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꽃샘추위 탓에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요즘, 환절기 감기만큼이나 알레르기비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요 증상이 콧물이나 기침으로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코감기와 알레르기비염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코감기는 누런 콧물과 전신 근육통이 함께 나타나는 반면, 알레르기비염은 2주 이상 지속되는 맑은 콧물과 발작적인 재채기가 특징이다. 감기와 알레르기비염은 증상은 비슷할지 몰라도 치료법은 전혀 다르다. 애꿎은 감기약만 먹다가 비염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히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환절기에 흔히 발생하는 감기는 보통 발열과 함께 콧물, 기침을 동반한다. 이때 나오는 콧물은 누렇고 끈적끈적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침은 이따금씩 나오는 재채기와는 다르게 나타나고 목에 느껴지는 자극 때문에 나온다. 이는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나 인후부에 생긴 가래 등의 분비물 때문인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 전신에 근육통이 나타나고 인후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알레르기비염일 경우 약간 다른 증상을 보인다. 콧물이 물처럼 흘러내리는 맑은 콧물이 난다면 알레르기비염일 가능성이 높다. 또 콜록거리는 기침보다는 코가 간질간질해 갑자기 발작적으로 재채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 눈에 충혈이 일어나거나 눈 주위가 가려운 증상이 동반되면 알레르기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 감기와 알레르기비염은 지속되는 기간 역시 차이를 보인다. 만약 2주 이상 맑은 콧물이나 재채기, 눈이 가려운 증상이 계속된다면 감기라기보다는 알레르기비염일 가능성이 크므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정도광 원장은 “알레르기비염을 가볍고 흔한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며 “알레르기비염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천식 발생 위험이 3배 정도 높고, 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후각이 떨어지거나 기침이 만성화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설명한다.
가벼운 감기일 경우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수분과 영양섭취만 잘해도 1주일 정도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비염은 정확한 검사 및 진단에 따른 치료가 있어야 한다.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을 찾는 피부반응검사나 비강세포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알레르기비염은 개인별 증상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고 증상의 경중에 따라 약물 치료 외에 수술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알레르기비염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물질인 항원을 피하는 회피요법이다. 봄철에 알레르기비염 환자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항원은 꽃가루다. 보통 4월부터 6월까지는 참나무나 자작나무, 포플러나무 등의 식물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꽃가루가 가장 많이 날리는 시간은 오전 5~10시 사이이므로 이 시간대에는 되도록 외출을 삼간다. 부득이하게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항원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봄철에 꽃가루만큼이나 조심해야 하는 것이 황사다. 황사의 주요 성분은 흙먼지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인체에 위해를 줄 정도로 해롭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흙먼지 속에 미세먼지를 비롯해 카드뮴이나 납 같은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비염 환자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 이는 꽃가루 때문에 민감해져 있는 코 점막을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항원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회피요법과 함께 적절한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레르기비염 초기일 때는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항알레르기 약물을 처방한다. 알레르기비염의 3대 증상인 재채기와 콧물, 코 막힘이 모두 발생하면 비강 분무형 스테로이드제나 혈관수축제로 치료한다.
환절기나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 비염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약물을 예방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4~5일 정도 전에 미리 약물을 복용하면 콧물이나 재채기 증상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코 막힘이 만성화돼 숙면을 취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약물로는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레이저나 코블레이터로 코 속 점막을 살짝 태워 예민한 코 점막의 민감도를 낮춰주는 수술이 효과적이다.
코블레이터는 섭씨 40~70도의 저온 고주파 요법으로, 바늘 모양의 기기를 코 속으로 집어넣고 염증 부위의 점막에 고주파를 쏘면 점막이 축소되는 원리다. 코 점막의 염증이 심해지면 비강(코 속 빈 공간) 안쪽 아래편에 있는 선반 모양의 점막인 하비갑개도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부은 점막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도움말 :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전문클리닉 정도광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