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조 원 시장 노린다…길리어드 '예즈투고', 장기 PrEP 시대 개막
FDA 승인 직후부터 환자 문의 급증…“오랜 기다림 끝났다”는 현장 반응
기존 하루 약 복용·2개월 주사 방식 불편함, 새로운 약제로 해소 기대
미즈호, 예즈투고 연매출 최대 8조 원 전망…월가 기대치보다 60%↑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6-27 06:00   수정 2025.06.27 06:01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신약 ‘예즈투고(Yeztugo)’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HIV 예방(PrEP)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경구제 혹은 2개월마다 맞는 주사에 비해 연 2회라는 장기 지속형 투약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일본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의 미즈호(Mizuho) 증권이 HIV 전문의와 나눈 인터뷰에 따르면, 해당 의사는 자신이 진료하는 125명의 PrEP 환자 중 ‘대다수’가 향후 1년 내 예즈투고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환자들 사이에서 신약에 대한 문의가 승인 직후부터 빠르게 늘고 있으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치료 옵션이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인터뷰를 진행한 전문의는 “현재 담당하고 있는 환자 중 약 45~50%는 길리어드의 하루 복용제 ‘데스코비(Descovy)’를, 약 33%는 GSK의 2개월 주사제 ‘아프리튜드(Apretude)’를 사용 중”이라며 “나머지는 과거 대표 약제였던 ‘트루바다(Truvada)’ 또는 제네릭 버전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중 일부가 아프리튜드의 ‘연 6회 방문’이라는 점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예즈투고의 단 2회 투여 방식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바늘에 대한 공포로 인해 주사제를 꺼리는 환자들이 5~10% 수준 존재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아프리튜드 사용자 대부분이 예즈투고로 옮겨갈 것”이라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lobalData는 이번 승인을 통해 PrEP의 전반적인 이용률 자체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PrEP 사용 대상자 중 실제 복용 비율은 2022년 기준 36%에 불과하며, 특히 여성·흑인·히스패닉계 등 취약 집단에서 접근률이 낮은 상황이다.

예즈투고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로 주목된다. 장기 주사제가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고, 매일 약을 복용한다는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월가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예즈투고의 연간 최대 매출을 40~50억 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즈호는 이보다 훨씬 높은 80억 달러(약 10.8조 원)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는 길리어드가 지난해 데스코비로 벌어들인 21억 달러, GSK가 아프리튜드로 기록한 3.8억 달러(2790억 원)의 수치를 단숨에 넘어서는 수치다.

길리어드는 이를 통해 HIV 예방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스코비와 트루바다에 이어 예즈투고까지 확보하면서, 경구제와 주사제 양축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예즈투고는 아직 한국에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HIV 예방 전략에서도 장기 지속형 주사제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루 복용의 불편함과 사회적 낙인, 의료 접근성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시아권 HIV 감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감염 고위험군의 낮은 PrEP 순응도를 감안할 때, 예즈투고와 같은 제품은 공중보건 전략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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