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대학의 실무실습은 약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필수 과정이다. 실습은 약국, 병원, 제약사, 연구실 등에서 이뤄진다. 그중 병원에서의 실습은 병원 약사로서 갖춰야 할 지식과 태도를 배우고 개개인의 사고를 높임으로써 약사가 됐을 때 국민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자질을 기르게 된다. 서울대병원 약제부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약사로서의 발을 내딛게 될 약학대학 6학년 3명의 실무실습 소감을 전한다. <편집자주>
다음은 제주대학교 약학대학 함형규 학생의 서울대병원 실무실습 소감문.
서울대 병원 약제부에서 실무실습을 마친 제주대학교 약학대학 함형규. ⓒ서울대 병원 약제부
지난 2, 3년 간은 학생이라는 신분과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겹치면서 ‘비대면+녹화강의’라는 아주 자유도 높은 학교생활을 보내며 안락하게 지내다가, 아침 6시의 출근길, 높은 업무강도 같은 반(Semi) 직장인의 신분이 되니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특히, 제가 속해 있던 10조는 실습 과정 중 가장 체력적으로 부담된다는 ‘입원 1, 2, 3’ 코스로 시작해 실습 초반에는 정말 힘들어서 그만둘까, 도망칠까 같은 나약한 생각도 해봤습니다. 지금 내가 집고 있는 약이 무슨 약인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며, 내가 하는 행동이 병원 약사의 업무 중에 무슨 과정에 속해 있는지도 생각해보지 않은 채, 그저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기에 급급했었습니다. 또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주위 상황이나 말들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며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스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서울대병원 실습에 관심이 있는 후배의 연락에 대해 ‘서울대 병원 실습이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다. 다시 잘 한번 생각해 봐라’라고 대답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3주차 4주차가 될 무렵, 일이 점점 손에 익게 되었고 스케줄 자체도 처음보다는 조금 느슨해지며, 점차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실습의 교육적인 부분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병원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동기 실습생들 사이에 유대감이 점차 생기며 실습에 대한 긍정적 마음 역시 같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약제부에서 준비한 인문학 강의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남보다는 나로부터 그 원인이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라는 연자의 말에 크게 공감했고, 그 말을 오랫동안 곱씹으며 지난날 불평만 했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후 실습 스케줄을 소화하며 여러 파트장님과의 면담 시간을 비롯하여 NICU 교육, 주사제제 조제 교육 및 참관, 소아 및 성인 암병원에서의 항암제 조제 교육 및 참관, 병동 회진 참관, 임상시험센터 실습 등 대단히 흥미롭고 유익하다 느낀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이러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음에 큰 감사함을 느꼈고, 병원 실습지로 이 서울대병원을 선택한 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병원 일이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 이였는데, 그런 저에게 큰 위로가 됐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너무 힘들어서 끝까지 수료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첫날부터, 뒤돌아 생각하니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서 아쉬운 감정이 들었던 마지막 날까지. 서울대병원에서의 기억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오랫동안 머리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훗날 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많이 부족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번 병원 실습을 마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약제부의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약제부 선생님들 지난 10주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