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약품인 혈장분획제제(혈액 기반 의약품)의 국내 자급률 감소와 국가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백신만큼 국가 주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혈장분획제제 자급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혈장분획제제는 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외한 혈장 성분을 활용해 만든 의약품이다. 혈액응고 인자, 알부민, 면역 글로불린 등이 혈장에 속한다. 대표적으로 출혈이 멈추지 않는 혈우병 치료에 사용되는 혈액응고인자제제(혈장분획제제)가 있다.
혈우병 환자는 선천적으로 혈액 내의 응고인자가 부족해 혈액응고인자제제가 없으면 사망한다. 국내에만 2500여명의 혈우병 환자가 있으며, 전 세계에는 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혈장분획제제는 필수적인 의약품으로, WHO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제정해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SK플라즈마 허지호 전략추진실장은 1일 “혈장분획제제 자급이 가능한 국가는 전 세계 오직 34개국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도 혈우병환자 3분의 2와 혈장분획제제가 필수적인 질환자가 혈장분획제제를 공급받지 못해 매년 수십만명씩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플라즈마는 2015년 SK케미칼로부터 분사해 생물학적제제와 혈액제제를 전문적으로 연구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SK플라즈마는 경북 안동시에 대규모 GMP 제조소를 보유했으며, 2022년 기준 14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허 실장은 “2022년 국내 혈장 자급률이 50% 이하로 감소했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신 주권의 중요성이 알려진 만큼, 혈장분획제제 주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혈장분획제제의 국가 간 불균형이 매우 큰것으로 나타났다. WHO가 2021년 발간한 '혈액 안전 및 가용성에 관한 글로벌 현황 보고서(Global status report on blood safety and availability)' 에 따르면 전 세계 163개국 중 91개국이 혈장분획제제 자급이 불가해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또 16개국에선 수입조차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불균형은 더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은 국내외에서 혈장분획제제의 원료인 혈장을 공급받아 일정 부분 자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혈장 수요는 증가하는 데 반해, 헌혈자 수가 급감하며 혈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허 실장은 국내 혈장 부족 문제와 전 세계 혈장분획제제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선 △혈장에 대한 무역법 제·개정 △혈장 품질관리 기준 및 절차에 대한 글로벌 표준화 △기업의 ESG 경영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혈장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는 법률 제·개정을 선제로 이뤄야 하며, 규제기관에선 글로벌 규제 조화의 틀을 마련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 선진국에서 혈장분획제제를 공급하고 있으나, 높은 의존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국가적 재난 시, 국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혈장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엔 혈장 가격이 리터 당 179 달러(23만6500원)에서 무려 27.3% 증가한 228 달러(30만1300원)에 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 관계자는 “혈장분획제제는 의약학적으로 매우 유용하게 사용돼 수요가 매우 많지만, 그 공급은 헌혈자에 의존함으로써 국내외에서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식약처뿐만 아니라 정부, 민간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SK플라즈마는 혈장분획제제 자급률이 낮은 동남아시아에 제조소를 마련, 국가 간 의료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SK플라즈마는 올해 초 인도네시아 보건부와 혈액제제 제조소 건설 및 운영을 함께하기로 협약했다. SK플라즈마는 인도네시아에 혈액제제 제조·설비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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