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에 사용되는 치료제의 성분인 ‘메트포르민’이 골관절염으로 인한 관절교체(Joint Replacement)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골관절염은 노인들 사이에서 통증과 장애를 유발하는 퇴행성 관절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통증, 뻣뻣함, 움직임에 대한 어려움 등이 있다. 골관절염은 관절의 뼈 끝을 덮고 있는 조직인 ‘연골’을 파괴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쉽게도 아직은 골관절염에 대한 의학적 예방법이나 치료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다. 다만, ‘인공관절 치환술’을 통해 전체 관절을 교체해야 한다.
특히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몸무게와는 관계없이 골관절염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 중 하나에 ‘메트포르민’이라는 약물이 골관절염으로 인한 관절교체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남부 의과대학 주장 병원의 자오화 저(Prof. Zhaohua Zhu) 교수 연구팀은 대만의 국민건강보험연구 데이터베이스(National Health Insurance Research Database, NHIRD)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와 같이 밝혔다. 메트포르민은 체내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염증에 저항해 연골 퇴화를 지연시킨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지난 2000년 1월부터 2012년 12월 사이에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45세 이상의 환자들 중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환자군과 복용하지 않는 환자군을 2만 347명씩 나누어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메트포르민 사용을 하고 있는 환자군에서 인공무릎관절전치환술(Total Knee Replacement, TKR)과 인공엉덩관절전치환술(Total Hip Replacement, THR)을 받은 환자의 비율이 더 적은 것을 확인했다.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군에서 발생한 관절치환술의 비율은 1만명/월 당 3.40건이었으며,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지 않은 환자군에서 발생한 비율은 1만명/월 당 4.99건이었다.
자오화 저 박사는 “이번 연구는 대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모든 인종에게서 같은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며 “메트포르민이 관절 교체의 필요성을 줄인다고 판단할 수 있는 무작위 통제 임상 시험을 더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결과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 인구에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인 참가자가 포함된 ‘골관절염 이니셔티브(Osteoarthritis Initiative)’ 연구에서도 이번 연구 결과와 같은 메트포르민의 보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메트포르민이 골관절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몇 가지 유용한 약물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새로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써 자리잡고 있는 GLP-1 유사체 등은 골관절염 환자에게서 메트포르민과 유사하거나 더 나은 보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 결과를 리뷰한 한 전문가는 “메트포르민이 관절치환술 위험을 줄일 뿐만 아니라 진통제, 특히 마약류 진통제 사용의 필요성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 더 깊은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같은 국소 항염증제와 진통제를 투여하는 그룹과 메트포르민을 사용하는 그룹을 비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과체중과 관절염을 모두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메트포르민이 어떠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를 확장 진행할 계획이다.
자오화 저 박사는 “현재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이 과체중 관절염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다중 센터 무작위 대조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곧 그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할 계획”이라며 “그 밖에도 전세계 전문가들이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SGLT-2, DPP4i를 포함한 다른 의약품이 관절염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올해 3월에 예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에 실리면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