규제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대표는 “범부처 신약개발사업단, 재생의료 지원 사업에서 엑소좀 과제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거의 지원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여러 엑소좀 기업이 과제에 선정됐다”라고 밝혔다. 산업 회복의 신호탄으로 펀딩과 제도 개선이 맞물린다면, 엑소좀은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는 게 최 대표 의견이다.

토론 마지막 주제는 엑소좀의 차별화된 강점이었다. 배신규 대표는 “엑소좀은 여러 장점을 조금씩 갖고 있지만, 명확히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뛰어난 강점이 필요하다”라며 “무엇이 엑소좀의 본질적 경쟁력이 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최철희 대표는 액티브 타깃팅(Active Targeting)을 꼽았다. 최 대표는 “엑소좀은 세포 유래 특성 덕분에 특정 조직에 능동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며 “단순한 약물전달체와 달리 원하는 곳에 정확히 도달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본질적 차별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특성이 안정적으로 증명된다면 내부에 무엇을 담든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엑소좀의 근본적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