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극과 피부과 테스트를 앞세워 성장한 더마 뷰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스킨케어에서 색조와 두피로 제품 범위를 넓히고, 기술 경쟁도 세포 기능과 피부 회복력 연구로 확대되고 있다. 민텔은 이 같은 변화를 '더마 2.0'으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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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극 클레임 포화...해법은 '듀얼 베네핏'
'저자극'과 '피부과 테스트 완료'는 더 이상 더마 브랜드만의 무기가 아니다. 2020년 이후 수많은 K-뷰티와 인디 브랜드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무향료·하이포알러제닉·마이크로바이옴 같은 전문적인 소구점(Claim)마저 뷰티 시장의 공통 언어가 됐다.
민텔은 이처럼 안전성 클레임이 시장 전반에 보편화된 상태를 '클레임 포화'라고 진단했다. 알레르기·자극 유발 요인을 배제하고 장벽을 관리하는 수준의 '더마 1.0' 문법은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
안전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감성 피부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하이포알러제닉 처방'과 '피부 적합성'을 기본 구매 조건으로 삼는다. 즉, 저자극은 링 위에 오르기 위한 '기본값(Default)'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승부해야 할까. 핵심은 즉각적 편안함과 장기적 피부 건강을 묶는 '듀얼 베네핏(Dual Benefit)' 전략이다. 민텔이 태국에서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 피부 민감도가 높은 응답자의 48%는 '피부·두피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제품에 추가 비용을 내겠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효능을 조합했을 때다. 눈에 보이는 민감 징후 개선을 더하면 누적 도달률은 67%, 붉어짐과 갑작스러운 자극에 대응하는 '즉각적인 SOS 진정'까지 얹으면 77%로 수직 상승했다.
소비자는 당장의 피부 고통을 즉시 잠재워주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피부 자체의 회복력을 길러주는 제품을 원하고 있다. 더말로지카(Dermalogica)의 '스태빌라이징 리페어 크림'과 라로슈포제(La Roche-Posay)의 '톨러리안 로잘리악 AR 컨센트레이트'는 자극 관리와 장기 장벽 회복을 함께 내세운 대표적 사례다.
증상을 달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을 겨냥해 경쟁사가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치열해진 시장의 새로운 생존 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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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조로 번진 더마...'치유하는 메이크업'
더마 2.0 시대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스킨케어의 틀을 벗어난 카테고리 확장이다. 특히 메이크업 시장이 새로운 핵심 무대로 부상했다.
피부가 민감하면 화장을 피할 것이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극민감성 피부 소비자의 베이스 메이크업 사용률은 72%, 포인트 메이크업은 74%에 달했다. 비민감층의 44%, 3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높은 사용률 뒤에 불편과 불안이 따라붙는다는 점이다. 이들 중 36%는 피부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화장을 줄이거나 피했고, 30%는 화장품의 특정 성분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자신감을 위해 화장을 하면서도 화장품이 유발하는 자극에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틈새 수요는 신제품 구성을 바꾸고 있다. 태국에서 더마 관련 클레임을 내세운 뷰티·퍼스널케어 신제품 가운데 색조 화장품의 비중은 4년 사이 4%에서 16%로 4배 증가했다. 결점을 가리는 화장에서 피부를 치유하는 화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협업부터 자체 색조 개발까지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프랑스 더마 브랜드 유리아쥬(Uriage)와 롬앤은 보습 처방과 트렌디한 색상을 결합한 컬러 립밤을 공동 출시했다. 더마 브랜드는 임상적 신뢰를, 색조 브랜드는 색상과 제형에 대한 전문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공동 개발 모델은 시장의 좋은 해답이 된다.
협업이 색조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이라면, 자체 제품은 스킨케어 성분과 임상 근거로 더마의 강점을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 대웅제약 이지듀는 팩트 제품의 24시간 잡티 커버와 즉각적인 쿨링, 주름 개선 효능을 임상으로 확인했다. 미국 타워28(Tower 28)은 습진을 겪은 창업자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더마 색조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구축했다. 전 제품에 미국습진협회(National Eczema Association)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의료자문위원회를 둬 메이크업의 재미와 민감 피부 적합성을 함께 구현했다.
민텔은 "더마 브랜드는 스킨케어에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했지만 색조 화장품에서는 아직 입지가 약하다"며 "메이크업 전후 피부관리 제품으로 신뢰 영역을 넓히고, 공동 개발은 라이선스 계약이 아닌 양측 전문성의 동등한 교환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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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도 민감 피부...장벽·엑소좀 기술 이식
더마의 영토 확장은 헤어케어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킨케어의 유효 성분과 작용 원리를 두피에 적용하는 '스킨피케이션'이 샴푸에서 두피 세럼과 탈모 관리 제품까지 번지고 있다.
변화의 배경에는 두피 민감성을 탈모와 연결해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조사에서 극민감성 피부 소비자의 58%가 민감한 두피와 탈모가 관련 있다고 봤다. 이들의 47%가 두피 트리트먼트와 세럼에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을 보인 이유다.
글로벌 더마 브랜드들은 스킨케어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헤어케어로 이식해 이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세라비(CeraVe)가 스킨케어에서 샴푸와 컨디셔너로 제품군을 넓힌 것이 대표적이다.
K-뷰티 브랜드 역시 두피 장벽 강화와 첨단 전달 기술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라보에이치는 녹차 유래 프로바이오틱스로 두피 장벽을 강화하고, 릴리이브는 식물 유래 엑소좀과 시카 PDRN을 결합한 두피 앰플을 선보였다.
민텔은 "더마 헤어케어는 아직 많은 소비자에게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라며 "탈모·비듬처럼 익숙한 두피 고민에 '민감 두피용',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을 낮춘 처방' 같은 기본적인 더마 클레임을 결합해 제품의 쓰임을 쉽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킨케어에서 사용하던 장벽 강화 기술과 나노 전달체, 엑소좀을 두피 관리에 적용하는 방식을 향후 모발 관리 시장의 주요 개발 방향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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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적지는 '세포과학'...핵심은 전달 기술
기초 스킨케어 연구의 무게중심은 피부 표면에서 세포 내부로 옮겨갔다. 무너진 장벽을 겉에서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피부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도록 근본 원리를 파고들고 있다.
스트레스와 오염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피부는 회복에 필요한 유전자의 활동이 약해지며 만성적인 민감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더마 2.0은 이처럼 약해진 회복 기능을 다시 활성화하는 후성유전학 등 '세포과학'에 주목한다. 눈에 보이는 증상을 잠재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 스스로 손상을 복구할 수 있도록 피부 내부의 회복력을 되살리는 것이다.
민감성 피부 소비자의 21%는 화장품 구매 시 이러한 특허기술을 구매 요인으로 고려했다. 익숙한 성분을 배합하는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경쟁사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작동 원리와 효능 근거를 갖춘 제품을 요구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미 분자생물학을 스킨케어에 이식하고 있다. 유세린(Eucerin)은 15년간 1000명 이상의 피부에서 수집한 85만개 DNA 메틸화 지점을 분석해 젊음과 관련된 유전자의 활성 상태를 파악하는 '에이지 클록'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다시 활성화할 성분으로 '에피셀린'을 발굴했다.
에스티로더(Estée Lauder)는 하버드대학교·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과 15년 이상 연구해 특허기술 'SIRTIVITY-LP'를 개발했다. 세포 에너지와 염증 조절에 관여하는 서투인 단백질 SIRT1·2·3·6을 겨냥해 스킨케어 효능을 세포 수명 연구와 연결했다.
아무리 뛰어난 세포 작동 원리를 발견해도 유효성분을 필요한 피부 부위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면 실제 효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민감성 피부 소비자의 25%가 고급 유효성분 전달 시스템에 관심을 보여 전체 소비자 20%를 웃돈 이유다. 원료를 제형 안에서 안정화하고 필요한 부위에 전달한 뒤 효능을 데이터로 입증하는 역량까지 더마 기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민텔 차야팟 랏차타위파사난(Chayapat Ratchatawipasanan) 뷰티·퍼스널케어 부문 부국장은 "민감 피부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개선과 장기적인 피부 건강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후성유전학적 리프로그래밍과 세포 수준의 개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마 2.0의 주도권은 결국 세포과학을 실제 제품 효능으로 구현하는 기업에 돌아간다. 고효능 원료를 필요한 피부 부위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기술과 이를 증명할 임상 근거가 승패를 가른다. 저자극과 장벽 관리의 문법을 대중화한 K-뷰티도 이제 세포과학을 제품으로 바꿀 제조 기술과 연구 인프라로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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