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100일 등재? 질환 지정에만 1년 훌쩍"… 약가제도 개편안 '맹점' 수두룩
제네릭 약가 45% 인하로 R&D 동력 상실 우려… 산업 지속가능성 위협

리베이트 결과 책임에 혁신형 인증 취소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노력 반영해야"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29 15:27   수정 2026.05.29 15:30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정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편과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정부가 '신약 접근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놓은 건강보험 약가제도 및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편안이 오히려 국내 제약산업의 R&D 동력을 꺾고 '코리아 패싱'을 부추길 수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환자 보장성 확대라는 당위성 이면에 방치된 '희귀질환 지정 적체'와 '제네릭 산정률 인하' 등 제도의 맹점을 정교하게 다듬지 않으면, 의약품 공급 기반과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백종헌 국회의원이 주최한 '신약 접근성 확대와 제약 혁신의 균형: 환자 보장성 강화 방향'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및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편안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주제발표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김현욱 변호사는 의약품에 대한 환자 보장성 강화와 제약산업 혁신은 신속성과 경제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다원적 공급기반과 채산성이라는 '지속가능성' 위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개편안의 세밀한 보완을 주문했다.

최근 글로벌 신약의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 등재 기간을 기존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신속 등재의 첫 관문인 '희귀질환 지정' 절차의 적체 현상을 꼬집었다. 현행 제도상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 지정 검토는 1분기 수요조사를 시작으로 4분기 최종 심의를 거쳐 이뤄지며, 산정특례 적용은 이듬해에야 가능하다. 즉, 약가 협상 기간을 100일로 줄이더라도 앞단인 질환 지정에만 1년 이상이 소요돼 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의 문턱을 높이는 '부양의무자 가구 소득·재산 기준'의 조기 폐지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2027년부터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나, 환자 가구 소득 기준마저 혈우병, 고쉐병 등 4대 질환에만 완화 적용되고 있어 환자 간 차별 폐지와 기준 합리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의 가장 큰 위기감은 기등재 약제의 산정률 인하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기존 의약품을 등재 시점 기준으로 그룹화해 단계적으로 산정률을 45%까지 조정할 계획이다.

제네릭 의약품은 국내 제약사들의 안정적 수익원이자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핵심 투자 재원이다. 

업계는 이번 산정률 인하가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직결되며, 결국 다원적 공급 기반과 제약산업 혁신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규 제네릭에 대해 조건부로 약가를 60% 우대(요건 충족 시 최대 4년)하고 '준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으나, 근본적인 충격 완화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2029년 신청 시부터 의약품 R&D 투자 비율 기준이 대폭 상향(예: 매출 1천억 원 이상 기업은 현행 5%에서 7%로 상향)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역시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 결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반 혁신형과 외국계 혁신형의 심사 기준 배점을 분리한 것은 긍정적이나, 결격 사유 및 인증 취소 규정의 '결과 책임'이 문제로 지적됐다.

개편안은 인증 심사 시점 기준 5년 이전에 종료된 리베이트 행위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며 일부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직원 개인의 명백한 일탈에 의한 리베이트라 하더라도 제약기업이 식약처 등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애써 획득한 혁신형 인증이 취소될 수 있는 '인증 유지의 취약성'은 여전하다.

김 변호사는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데, 명백한 개인 일탈로 인한 결과 책임 때문에 혁신형 기업 인증이 취소된다면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ISO 인증 등 기업의 고도화된 컴플라이언스 준수 노력과 투명성 확보 노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인증 취소 요건을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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