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면증, 생활패턴과 생체시계 교정 통해 극복 가능”
김현진 고대안산병원 신경과 임상교수, “정해진 수면시간 보다 개인의 리듬이 중요”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3-28 06:00   수정 2022.03.28 06:20


▲김현진 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

‘피곤해’, ‘졸려’, ‘나른하다’, 우리가 주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로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몸이 ‘회복’이 필요하다고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잠(Sleep)’이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좋은 음식, 꾸준한 운동 등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정작 잠이 건강한 삶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쉽게 잊는다.

우리 일생에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잠, 부족하다면 정상적인 일상 생활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사고마저 잃어버릴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면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숙면유도를 위한 제품 및 보충재 등 각종 수면에 관련된 산업이 부쩍 늘고 있다.

이에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신경과에서 임상교수로 재직중인 김현진 교수를 통해 불면증에 대해 알아보았다.

불면증의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간헐적인 단기 불면증은 전체 인구의 30-50%가 경험할 정도로 매우 흔한 증상입니다. 만성 불면증이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잠에 들기가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아침에 일찍 깨는 증상이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면증의 진단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기초하여 자세한 병력청취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다양한 설문 도구가 개발되어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면일기(sleep diary)를 작성하게 하고, 활동기록계(actigraphy)를 같이 사용하게 하여 일주기리듬에 문제가 있는지 또는 실제 수면과 주관적 수면의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는 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기면증, 수면 중 이상행동 등 다른 수면장애가 동반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면증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이고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일반적으로 만성 불면증은 단순한 한 가지의 원인으로 발생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많은 복합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다른 수면장애가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고 우울증, 조울증 또는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도 불면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불면증의 만성화과정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론이 Spielman 이라는 학자가 1987년에 제시한 "3 Ps" 불면증 모델입니다. 이 모델에 의하면 불면증에 취약한 성격적 특성이나 연령, 기저 질환 등의 소인적 요인(predisposing factor)을 갖고 있는 사람이 불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촉발 요인(precipitating factor)에 노출되었을 때 급성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더하여 수면과 관련된 과도한 불안감, 부적응적인 수면습관과 같은 지속 요인(perpetuating factor)에 의하여 불면증이 만성화된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몇 시간 이상 꼭 자야만 한다는 생각도 오히려 불면증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적당한 수면시간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 3-4시간 정도의 수면만으로 충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10-12시간을 자야하기도 합니다. 또 나이가 들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당겨지며 총 수면시간도 줄어들게 됩니다. 본인이 꼭 몇 시간을 자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그 수면 시간을 채우지 못한 것을 보상하기 위해 낮잠을 자거나 오래 누워 있는 것이 오히려 불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즉, 불면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호전되지만, 증상 발생 이후 잘못된 수면습관, 조건화된 과 각성, 불면증의 결과에 대한 인지왜곡 등으로 만성화되고 고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잘못된 수면 습관이나 수면에 대한 왜곡된 믿음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 (Cognitive-Behavior Therapy for Insomnia: CBT-I)를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2016년 이후 미국, 유럽, 호주에서 발표된 모든 수면장애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CBT-I를 만성 불면증의 일차치료로 권장하였고, 2019년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가이드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CBT-I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약물치료에 비하여 남용이나 의존 문제가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치료가 끝난 후에도 6개월 이상 효과가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CBT-I는 수면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는 동시에 이완요법, 자극조절, 그리고 수면제한 등을 적절히 시행하게 됩니다. 

더불어 수면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수면습관들을 찾아보고 교정하게 됩니다. 정신과적 질환이나 기타 수면장애, 암과 같은 다른 내과적인 문제가 동반된 경우에도 CBT-I는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불면증의 다른 비약물학적 치료 방법으로는 광치료(light therapy)와 운동요법이 있습니다. 수면 각성시간과 일주기리듬의 주기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불면증상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일주기리듬을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인자인 빛을 적절한 시간에 노출하여 일주기리듬과 수면 리듬을 맞추어주면 불면증을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규칙적인 운동 또한 일주기리듬의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불면증을 겪는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 및 부작용은 무엇이 있을까요?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피로함, 무기력감이 심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면 부족은 고혈압, 당뇨 발생 및 비만과 같은 신체건강에 영향을 미쳐 각종 질환의 유병률과 사망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불면증은 정신 질환과의 공존률이 매우 높으며 우울, 불안, 자살 등의 위험인자로 보고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노인 인구에서 부적절한 수면이 퇴행성뇌질환의 원인·악화인자가 된다는 연구 보고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나요? 수면제와 수면유도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불면증으로 인해 갑자기 잠을 못 자게 되면서 낮의 일상 활동에 지장을 많이 받거나, 시차 증후군으로 인한 불면증, 급작스런 심한 스트레스로 유발된 급성 불면증이 지속되며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경우, 교대 근무자에게 발생하는 불면에는 수면제가 도움이 됩니다. 불면증을 유발하거나 만성화시키는 원인에 대한 파악 없이 약물사용을 지속할 경우 불면증과 원인 문제가 모두 악화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후 약물 복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벤조디아제핀 계열과 비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잠이 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총 수면시간을 늘리며 수면 중 각성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용 시 주의를 요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수면제는 중독성 약물은 아니지만 장기간 복용할 경우 생리적 및 심리적 의존성이 있으며 내성 및 금단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 약물도 수면 유도 목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임상에서 불면증 양상을 크게 수면 개시장애와 수면 유지장애로 나누는데, 환자의 증상에 따라 처방하는 약물 종류가 조금 달라지게 됩니다. 

수면제는 대부분의 경우 안전하게 복용하실 수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수면제는 중추신경계를 억제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가장 흔한 부작용은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과다진정과 어지러움, 운동실조, 졸림증이 있습니다. 이는 용량을 줄이거나 약효 시속이 짧은 약으로 변경시 교정이 가능합니다.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하고도 잠이 안오거나 새벽에 깨는 경우 전문가와 상의 없이 자의로 약물을 추가로 복용하게 되면, 상기 부작용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의로 약을 조절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수면제를 복용한 후 완전히 잠이 들기 전에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본인이 한 말과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다가 일어나 돌아다니거나 음식을 먹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수면제 복용 후 이런 증상이 있다면 약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노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 낙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보통 항히스타민제 계열의 약물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다고 하여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약물은 단기간 사용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1-3일 이상 복용해도 효과가 없거나 1주일 이상 장기간, 수면보조제로 일반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이 약물들은 주간 졸림 이외에도 특히 노인에서 몽롱한 시야, 녹내장, 배뇨곤란, 전립선비대증, 협심증과 부정맥 악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판 불면증 임상진료지침’에서는 불면증에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불면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평소 습관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수면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약물치료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으나, 이는 올바른 수면습관이 정립되어 생활화될 때까지 단기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 뒤 감량하여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일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과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특히 오전 시간에 햇빛을 보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건강한 생체 리듬을 습관화 하는 데 중요합니다. 낮잠은 너무 길게 자지 않는 것이 좋고, 자기 전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나 홍차, 콜라, 초콜릿 등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술 또한 잠을 유도하는 것 같지만 유지를 시키지 않고 오히려 일찍 깨우는 작용을 하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며 편안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침대는 취침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하며 침대에서 TV를 보거나 일을 하거나 음식을 먹는 등의 행동은 금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줄일수록 수면의 질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잠이 오지 않고 힘들 때에는 오히려 침대에서 나와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낫습니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계 수면 학회 (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WASM)에서는 매년 3월 세계 수면의 날 행사를 전 세계에서 진행합니다. 2022년 세계 수면의 날은 3월 18일이며, 올해의 슬로건은 “편안한 잠으로 만드는 건강한 마음과 행복한 세상 (Quality Sleep, Sound Mind, Happy World)”입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의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생활 패턴과 생체시계를 맞추는 과정을 통해 불면증은 극복이 가능하며, 이렇게 찾은 건강한 수면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불면증이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라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숙면을 되찾고 나아가 건강한 일상을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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