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약사들이 상황극, 라디오 사연 소개, 노래, 시 낭송 등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약국의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인천시약사회는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제5회 인천약사 팜페어 및 연수교육’에서 본선 진출자 8명이 참여한 약국 에피소드 경연대회를 공개했다. 시약사회는 2018년 복약지도경연대회, 2019년 약사골든벨에 이어 올해 약국 에피소드 경연대회를 마련했다. 이번 경연대회는 지난 8월 8일 촬영됐다.
이번 약국 에피소드 경연대회 대상은 신진영 약사가 차지했고, 최우수상은 한호준 약사, 우수상은 정겨운·최선경·전영빈 약사, 장려상은 김승호·김보람·오예은 약사가 수상했다.
정겨운 약사 ‘이번 코로나는 처음이라 - 청년약사의 고군분투 에피소드’
정겨운 약사는 동료약사들과 함께 마스크 판매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상황극으로 꾸몄다
정 약사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 초부터 약사로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약 잘 챙겨드세요”가 아닌 “마스크 없어요”였다“며 ”2월 27일 공적마스크 제도가 시행되면서 기대감을 가졌지만 몰려드는 고객과 부족한 공급수량으로, 오히려 약사가 갑질한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정 약사는 “코로나는 처음이라 수능 때도 안 마셨던 청심원을 먹고서야 가까스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라며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3월 9일 가 시행되면서는 막무가내로 해당 요일이 아닌데도 마스크 판매를 요구하는 고객들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이어졌다.
정겨운 약사는 “136일간의 대장정,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공적 역할의 중심에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며 “약사님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언젠가 나 때는 말이야 하며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네요”라고 마무리했다.
김승호 약사는 라디오에서 청취자의 사연을 전하는 방식으로 약국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김 약사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마스크 착용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며 과거의 사연을 풀어냈다.
1990년대 말쯤 서울에서 약국을 하던 때 저녁 퇴근시간이 되면 일주일에 몇 번씩은 약국을 방문했던 70대 할아버지의 이야기였다.
환절기가 되면 호흡기가 약해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셨던 할아버지는 변비약, 소화제 등을 주로 사가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할머니 이야기 등을 하고 가시곤 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직접 밥도 먹여주는 금슬 좋은 부부였다고 기억했다.
그렇게 자주 오시던 할아버지가 두 달이 넘도록 찾아오지 않던 어느 날 할머니가 약국을 찾아와 할아버지가 세상을 뜨셨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해놓으셨던 이야기를 전하는 할머니. 이후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행복한 얼굴로 약국으로 들어오셔서는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찾을 수 있는 자리에 새 화폐로 준비해둔 돈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김 약사는 요즘처럼 철쭉꽃이 하늘을 물들일 때면 마스크를 쓰고 약국에 들어오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최선경 약사는 두 딸과 딸들의 남자친구와 함께 ‘담배가게 아가씨’의 가사를 바꿔 공적마스크를 다루는 약국의 일상을 춤과 노래로 표현했다.
“앞집의 약국에서도 마스크가 부족하고/ 뒷집의 약국에서도 마스크가 부족하네/ 그렇다면 동네에서 오직 하나 나만 남았는데/ 아 시작됐다 마스크 대란/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약국 오픈하러 가서/쌓여있는 공적마스크를 재빨리 소분하는데/줄 서 있는 손님들의 따가운 눈초리 받는다/아 오늘도 스트레스/바로 그때 이것 참 야단났네 단골손님 불만 불평/평생들을 욕 한 바가지를 잔뜩 퍼붓는데/조금은 두렵지만 백마의 약사가 나가신다/아 하늘빛이 노랗다”
김보람 약사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각색한 ‘향정 헤는 밤’을 낭송했다.
“퇴근길 지쳐있는 마음은/향정으로 가득차 있습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향정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향정 하나에 추억과/향정 하나에 사랑과/향정 하나에 쓸쓸함과/향정 하나에 메디에러와/향정 하나에 동기들과/향정 하나에 약사님, 약사님/……/이런 익숙한 향정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이네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마약이 아스라이 멀듯이/약사님/그리고 재고관리는 멀리 다음단계에 있습니다/……”
오예은 약사는 코로나19 속 복약지도를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는 병원약사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오 약사는 선별진료소로 향하던 첫날 “먹구름이 가득 한 날씨 속에서 혹시 감염되지 않을까? 나로 인해 주변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고 떠올렸다.
선별진료소에 도착하니 병원 인력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고, 복약지도를 받는 할아버지는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고.
오 약사는 “선별진료소를 나서면서 바라본 하늘에는 먹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것을 보면서 비는 언제나 그치고, 먹구름은 걷히듯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면 코로나19도 걷힐 것이라는 작은 희망처럼 느껴졌다”며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상당히 바뀌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체의 노력은 또 하나의 발돋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영빈 약사 ‘나홀로약국 약물안전사용교육 도전기’
전영빈 약사는 나홀로약국을 운영하면서 약물안전사용교육 강사로 활동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전 약사는 약사회에서 중학교 교육 요청이 들어와 교육을 맡겠다곤 했지만 막상 단상에 올라 강의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앞섰고, 그러던 중 노인복지센터 교육 요청이 들어와 첫 강의를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복지센터 교육에서는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아 선물도 드리고, 궁금해 하시는 것들에 대해 답변을 하면서 금세 1시간이 지났다며 뿌듯한 마음에 약국에 가기 위해 자동차에 올랐는데 배터리가 방전돼 급히 택시를 탔던 이야기를 전했다.
이후 중학교 교육이 있던 날에는 비가 쏟아져 신발이며 바지까지 모두 젖으면서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데 아이들이 질문에도 반응조차 하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길고길었던 1시간 강의를 끝냈다.
이후에도 고등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약국에서는 만나지 않았을 몇 가지 곤란한 상황을 겪기는 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약국문을 잠깐 닫고 강의에 나설 것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경험을 할지 걱정도 되지만 기대가 더 크다고 마무리했다.
한호준 약사 ‘코로나 확진자가 다년간 날의 약국’
한호준 약사는 약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하루를 영상과 멘트로 재현했다.
한 약사는 자신의 약국이 인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먼저 다녀간 약국 중 하나였다며 처음 겪는 일이라 우왕좌왕 하던 중 가장 먼저 한 것은 보건소 간이 천막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검사를 위해 긴 면봉을 코 속으로 집어넣는 것을 영상을 통해 과장스럽게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당일 밤 방역을 하고, 만 하루 동안 약국을 비웠다”며 “그날 몇 통의 전화가 왔는지 모른다. 자신도 그 약국에 갔는데 괜찮은 것이냐고 묻는 전화가 가장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 약사는 “그날 이후 처방고객, 일반고객 모두 평상시의 10분의1로 줄었다. 유독 추운 3, 4월을 보냈다”며 “그때 절망하지 않고 하루하루 버틸 수 있었던 건 약사님 몸 괜찮으시냐며 걱정해주신 단골고객들과 격려 문자를 보내줬던 동료약사들의 덕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영 약사는 노모를 위해 비아그라 처방전을 가지고 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남자는 약국을 찾아와 처방조제가 가능한지를 묻고 보름치를 지어갔다. 이후 다시 왔을 때는 혼자 있는 노모가 걱정된다며 빨리 조제해 달라고 독촉했다. 어느 날에는 유모차에 노모를 태우고 조제를 위해 약국을 찾은 그 남자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노래 ‘무조건’의 가사 일부를 개사해 ‘부모님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께’라는 노래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