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 한미FTA 개정 관련 '혁신형 기업 삭제' 요구
윤소하 의원 "심평원은 한미 FTA 이후 건보 · 국내 제약사 보호 신경써야"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10-19 19:22   수정 2018.10.19 19:57
한미 FTA 협상에 따른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정'이 포함되는데 대해 건보재정과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됐다.

다국적사에서 이미 혁신형 기업여건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미국 측 요구대로 개정이 진행된다면 건강보험 재정과 국내제약사에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환기시켰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지난 9월 3일 공개된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에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이 이행 이슈로 포함됐고, 협상을 위해 9월 5일 심평원과 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났다.

더불어 9월 24일에는 연내에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상호 확인한 서신을 교환했음이 확인되었다.

현재 심평원은 미대사관과의 서신교환에서 약속한대로 10월말까지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제약협회등과의 간담회를 갖고 있다.

'글로벌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는 국내 제약업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국내에서 세계최초 허가받은 신약, 임상시험 국내 수행, 혁신형 제약기업(또는 이에 준하는 기업)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 약가 10% 가산과 신속등재의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결국 국내 제약회사의 식약 개발 독려를 위한 제도를 미국측이 자국에 불리한 제도라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약 개발 현황을 보면, 2007년도부터 2016년까지 신약은 모두 213 품목인데, 국내 개발신약은 30품목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실제 보험에 등재하여 우대받은 품목은 5품목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이 제도 시행이후 혜택을 본 혁신신약은 아직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즉, 국내 혁신신약 개발은 이제 시작단계인 것이다.

한편,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 이후 대미의약품 현황을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체 의약품 수입 현황은 6.8% 증가한 것에 비해, 대미의약품 수입은 평균 12.9% 증가했으며, 점유율도 4.6%p 나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윤소하 의원은 "그런데도 국내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지원을 위한 이 제도를 미국 측의 요구대로 개정한다면, 신약에 강한 다국적 제약업계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사실상 역차별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미국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요구가 나온 것은 아니며, 다만 10월말까지 미국측에 제출하기로 한 협상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사들과 의견교환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과정에 나온 다국적제약사들의 의견을 보면, 우선 기존 3개 여건에서 혁신형 제약 기업 여건을 삭제하는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국내에서 세계최초 허가와 임상시험 국내수행 사항을 △새로운 약리기전을 가진 최소 3개 약제 △미국 FDA, 유럽 EMA 또는 식약처의 신속허가심사 대상 지정 약제 △국내에서 임상시험 진행약제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 약제 중 2개를 만족하면 되는 것으로 제안했다.

윤 의원은 "물론 의견 자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워낙 과도한 요구여서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만약 협상이 실제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건강보험의 막대한 재정 낭비와 함께 결론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전체 약가의 비중을 고려할 때 국내 제약회사들의 피해도 함께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윤소하 의원은 "국내 제약회사를 위한 '글로법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 가 다국적 제약사들을 위한 제도로 변질되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이를 위해 협상 과정에서 반드시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윤 의원이 제시한 원칙은 △원래 제도와 다르게, R&D투자비율이 높은 기업을 지원한다는 조건을 생략하고, 의약품 조건만 반영해서는 안되고 △새로운 약리기전을 가진 약제는 최초 약제만 인정하며 △미국 FDA(식품의약국), 유럽 EMA(의약청)의 기준이 아닌 국내식약처의 BTD (획기적의약품지정제도) 신속허가심사대상지정약제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윤소하 의원은 "한미 FTA로 인한 피해와 영향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심평원에서 개정안 협상에 신중을 기하며,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승택 원장은 "신중하게 협상을 임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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