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5~8월에 생굴 섭취 삼가..언제부터?
美 연구팀, 최소 4,000년 전부터 여름철에 먹지 않아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11-25 15:52   수정 2019.11.25 15:55


서양에서는 매년 9월부터 익년 4월까지만 생굴을 먹는 식습관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한마디로 ‘September’, ‘October’ 또는 ‘November’처럼 영문자 ‘r’로 끝나는 달에만 생굴을 섭취해 왔다는 의미이다. 바꿔 말하면 5월(May)부터 8월(August)까지는 생굴 섭취를 멀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식습관은 물이 너무 많아 맛이 없거나(watery shellfish) 독성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상태에서 섭취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이 같은 식습관이 최소한 4,000여년 전부터 내려져 왔음을 시사하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공개되어 놀라움이 앞서게 하고 있다.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州) 해안지역에 대규모로 분포하는 조개껍데기 퇴적물(shell ring)을 분석한 결과 고대(古代)에 세인트 카서린섬 거주자들의 굴 수확이 여름철 이외의 기간에만 이루어졌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는 것.

미국 플로리다주 자연사박물관의 니콜 R. 카나로지‧미카엘 코왈레우스키 연구원팀은 학술저널 ‘미국 국립과학도서관誌’(PLoS ONE)에 지난 20일 게재한 ‘고대의 조개껍데기 퇴적물에 기록된 계절별 굴 수확’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 같이 시사했다.

연구팀은 굴에 흔히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달팽이 형태 기생충(Boonea impressa)의 흔적을 측정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생충은 굴 껍질에 달라붙은 후 침을 삽입해 굴의 연조직 부분을 흡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기생충의 수명이 12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는 만큼 폐사시점의 길이를 측정하면 숙주인 굴이 폐사한 시점도 추정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고대인들이 굴을 수확하고 섭취한 극소형 미니시계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즉, 이 기생충이 조지아주, 플로리다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및 미시시피주 등의 해안지역에 조개껍데기 퇴적물이 산재하는 이유에 대한 오랜 물음에 답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의미이다.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카나로지 환경고고학 담당 학예사는 “조개껍데기 퇴적물의 계절적 변동을 이해하면 이곳의 기능을 규명하는 데 새롭고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카나로지 학예사는 코왈레우스키 무척추동물 고생물학 책임자와 세인트 캐서린섬에 230피트 규모로 존재하는 4,300년 전의 조개껍데기 퇴적물에서 굴과 달팽이 형태 기생충에 대한 분석작업을 진행한 후 이를 살아있는 현재의 굴 및 같은 기생충과 비교평가했다.

그 결과 세인트 캐서린섬 거주자들이 늦가을부터 겨울철과 봄철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만 굴을 수확한 반면 여름철에는 거의 수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굴은 5월부터 10월까지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을 상기할 때 여름철에 굴 수확을 건너뛰어 개체수가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카나로지 학예사는 “이 같은 사실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굴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중요한 내용”이라며 “이번 연구결과가 굴의 생태학적 측면에 대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굴과 기생충의 상호작용, 굴 개체수의 건강성 유지, 그리고 보다 폭넓은 의미에서는 해안지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도 같은 의미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카나로지 학예사는 안정 동위원소 분석법을 포함한 고대 연구방법론을 보완적으로 적용해 고대의 굴 수확패턴과 조개껍데기 퇴적물에 대한 추가분석을 진행했다.

코왈레우스키 학예사는 “이 방법론이 다른 해양 무척추동물을 연구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명이 1년 이하에 해당하고 성장패턴과 산란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종(種)들의 경우 굴과 기생충 연구에 적용한 방법론을 일종의 생태시계로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것.

무엇보다 이미 멸종된 종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이 방법이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카나로지 학예사는 “사람들이 시간의 경과에 따른 생명체의 분포도와 수명, 개체수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다”며 “과거에 사람들이 여러 생명체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했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한다면 오늘날의 환경보호 노력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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