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쿠팡, 식료품에 이어 뷰티 '밥그릇' 싸움
양사 모두 '납품업체 갑질' 이력...'제 눈에 들보는 못본척'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7-26 06:00   수정 2023.07.26 06:01
CJ올리브영이 쿠팡으로부터 갑질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됐다.  사진은 두 회사의 로고. ©각사 

H&B 스토어 CJ올리브영이 또 한번 '납품업체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그 상대가 갑질로 지탄 받았던 쿠팡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 '햇반' 싸움이 '뷰티'로 번져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거래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쿠팡 측은 신고서에서 "올리브영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고자 뷰티업체에 납품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등 지속해 거래를 방해했다"며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이 주장하는 올리브영의 구체적인 거래 방해 내용은 △중소 뷰티 납품업체 A사가 쿠팡 납품 계획을 알리자 올리브영이 매대를 축소하겠다고 협박해 쿠팡 납품을 포기하게 만든 사례 △B사가 쿠팡 납품 사실을 알리자 올리브영이 B사의 인기제품을 쿠팡에 납품할 수 없는 '금지 제품군'으로 지정한 사례 △올리브영이 "쿠팡에게 납품하는 경우 입점 수량·품목을 축소하겠다"고 협박해 C사가 쿠팡 납품을 포기한 사례 등이다.

쿠팡은 이같은 사실이 대규모유통법 제13조 "대규모유통업자는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 등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한 '배타적 거래 강요 행위'라고 봤다. 또한, 올리브영은 H&B업계에서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납품업체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 관계자는 "협력사들의 쿠팡 입점을 제한한 적이 없다"며 "압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쿠팡이 주장하는 '압박받은 납품업체'가 어딘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일이 지난해 11월부터 불거진 양사의 '햇반 납품가' 갈등이 화장품으로 확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쿠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한다고 주장했고,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숱한 가격 인상 요구와 함께 약속 물량을 공급하지 않았다며 날을 세웠다. 현재까지도 쿠팡에선 햇반, 비비고 만두 등 CJ제일제당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쿠팡-올리브영, 과거 '납품업체 갑질'로 신고당해

쿠팡이 올리브영을 상대로 피해를 주장하는 모양새는 낯이 익다. 양사 모두 납품업체 갑질 문제로 논란을 자초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은 H&B 경쟁업체들에 대해서도 배타적 거래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납품업체에 대한 '부당 반품 강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올리브영이 랄라블라(GS리테일), 롭스(롯데쇼핑), 부츠(이마트) 등의 경쟁사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납품업체를 압박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오는 8월(예정) 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해당 사건과 이번 쿠팡 신고 건이 병합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올리브영은 쿠팡의 신고와 공정위 조사를 연관짓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H&B업계의 점유율 해석 문제가 쟁점인 공정위 조사와 쿠팡과의 분쟁은 같은 궤가 아니다"라며 "향후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역시 이마트몰, 11번가 등 경쟁 온라인몰과의 가격 경쟁 과정에서 자사몰의 상품 가격을 최저가로 유지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타 채널의 판매가격 인상 등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질타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2021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쿠팡에 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쿠팡과 올리브영의 분쟁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계의 두 공룡 업체가 납품업체 상대 갑질 문제에 휘말린 이후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같은 문제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자들의 경영 간섭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등 공정위 소관 6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규모유통법 개정안엔 대규모 유통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자의 독자적인 경영행위를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신설됐고, 이를 규율하기 위해 분쟁조정협의회 조정, 시정명령·과징금과 벌칙 규정이 정비됐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조정원 협의회에 상임위원이 설치되면 분쟁 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이 향상돼 불공정거래행위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피해구제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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