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블릭스, CML 치료 판도 바꾼다”…ELN 가이드라인 전격 등재
[인터뷰] 세계 혈액암 권위자 헬만 교수·김동욱 교수, 최신 치료 패러다임 심층 분석
맞춤형 치료·조기 관해 목표로 한 ELN 가이드라인 변화 집중 조명
글로벌 협업과 데이터 축적이 만드는 CML 치료의 미래 로드맵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13 06:00   수정 2025.08.13 07:13
뢰디거 헬만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CML 관련 약업닷컴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닷컴=최윤수 기자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 분야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과거 필라델피아 염색체(BCR::ABL1 융합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면 예후가 좋지 않았던 CML은 2000년대 초반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TKI)의 등장으로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그러나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1~3세대 TKI조차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료 저항성과 약물 불내성이라는 장벽을 피하지 못했고, 특히 돌연변이에 취약한 ATP 결합 부위를 표적하는 기전적 한계로 인해 내성이 발생하거나 예기치 못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2가지 이상의 TKI 치료를 거친 환자 중 최대 67%가 불내성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치료 차수가 높아질수록 실패율 또한 가파르게 증가한다. 이러한 현실은 보다 안전하면서도 내성 돌파가 가능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STAMP(Specifically Targeting the ABL Myristoyl Pocket) 억제제인 ‘셈블릭스’(애시미닙)다. 셈블릭스는 BCR::ABL1 단백질의 미리스토일 포켓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독창적인 기전을 통해 기존 ATP 결합 부위 표적 TKI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인 ASCEMBL 연구에서 셈블릭스는 두 가지 이상의 TKI 치료에 실패한 환자군에서 2세대 TKI 보수티닙 대비 주요 분자학적 반응(MMR) 달성률을 약 2배 이상 높이는 성과를 입증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 국내 허가를 받았고, 2023년 7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며 국내 환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셈블릭스의 역할이 단순한 ‘3차 치료제’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셈블릭스는 국내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 1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는 새롭게 진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셈블릭스와 기존 표준 TKI를 직접 비교한 ASC4FIRST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으로, 48주 시점에서 셈블릭스 투여군의 MMR 달성률이 67.7%로, 표준 TKI 투여군의 49.0%보다 18.9%p 높았다.

또한 무치료 관해와 관련된 ‘깊은 분자학적 반응’(DMR) 지표인 MR4 도달률 역시 셈블릭스 투여군이 대조군 대비 약 2배 가까이 높았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ASC4START 연구에서 셈블릭스는 닐로티닙 대비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률을 의미 있게 낮췄다.

이러한 임상적 성과는 최근 개정된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 5차 가이드라인에서 셈블릭스의 위상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ELN 개정안은 CML을 WHO 기준에 따라 만성과 급성기로 나누는 새로운 분류 체계를 도입했으며, 특히 1차 혹은 2차 TKI 치료에 실패한 환자, 돌연변이로 인한 내성 환자에게 셈블릭스를 우선적으로 권고했다.

ASC4FIRST 96주 데이터에 기반한 1차 치료 권고 역시 이번 개정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나아가 개정안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돌연변이 상태, 치료 이력 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강조하고 있어, CML 치료 목표가 단순한 생존율 개선에서 ‘분자학적 완전 관해와 장기적 무치료 관해’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변화는 국내 환자 치료에도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국내 CML 치료는 주로 표준 TKI 기반 프로토콜에 의존해왔지만, 셈블릭스의 조기 투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성과 불내성을 미리 방지하는 전략적 접근이 가능해졌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장기 치료 부담 경감에도 기여할 수 있는 변화다.

이에 약업닷컴은 최근 ELN 가이드라인 개정의 주역이자 세계적인 혈액암 권위자인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뢰디거 헬만 교수와, 국내에서 CML 치료를 선도하며 다양한 임상 경험을 축적해온 을지의료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를 직접 만났다. 이들을 통해 개정된 가이드라인이 CML 치료 환경 전반에 미칠 파급력, 글로벌 무대에서 셈블릭스가 차지할 전략적 위치, 그리고 국내 진료 현장에서의 실질적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짚어 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Q. 기존 TKI와 달리 STAMP 기전으로 한 셈블릭스는 BCR::ABL1의 미리스토일 포켓을 표적으로 하는데, 환자에게 제공되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
헬만 교수 - 새로운 기전을 활용하는 셈블릭스는 CML 환자들에게 중요한 자산이다. 다만 의료진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이상 반응을 장기 추적하고, 내성이나 변이 등을 살피며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최소 8년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셈블릭스는 현재 3년 정도의 현장 데이터가 확보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셈블릭스는 환자들에게 가치가 큰 치료제다. 환자 개인에게 약제의 임상적 의의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내약성과 효과가 좋은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셈블릭스는 환자들에게 이상반응이 약하거나 없는 상당히 반가운 치료제로 여겨지고 있다.

Q. 최근 ASC4FIRST 및 ASC4START 연구에서 셈블릭스가 신규 환자의 1차 치료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는데, 국내 1차 치료 환경에도 변화를 예상하는지?
김동욱 교수 -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다만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 치료 환경의 특성상 신규 치료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효능이 상당한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면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내성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안을 수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아껴두자’는 속성이 있다. 용량에 대해서도 아시아와 유럽 및 영미 환자들은 인구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아시아에선 적은 용량으로 상당히 보수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효과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셈블릭스가 1차 용법으로 사용되었을 때, 후속 CML 치료제의 선택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전반적으로 치료 경험이 일정 기간 이상 누적되어야 한다고 본다.

헬만 교수 - 첨언하자면,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최대 내약 용량(Maximum tolerated dose, MTD)를 도출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MTD보다 낮은 수준으로 상용화한다. 그럼에도 용량이 약간 높게 느껴지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상 반응과 삶의 질, 비용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Q. 최근 새로 개정된 ELN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헬만 교수 - 우선 치료제 변환(Switching)에 대한 권고를 주목할 수 있다. 2025년 개졍된 ELN 가이드라인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용량, 이상 반응, 내약성,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치료제 변환을 권고하고 있다. 기존 ELN 가이드라인은 3개월, 6개월, 12개월 등 특정 시점에 BCR::ABL1 수치 등 특정 분자학적 반응(Molecular Response)에 도달하는 마일스톤을 명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후속 연구와 임상 경험 등을 봤을 때 꼭 특정 시점에 해당 지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우려했던 바와 달리 오래 생존하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약제 변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높은 유효성을 기대하는 것인데, 환자 개별의 특성과 다른 동반 질환 등에 따라 변환한 약으로부터 이상 반응을 겪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마일스톤 달성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았던 기존 가이드라인이 일부 변경됐다.

두번째로, 임산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 CML 환자의 임신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으나, 일반적으로 태아의 장기가 형성되는 16주 시기에는 TKI 치료제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16주 이후에는 환자의 병환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데, 이번 가이드라인은 장기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유해성이 적은 약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남성이 CML 환자의 경우 치료제가 배우자의 임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2025년 가이드라인에 반영했다.

무치료 관해(treatment free remission, TFR)에 대한 변화 역시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내성이나 저항성 측면에 강점을 갖춘 셈블릭스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깊은 분자학적 반응(deep molecular response, DMR)의 유지가 TFR의 주요한 전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론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치료 후 3~4년이 경과 후 40~50% 환자가 TFR에 도달하는 것이다.

또한, 학계에서는 DMR을 빠르게 달성하는 경우 TFR에 도달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효과와 내성 측면에 강점이 있는 셈블릭스가 2~3차 이상 치료는 물론 1차 치료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희망과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셈블릭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Q.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CML 치료 목표와 반응 평가 기준에 어떤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하는지? 치료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헬만 교수 - 환자 개별에 대한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 스위칭에 대한 기준이 달라진 만큼, 약제 변환에 앞서 적절한 용량에 대해 검토해야 하고, 환자들이 가정에서 정확히 투약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며, 적절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

또한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당뇨나 동맥, 폐질환 등 기저 질환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 역시 보다 세밀하게 언급하고 있다.  

김동욱 을지대학교의료원 혈액내과 교수. © 약업닷컴=최윤수 기자

Q. 국내에서는 이번 ELN 가이드라인 개정 내용 중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김동욱 교수 - 질환에 따라 권위있는 진료지침이 상이한 경향이 있는데, ELN 가이드라인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서 국내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주요하게 참고하는 권고 사항이다. 그런 ELN 가이드라인에 셈블릭스가 프론트라인(Front-line) 치료제로 등재됐다.

그밖에 이상 반응(Adverse Events, AE)을 장기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에 대한 권고사항에 대해 쉽고 구체적으로 보강됐다. 물론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여전히 학계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영역도 존재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분류 등에 대해서는 ELN을 비롯해 WHO 등 주요 국제기구 및 단체 간의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2025년 ELN 가이드라인은 임상 현장에서 누적된 다방면의 치료 경험과 여러 후속 연구 결과를 종합한 실질적이고 유연한 입장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Q. 치료 차수에 따른 치료제 변경은 어떤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지? 효과적인 전환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김동욱 교수 - 고령의 환자들이 많은 CML 특성상 동맥 폐쇄 등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장기 추적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임상 시험 연구 결과를 비롯해 현장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셈블릭스는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고 느낀다.

치명적인 부작용이 아니더라도 울렁거림이나 경련 등 삶의 질을 저하하는 부작용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CML 환자들이 많다.

Q. 국내 임상 현장에서 셈블릭스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위해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김동욱 교수 - CML의 주요 치료 목표로 부상한 TFR 달성을 위한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지난 2010년 정부는 약 10억을 투자해 만성골수성백혈병 약물 사용 중단 연구를 지원했다. 약 절반 정도의 환자가 10~15년 이상 약물 복용 없이 생존하고 있는데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250억을 절감한 효과를 본 셈이다.

셈블릭스와 같이 조기에 강력한 치료 반응을 유도하는 혁신 약제를 초기 치료에 사용해 TFR에 도달하는 환자가 많아진다면 경제적인 효과도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장기적인 경제적 효용과 실제 환자들의 삶의 질 등을 고려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번 ELN 가이드라인 개정이 국내 치료 환경 개선에도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Q. 국내외 CML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헬만 교수 - 질환 자체도 해롭지만, 의원성(醫原性) 요소도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전제 조건은 치료제 사용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연구, 그리고 환자들에 대한 철저한 복약 지도다.

이런 측면에서 ELN 가이드라인은 구속성이 있는 규칙보다는 합의의 과정이자 세계 여러 의료진의 지식의 집대성본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ELN 가이드라인은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이 누적되어 더 많은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될 수 있도록 세계적인 협업과 교류를 독려하는 발판이다.

김동욱 교수 - 의원성 요소도 환자 치료를 방해하는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에 공감한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환자를 만날 때도 있다. 최상의 치료 방법에 대한 의료진들의 토론과 컨센서스가 잘 구축되어야 한다.

의료진 스스로도 더 나은 치료에 대한 열의를 갖고 여러 나라의 학자들이 모여 만든 가이드라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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