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암환자였던 경정무(56세)씨를 1인칭 시점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한 번도 힘들다는 암을 세 번이나 이겼으니 이젠 무슨 일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50대 남성이고 대장암과 복막전이암 그리고 폐암까지 3가지 암 치료에 성공했다. 마지막 폐암 치료 후 8년이 지난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 내가 세 번의 암 치료를 위해 받은 것은 3번의 수술과 18개월 간 이뤄진 36번의 항암치료였다.
처음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200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나는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렸다. 단순히 체했거나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해 소화제 등에 의존했다. 그럼에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가천대 길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였던 외과 이원석 교수는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즉각 복부단층촬영과 대장내시경을 실시했다. 정밀진단 결과 진행성 대장암으로 판정됐다. 암은 이미 상당히 진행돼 결장은 물론 복막 일부에도 암 세포가 퍼져있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이 교수는 곧바로 수술 일정을 잡고, 대장에 있는 암을 제거하기 위해 왼쪽 결장 20cm와 우측 결장 일부를 제거했다.
잠깐의 회복 후 다시 복막과 소장의 일부를 절제하는 대수술이 이어졌다. 몸속에는 암 세포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높은 집중도가 요구되는 장시간의 수술이 이뤄졌다. 다행히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몸에 남아 있을지 모를 암을 제거하기 위해 6개월에 걸친 12번의 항암치료가 이뤄졌다.
나는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큰 불안감 속에서 이원석 교수가 보여준 믿음과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지켜봤다. 절망 속에서도 아내를 비롯한 가족과 의료진들의 지지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됐다.
대장암 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외래를 통해 상태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또다시 복막전이암이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1년이었다. 정기 관찰에서 복막에 전이암이 발견된 것이다. 복막전이암은 가장 흔한 대장암 중 하나이다. 동시에 예후가 매우 나쁜 암이다. 대장암 환자의 간이나 폐 전이의 5년 생존율 30∼35%에 비해 복막전이암은 평균 생존기간이 5∼7개월에 불과하다. 복막전이암은 통상 말기암으로 취급된다.
주치의는 첫 수술 시 이미 복막에 암이 있었기 때문에 가장 흔한 전이암인 복막전이암을 예의주시했다. 이후 예상대로 복막전이암이 생겨 오랜 항암치료와 몇 시간에 걸친 대수술이 추가로 이뤄졌다. 이원석 교수는 “암이 재발하면 환자들은 크게 겁을 먹지만, 과거와 달리 다양한 치료방법이 개발됐고, 항암제도 좋아졌기 때문에 환자들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의료진과 방법을 상의해 치료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두 번째 암인 복막전이암 제거를 위해서 많은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먼저 수술 전 암 세포 크기를 줄이기 위해, 수술 후에는 혹시 체내에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항암치료가 이뤄졌다. 2012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12번에 걸친 항암치료가 이뤄졌다. 남들은 한 번도 힘들다는 암 수술과 항암치료가 이어지면서 점점 심신이 쇠약해졌다.
이듬해인 2013년 4월, 또 다시 세 번째 폐암이란 시련이 닥쳤다. 이번의 암 발견은 큰 절망으로 다가왔다. 폐암은 복막전이암같이 예후가 좋지 않은 대표 암종이다. 절망적인 소식이 이어졌지만, 지난 두 번의 암도 의료진들의 헌신적 치료로 이겨냈으니, 세 번째도 치료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세 번째 암인 폐암 치료를 위해서 흉부외과와 종양내과와 협진해 항암치료와 폐절제술을 동시에 이뤄냈다. 결과는 대성공. 다만 첫 번째 대장암 후 복막전이암과 폐암까지 2번의 전이암이 발생한 만큼 지속적인 항암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폐절제술 후 또 다시 6개월에 걸친 12번의 기나긴 항암치료가 이뤄지고 나서야 치료가 끝났다.
이 후 또 다른 재발암을 없애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운동, 금주, 건강한 식습관, 스트레스 해소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마지막 정기검진에서 체내 암 세포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마지막 수술 후 약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암 치료는 100m 달리리가 아니라 5년간 또는 그 이상 지속되는 긴 마라톤과 같은, 지치고 힘든 여정일 수 있다”는 이원석 교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세 번의 암을 이기고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