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최적 치료, PrEP 급여 범위·사회적 낙인 개선돼야”
최준용 교수 “감염 고위험군에 급여 필요…낙인 해소 통해 삶의 질 높이길”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2-19 06:00   수정 2020.02.19 06:56
최근 몇 년간 국내 HIV/AIDS 신규 감염인 수가 1,000명대를 넘어섰다. 그 중 성생활이 왕성한 연령대인 20~30대를 비롯해 최근에는 10대 감염자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다행히 HIV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지난해 6월부터 ‘트루바다(성분명: 테노포비르/엠트리시타빈)’가 PrEP(노출 전 예방) 요법으로 급여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내 급여 범위는 HIV 감염인을 성관계 파트너로 둔 비감염인으로 대상이 제한적이다. 사실상 치료를 잘 받고 있는 HIV 감염인은 HIV 바이러스 전파력이 없기 때문에 현재 급여범위는 다소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국내 지침 및 허가사항을 고려하면, 급여범위가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지침과 국내 허가사항 모두 HIV 감염 고위험군이 광범위하게 포함될 수 있도록 PrEP 요법의 적응증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현 우리나라 PrEP 요법 급여기준은 HIV 감염인의 성관계 파트너로 한정되어 있는데, 사실 이들은 PrEP 요법의 주 타깃이 아니라는 것.

최 교수는 “PrEP의 주 타깃은 성소수자(MSM)와 같은 HIV 고위험군이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PrEP 요법이 보급돼야 하는데 현재 제한적인 급여기준으로 비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들의 경우 PrEP 요법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HIV 고위험군인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PrEP 요법을 포함한 HIV 예방에 대한 홍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 중에는 HIV 예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러한 정보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해외 국가에서 PrEP 요법은 수년 전 도입돼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서양 국가들에서 PrEP 요법을 도입한 이후 HIV 신규 감염인 수가 급감했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 급여 확대 시에도 이 같은 예방 효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최 교수는 “PrEP 요법의 예방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와 해외 사례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한적인 급여 범위로 인해 비급여로 치료할 경우 한 달에 치료제 비용만 수십만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향후 PrEP 요법의 급여범위가 보다 확대된다면, 우리나라 HIV 감염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준용 교수는 "HIV 예방 및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복약순응도, 교육, 사회적 낙인 등과 같은 요소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HIV는 매일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해 혈액 내 혹은 생식기 내 약물 농도가 유지되어야 침투한 바이러스를 공격해 감염을 막아줄 수 있다. 반면 일정 수준 이하로 복약순응도가 떨어지면 예방과 치료 효과가 떨어지므로 약을 잘 챙겨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젊은 HIV 환자들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바, 이들을 대상으로 HIV 예방과 조기 진단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HIV 감염 예방에 대한 노력 혹은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들이 HIV 예방법을 숙지하고, 또 HIV 조기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최근 젊은층에서 신규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HIV 검진에 취약한 청소년 성소수자 증가 등 사회 변화의 영향이 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도 위축되어 있고 낙인에 취약한 계층이다. 때문에 국내 HIV 관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낙인이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IV는 사실상 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평생 조절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이에 치료 목표 역시 ‘바이러스 억제’를 넘어 ‘삶의 질’로 나아가고 있다.

최 교수는 “HIV 환자의 삶의 질은 사회적인 낙인과 연관이 있으므로, HIV/AIDS 감염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낙인 해소가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큼, 복용편의성과 이상 작용이 개선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의 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자신의 질병을 밖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낙인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등 외국을 살펴보면 환자단체의 목소리가 강한 편으로,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우리나라 환자분들도 이제는 용기를 가지고 목소리를 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