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학을 전공했지만 약사는 아닙니다"
이는 약대생을 대상으로 한 제약설명회에서 연자들이 강연하기 전에 전제로 깔고 간 표현으로, 약사로서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약학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강조의 의미로 사용됐다.
지난 2일 중앙대학교 R&D센터에서 열린 '수도권 제약 마케팅 학회(PPL) 제3회 제약설명회'에서 선배 약사들은 약대생을 위한 담당분야 소개와 더불어 제약산업 진출을 위한 필요 역량에 대해 설명했다.
종근당 박경미 상무(개발본부 제품개발담당)는 "약대에서는 생화학, 생물학 등 넓은 범위의 학문을 배우지만, 산업계에서 바로 적용하기에 약대생보다 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다"며 "일테면 생화학, 생물학 등은 각각의 전공과를 통한 전문가가 이미 있으며 의학적 지식은 의대보다 떨어질 수 밖에없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약대가 가진 다른 과에서 흉내낼 수 없는 지식이 무엇인지를 좀더 고민해야 한다"며 "약대는 의대보다 약이 좀더 강하고, 자연공학보다 인체와 가까운데, 우리가 알고 있는 얇지만 넓은 지식을 기반으로 약대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고민해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길리어드 정연심 전무(RA/MA 파트)도 "RA(Regulatory Affairs) 분야는 의약품과 더불어 사람(업무 커뮤니케이션)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약학만 했다고 경쟁력이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고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약학은 넓고 얕은 분야를 다루고 있는 응용과학이므로 접목을 할 수있어 적임자에 맞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각 부서가 개별적으로 일하는 게 일하는게 아니라 제약사 안에서는 많은 부서가 함께 일하는 가운데 RA 파트도 끝난 자료가 아닌 임상단계서부터 전략설정 방향부터 머리를 모은다"며 "무슨 공부를 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이 많이 들어 오는데, 공부를 아주 넓게 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어떤 영역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Market Access)와 관련해서도 "의약품의 가치를 팔아야 하는데 science(의약품의 작용 기전)를 모르면 안되고, 보험급여와 관련한 경제성 평가 증명 등 약학공부만으로는 부족한 지식이 있다. 이러한 내용은 대학에서 모든 과정을 배울 필요가 없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배울 수 있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김창수 전무(Specialty TA, Head of Specialty BU)도 "마케팅 영역을 보면 전공불문이 많은데, 그만큼 마케팅 영역에서 전공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만, 약사로서 차별화된 부분은 항암제 등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영역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기업이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고 그에 대한 이익을 받는 일반적 마케팅에 더해 제약 마케팅은 구매결정권자가 소비자가 아닌 의사라는 점,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점, 건강과 관련된 만큼 임상적 근거(evidence) 중심 마케팅이라는 국내 특성을 고려해 브랜드 플랜(brand plan)을 개발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