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광고 타깃 전문인이어야 약발”
DTC 광고가 미치는 처방률 향상효과 제한적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8-09-05 10:25   수정 2008.09.10 18:06

처방용 의약품들의 소비자 광고(direct-to-consumer ad.)가 매출향상에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외래진료‧예방의학 연구팀의 스티븐 B. 수메라이 교수팀은 2일자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캐나다에서 DTC 광고가 에타너셉트, 모메타손 및 테가세로드의 사용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장기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DTC 광고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처방약 광고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국내의 ‘의약품 대중광고’와는 차이가 큰 개념이다. 현재 미국과 뉴질랜드에서만 허용되고 있을 뿐, 나머지 국가들은 광고의 허용범위를 OTC 제품들에 국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7년부터 DTC 광고가 허용된 이래 최근 10년 동안 DTC 광고비가 330%나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해 50억 달러 이상이 DTC 광고에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

한편 수메라이 교수팀은 DTC 광고가 법적으로는 허용되지 않고 있지만, TV와 라디오 등에서 시청‧청취가 가능한 미국방송을 통해 DTC 광고를 접할 수 있는 캐나다 퀘벡州에서 이번 조사작업을 진행했었다.

조사지역으로 퀘벡州가 선택된 것은 미국과 접경지대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측면과 함께 이곳이 불어권 지역이어서 주민(州民)들의 전체 TV 시청시간 가운데 미국채널에 고정하는 시간이 5%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전체 TV 시청시간의 30% 정도를 미국채널에 주파수를 맞추는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 내 다른 영어권 지역들과의 비교분석이 용이했던 것.

또 DTC 광고가 처방률 증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선정된 제품들은 암젠社의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에타너셉트)과 쉐링푸라우社의 항알러지제 ‘나소넥스’(모메타손), 노바티스社의 과민성 대장증후군 치료제 ‘젤놈’(또는 ‘젤막’; 테가세로드) 등이었다.

이들 3개 제품은 DTC 광고캠페인이 착수되기에 앞서 1년 이상 캐나다시장에서 발매되어 왔던 상태였다. 해당제품들의 DTC 광고캠페인을 전개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엔브렐’이 1억9,400만 달러, ‘나소넥스’가 2억3,500만 달러, ‘젤놈’은 3억1,400만 달러였다.

연구팀은 IMS 헬스 캐나다 현지법인의 통계자료를 근거로 캐나다 내 2,700여 약국에서 나타난 이들 3개 제품들의 DTC 광고 착수 전‧후 인구 10,000명당 월별 처방건수 증감현황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당초 기대와 달리 ‘엔브렐’과 ‘나소넥스’는 유의할만한 수준의 변화가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젤놈’의 경우에는 캐나다 내 영어권 지역에서 광고가 방영되기 시작한 직후 한때 42%(10,000명당 0.56건)에 달하는 처방률 향상효과가 관찰됐다.

그러나 ‘젤놈’도 퀘벡州에서는 광고방영이 시작된 후 2년이 가까워오자 광고가 여전히 방영 중이었음에도 불구, 처방률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수메라이 교수는 “DTC 광고의 효과가 일부 목격됐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수준에 머무른 편”이라며 “많은 사람들은 DTC 광고가 효과적이지 않다면 제약기업들이 광고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제약기업들은 DTC 광고에 나설 때 불충분한(scant) 자료에 근거를 두고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고 피력했다.

특히 수메라이 교수는 “일반상품들과 달리 처방약의 경우에는 사전에 의사와 약속시간을 정해야 할 뿐 아니라 직접 만나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면서 특정한 제품을 원하는 이유를 설득해야 하고, 이와는 별도로 약국을 찾아가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는 말로 DTC 광고가 해당제품의 매출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사유를 분석했다. 이 같은 일련의 절차를 거치면서 환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의약품을 손에 넣지 못하게 되기 십상이라는 것.

수메라이 교수는 “DTC 광고의 효과는 광고 대상 의약품의 특성이나 광고 노출빈도, 광고 대상지역의 문화적 차이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편차를 보일 수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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