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도 인공지능(AI) 서비스마다 가장 많이 언급한 브랜드가 달랐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챗GPT(ChatGPT)는 라운드랩(Round Lab), 제미나이(Gemini)는 이니스프리(Innisfree),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세라비(CeraVe), 네이버 AI 탭(Naver AI Tab)은 닥터지(Dr.G)를 각각 가장 자주 추천했다. AI를 통한 제품 탐색이 늘어나면서 브랜드가 어떤 서비스에서, 어떤 소비자 질문에 등장하는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AI 검색 분석업체 쿼리잉에이아이(querying.ai)가 최근 공개한 ‘AI Index, September 2026’에 따르면, 한국 스킨케어 분야에선 라운드랩이 전체 응답의 19%에 등장해 가장 높은 언급률을 기록했다. 닥터지(17%), 라로슈포제(La Roche-Posay·13%)가 뒤를 이었다.
조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14개 구매 분야·136개 질문에 대한 AI 응답을 기반으로 실시됐다. 한국에선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네이버 AI 탭을, 미국에선 네이버를 제외한 3개 서비스를 대상으로 질문했으며, 479개 중 82%의 답변에 브랜드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AI 답변이 조사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동일한 제품군에서도 AI 서비스에 따라 가장 많이 등장하는 브랜드가 다른 점은 특징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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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고민에 따라 달라지는 추천
응답 결과는 소비자가 어떤 문제를 설명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Inside the AI Recommendation Shelf: How Brands Get Discovered’에서 미국과 영국의 두피 관리 관련 질문 1000개를 챗GPT와 제미나이에 입력한 결과를 발표했다. 질문 내용에 따라 추천 브랜드의 언급률이 다르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에선 뉴트로지나(Neutrogena)가 52%로 가장 높은 언급률을 기록했다. 니조랄(Nizoral)은 41%, 헤드앤숄더(Head & Shoulders)는 38%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두피 고민에 따라 브랜드별 비중은 크게 달라졌다.
헤드앤숄더는 일반적인 비듬 관련 질문의 66%에서 언급됐지만, 건선·습진 관련 질문에선 24%에 그쳤다. 반면 뉴트로지나는 건선·습진 관련 질문의 69%에서 등장했다. AI가 같은 두피 관리 제품군에서도 소비자가 제시한 증상에 따라 다른 브랜드를 추천한 것이다.
AI 서비스 간 차이도 컸다. 니조랄은 제미나이 응답의 58%에 등장했지만 챗GPT에선 24%였다. 브리오지오(Briogeo) 역시 제미나이 40%, 챗GPT 9%로 격차가 벌어졌다.
국가별로도 차이가 있다. 필립 킹슬리(Philip Kingsley)는 영국 응답의 48%에 등장했지만 미국에선 2%에 그쳤다. 세라비는 미국에서 33%, 영국에서 1%였다. 유로모니터는 국가별 유통망과 제품 구성,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추천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품 정보와 출처의 차이
AI가 브랜드를 추천할 때 참고하는 정보는 서비스마다 다르다. 유로모니터 분석에서 챗GPT가 인용한 출처의 32%는 언론·뷰티 전문매체였고, 17%는 임상·의학 관련 자료였다. 반면 제미나이는 타깃(Target), 부츠(Boots), 슈퍼드럭(Superdrug) 등 유통업체의 제품 페이지가 전체 인용 출처의 58%를 차지했다.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의 비중은 두 서비스 모두 3% 이하였다.
제품 설명의 구체성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제미나이는 응답의 83%에서 유효성분명과 농도를 제시한 반면 챗GPT는 61%였다. 성분의 작용 방식을 설명한 비율은 각각 53%, 40%였다.
가격 정보는 제미나이 응답의 96%, 챗GPT의 61%에 포함됐다. 소비자 리뷰와 관련된 표현이 등장한 비율도 제미나이 45%, 챗GPT 8%로 차이가 컸다. 다만 정보를 더 자주 제시했다는 사실이 추천의 정확성이나 실제 구매 성과가 더 높다는 의미라고 볼 수는 없다.
브랜드를 어떤 효능과 연결하는지도 달랐다. 니조랄을 추천하는 설명에선 항진균 성분인 케토코나졸(ketoconazole)이 667회 언급됐다. 헤드앤숄더는 피부 진정을 뜻하는 ‘수딩(soothing)’ 등의 표현과 함께 소개됐으며, 징크피리치온(zinc pyrithione)은 93회 등장했다.
유로모니터는 "브랜드의 AI 노출을 평가할 때 단순 언급 횟수뿐 아니라 어떤 피부 고민과 성분, 효능에 연결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NIQ가 지난 7월 발표한 분석에서도 AI를 통한 뷰티 제품 탐색이 확인됐다. 조사 응답자의 49%는 생성형 AI에서 뷰티 제품을 추천받은 경험이 있었다. 개인화된 제품 추천이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은 65%, 제품의 주요 특성을 쉽게 비교할 수 있을 때 구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응답은 84%였다.
NIQ는 브랜드가 성분과 사용법, 제품 특성, 효능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제품의 용도와 적합한 소비자 조건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정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브랜드의 노출 우위
AI 추천에서 브랜드별 경쟁 구도를 측정한 조사에선 기존 대형 브랜드의 강세가 확인됐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는 지난 9월 30일 공개한 ‘AI Visibility Index’에서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챗GPT 추천 응답 5250개를 분석했다. 바디케어, 페이셜 스킨케어, 향수, 색조, 헤어케어, 구강관리 등 9개 품목이 조사 대상이었다.
8월 기준 세라비와 라로슈포제는 각각 전체 추천 응답의 18%에 등장했다. 세라비는 첫 번째 추천 브랜드로 제시된 비율이 더 높아 종합 순위에서 앞섰다. 바니크림(Vanicream)은 언급률이 11%에서 15%로 높아지며 3위에 올랐다.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8개는 시장에 진출한 지 50년 이상 된 브랜드였다. 이마케터는 제품군이 다양한 기존 브랜드가 여러 품목의 추천에 등장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경쟁 양상이 달랐다. 헤어케어에선 로레알 파리(L’Oréal Paris), 케라스타즈(Kérastase), 레드켄(Redken) 등 상위 3개 브랜드의 언급률 격차가 4%포인트에 불과했다. 향수에선 샤넬(Chanel)과 디올(Dior)의 차이가 2%포인트였다.
이마케터는 "브랜드가 AI 추천에 등장하는 전체 비율과 첫 번째로 추천되는 비율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모니터 "역시 국가와 AI 서비스, 소비자 요구에 따라 추천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브랜드의 노출 여부뿐 아니라 추천되는 상황과 근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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