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장학회(이사장 임춘수)가 올해 말 종료되는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복막투석 환자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는 본사업 전환을 준비하는 학회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말기신부전 환자는 콩팥 기능이 심하게 떨어져 콩팥을 대신하는 치료인 투석이 필요하다. 투석에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다. 혈액투석은 혈액을 빼내 인공신장기계 안에서 노폐물을 거르고, 깨끗해진 혈액을 다시 몸 속에 넣는 치료법이며 복막투석은 뱃속으로 통하는 관을 삽입해 투석액을 교환하는 치료법이다.
혈액투석은 의료진이 직접 치료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 3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복막투석은 환자 스스로 투석액을 교환하기에 교환장소만 허락한다면 일과 여행 등이 자유롭지만 반면 도관이 몸에 달려 있어 불편하고 목욕도 할 수 없다.
대한신장학회는 지난달 30일 '복막투석 환자의 재택관리 강화 대책은 무엇인가?' 토론회를 열고, 복막투석이 혈액투석보다 5년 생존율이 더 높으며, 의료비용도 더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학회 김동기 수련교육이사는 “복막투석은 병원 방문이 적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며 보호자 부담도 적어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국내 복막투석 환자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10년 7309명이던 복막투석 환자는 2016년 6842명, 2020년에는 5724명으로 줄었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환자의 비율을 보면 혈액투석 환자가 81%를 차지하는 것이 비해 복막투석 환자는 4%에 불과하다.(신장이식 15%)
김동기 이사는 국내 복막투석 환자 감소 이유로 ▲복막투석 정보 및 교육 부족 ▲인공신장실 개설 증가 ▲복막투석 전담인력 부족 ▲투석방법 선택 위한 교육 시행 부족 ▲복막투석 환자 위한 정책적 지원 부족 등을 들었다.
김 이사는 복막투석 환자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홍콩은 1985년부터 복막투석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투석 환자의 75%가 복막투석을 하고 있으며 연간 사망률도 감소했다.
이외에 태국, 대만, 일본, 호주, 캐나다 등도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해 복막투석을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 한 관계자는 “혈액투석이 나쁜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그 비율의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며 “충분히 투석에 대해 설명하기 힘든 국내 병원의 진료 현장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회 이영기 재난대응이사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복막투석 역시 환자 불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전한 뒤 “그럼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학회 김명규 투석이사는 “혼자서 투석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에 대한 교육도 매우 중요한데 현재 의료환경이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정연희 의료정보정책과장은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본사업으로 전환되지 않더라도 시범사업은 지속될 수 있다”며 “시범사업에서 더 많은 것들이 검토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은 2019년 시작해 2022년 12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