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페리고 컴퍼니社(Perrigo Compnay)가 미국 미시간州의 소도시 엘러간에 소재한 자사의 계열사인 HRA 파마社에 의해 최초의 OTC 피임정제의 허가신청서가 FDA에 제출됐다고 11일 공표했다.
OTC 피임제의 FDA 허가신청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로 인해 최근 미국에서 첨예한 갈등과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게 하고 있다.
이날 페리고 컴퍼니 측에 따르면 HRA 파마는 프로게스틴만을 함유한 1일 1회 복용 경구 피임정제 ‘오필’(Opill: 노르제스트렐)의 지위를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OTC로 지위변경 신청이 승인될 경우 ‘오필’은 미국에서 최초로 처방전 없이 1일 1회 경구복용하는 OTC 피임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전망이다.
HRA 파마社의 프레데리크 웰그린 최고 전략경영‧혁신 책임자는 “이번에 이루어진 역사적인 허가신청이 미국에서 피임제의 접근성과 생식 형평성을 위해 획기적인(groundbreaking)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의의를 강조했다.
그는 뒤이어 “지난 60여년 동안 미국에서 처방용 피임정제가 여성들에게 임신을 원하는지, 그리고 언제 임신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왔다”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전문의약품 피임정제가 OTC 로 전환되면 보다 많은 수의 여성들과 사람들이 불필요한 장애물에 직면하지 않고 피임제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610만건 이상의 임신건수들 가운데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의도하지 않았던 사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피임법에 대한 접근성이 확보되면서 사람들의 니즈가 충족될 경우 효과적인 피임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 또한 늘어날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와 미국 의사회(AMA), 미국 가정의학과학회(AAFP)를 비롯한 주요 의료단체들은 피임정제의 OTC 전환에 지지를 표시해 왔다.
0.075mg의 노르제스트렐을 함유한 ‘오필’은 미국에서 지난 1973년 FDA로부터 발매를 승인받은 이래 수많은 여성들이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해 왔다.
지난 50년에 가까운 사용과 과학적인 입증자료가 확보된 ‘오필’과 같은 프로게스틴 함유 정제는 임신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데다 이를 사용한 대부분의 여성들에게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임신하기 전에 ‘오필’을 매일 일상적으로 복용하면 임신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의 성인여성들 가운데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이들이 피임용 정제, 패치제 또는 피임용 링 제품을 처방받거나 재처방(refill)받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페리고 컴퍼니 측에 따르면 ‘오필’을 구입할 때 필요한 처방전 구비요건이 폐지되면 양호한 내약성이 확보되어 있으면서 현재 사용 중인 다른 OTC 피임법들에 비해 임신을 예방하는 데 한층 더 효과적인 피임법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될 수 있을 전망이다.
산부인과의사인 멜리사 J. 코트키 박사는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임신예방에 관한 결정권을 부여할 수 있기 위해 힘을 기울여 왔다”면서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피임정제가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처방전 구비를 필요로 하는 현실은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는 불필요한 장애물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트키 박사는 또 “프로게스틴 함유 피임정제에 대한 처방전 구비요건이 폐지되면 임신을 예방하는 데 역사적인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일 뿐 아니라 공공보건 커뮤니티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